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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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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12.18 19:52

대우그룹 회장 

김우중이 남긴 것


김태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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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되기 직전인 1999년에 41개 계열사를 거느린 2위 재벌이었던 대우그룹 회장 김우중이 사망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언론에서는 그를 지칭하는 ‘신화적’ 언사들이 다시 회자되었다. 1년간 섬유회사 사원 생활을 하다가 30세 때인 1967년에 단돈 500만 원으로 직원 5명인 대우실업을 창업했고, 그로부터 불과 15년 만에 대우그룹을 만들고 스스로 회장이 되었으니 ‘샐러리맨 출신 회장’이라는 레전드가 생길만하다. 동유럽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 600여 개 해외 법인을 만들고 22만 명의 해외직원을 거느렸으니, 우즈베키스탄 카리모프 대통령이 그를 글로벌 정복자 칭기즈칸에 견주어 붙여준 ‘킴기스탄’이라는 별명이 아주 생뚱맞은 것도 아니었다. ‘세계경영의 귀재’로 등극한 김우중의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1989년에 출간된 지 6개월 만에 100만부가 팔려, 최단기간 밀리언셀러로 기네스북에 기록되기도 했다.



‘샐러리맨 출신 재벌 회장’이 뭐?


하지만 김우중이 재벌계의 흙수저쯤으로 얘기되는 데 대해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 가문 3세인 삼성 이재용이나 현대자동차 정의선이 물려받은 재산으로만 재벌총수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김우중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수출주도정책, 중동 건설 붐,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의한 특혜와 문어발식 확장이었다. 1973년에 대우기계, 신성통상, 동양증권, 대우건설 등 10여 개 계열사를 인수했다. 대우전자는 대한전선 가전사업부, 오리온전기, 광진전자공업을 인수했다. 박정희 정권은 1976년에 공기업인 한국기계와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를 대우그룹에 넘겼다.


노동자를 착취하고 회삿돈과 나랏돈을 불법 탈법 특혜로 착복하여 재벌총수 되는 것은 매한가지다. ‘샐러리맨 출신’이니 ‘자수성가’니 하는 말들은 김우중 역시 여느 재벌총수들과 마찬가지로 군부독재와 결탁한 불법과 특혜로 재벌총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가리는 허구에 불과하다.



김우중과 김대중


김우중이 죽자, 전 대통령 김대중의 이름이 함께 오르내렸다. 대우그룹 해체를 둘러싼 김우중과 김대중 정권 관련자들 간의 책임 공방이 다시 회자되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의 책임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재벌과 정권이 모두 범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 주고 있을 뿐이다. 이헌재 등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경제관료들이 주장하듯이 대우그룹은 특혜와 범죄를 이용한 부채경영과 글로벌 차원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몰락을 자초했다. 대마불사 신화를 깨고 제2위 재벌을 해체해 버린 것은 김우중이 항변하듯이 IMF의 요구에 굴복한 김대중 정권이 강력한 구조조정정책을 집행한 결과이다. 대우그룹 해체의 주범은 김우중 자신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첨병 노릇을 한 김대중 정권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김우중이 사망한 것이다.



김우중과 이재용


김우중은 1993년 세계경영을 선언하고 동유럽에 집중적으로 진출했다.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모두 금융차입에 의존했다. 김우중은 ‘사업은 빌린 돈으로 하고 벌어서 갚으면 된다’고 큰소리쳤지만, 벌어서 갚을 수 없는 수준의 막대한 부채경영을 했다. 결국 1996년부터는 그룹 계열사 모두가 자기자본이 완전 잠식된 상태가 되었다. 심지어는 IMF 외환위기가 터진 후인 1998년에도 쌍용자동차를 인수하여 부채를 떠안았다.


이런 상황에서 돈을 계속 빌리기 위해 회계보고서를 조작했고, 조작된 회계보고서를 근거로 국내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자금을 해외로 불법 유출했다. 1998년 1월 대우중공업의 부채가 자산을 697억 원이나 잠식했는데도 자기자본이 2조 8,273억 원에 이르고 당기순이익에서 947억 원의 흑자가 발생한 것으로 회계보고서를 조작했다. 이런 식으로 1997년 19조 원, 1998년 21조 원 등 총 41조 원 규모의 회계 조작을 벌였다. 결국, 그룹은 해체되었다.


IMF 직후인 1998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대우자동차는 부채 더미에 올라 2000년에 부도 처리되었고, 쌍용차와 대우차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로 고통받았다.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거쳐 지금까지 산업은행 수중에서 매각대상이 되어 있다. 대우그룹 해체로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아 온 대우조선해양은 다시 매각대상이 되어 지금도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해외로 도주했던 김우중은 결국 2006년에 법원에서 징역 8년 6개월,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17조 9,253만 원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1년 만에 특별사면으로 석방되었다. 김우중이 자발적으로 납부한 추징금 3억 원과 검찰이 추적하여 강제추징한 892억 원을 합해도 추징금은 0.5%도 안 된다. 그의 자녀들은 아도니스 부회장, 벤티지홀딩스 대표,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이수그룹 회장 등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다.


이러니 기업의 회계 조작 범죄가 근절될 리 없다. 쌍용자동차를 팔아넘기기 위한 회계 조작, 3대 세습을 위한 이재용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조작 등 회계 조작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재벌총수들의 범죄수익과 피해액은 반드시 환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도 중형이 선고되어야 하고, 집행유예나 사면 등 여하한 형태로든 조기 석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죽은 김우중의 추징금을 회수하는 것은 이제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살아 있는 이재용의 국정농단 범죄수익 환수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반드시 구속 처벌되어야 한다. 이것이 김우중의 유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