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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막으려는 민주당 기득권층…

“사회주의는 순풍”


정은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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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버니 샌더스 페이스북]



지난 3일 치러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피트 부티지지Pete Buttigieg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이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결국 이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은 2016년처럼 ‘중도세력 vs 샌더스’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중도세력 측 인물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서 피트 부티지지로 바뀌었을 뿐 큰 차이는 없다. 게다가 아이오와주 일반 유권자 득표수 전체를 보면 버니 샌더스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기 때문에**, 사실상 샌더스가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3일(현지 시각) 치러진 아이오와주 경선 1라운드에서 샌더스를 지지한 투표자 수는 43,671명(24.8%)이었다. 그리고 이 수치는 피트 부티지지가 받은 표보다 6천 표 이상 많은 것이었다. 2라운드에서 이 격차는 좁혀졌지만, 여전히 2,500표라는 차이(샌더스 26.6%, 부티지지 25.0%)를 유지하고 있었다.


비록 공식적인 승부를 가르는 대의원 집계에서 샌더스가 부티지지에게 2표(0.1%) 차로 뒤졌지만, 애초 민주당에서 1위 후보자로 예상됐던 조 바이든을 비롯한 다른 후보자들까지 생각해본다면, 샌더스가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뉴욕타임즈>가 “오류와 불일치로 가득 찬 아이오와 경선의 결과”라고 보도할 만큼 민주당의 첫 경선 행사는 엉망진창이었다고 평가된다. 이 언론은 지난 6일 “실수는 의도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완전히 정확한 집계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기득권층 vs 샌더스


아이오와주는 전통적으로 미국 대선을 점치는 풍향계로 알려져 있기에 그 결과에 이목이 더욱 쏠렸는데, 이렇게 샌더스가 선전하면서 향후 미국 대선 판도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


피트 부티지지가 예상 밖으로 선전한 이유는 그가 버락 오바마 선거 캠프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를 떠올리게 한 덕이 크다고 분석된다. 게다가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새어 나온 부패 문제로 큰 타격을 입었다. 애초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비 지원을 조 바이든과 그의 아들에 대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뒷조사와 맞바꾸려 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탄핵 위기에 몰렸었다. 그러나 결국 공화당이 우세한 상원에서 최근 탄핵 공세를 최종적으로 막아낸 반면, 조 바이든의 부패 문제에 관한 시비는 가라앉지 않으면서 바이든은 비판 여론에 계속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피트 부티지지가 민주당 기득권층에게 대안 인물로 떠오른 것 같다. 그는 자본가들을 위한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서 일했던 인물로, 민주당 내 중도를 표방할 뿐이다. 그는 실제로 다른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인물이지만, 이번 아이오와주 경선 결과를 보면 지지층은 중장년이 많았다.


반면, 샌더스는 2016년 대선에서 쌓은 지지층을 기반으로 저변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공약은 다음과 같다: △전 국민 의료보험 △무상 대학교육 △그린뉴딜 △성평등 임금 △임기 내 노동조합원 2배 확대 △노조할 권리 보장 △해고로부터 노동자 보호 △사회복지 확대 △모두를 위한 주거 △의료 부채 폐지 △모두를 위한 공정은행 △부유세 확대 등등. 많은 지지자가 SNS에서 샌더스의 공약을 홍보하는 모습은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다. 샌더스가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유럽식 사민주의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업이나 금융에 대한 사회화나 미국의 제국주의 노선 등에 관해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눈에 띄지만 말이다.



사회주의 저변까지 확대할까


민주당 기득권층은 버니 샌더스가 실제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지자 깜짝 놀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샌더스 지지율이 오르면서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도파 유명인사들은 샌더스가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극단주의자이며, 대선 본선에서의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이유로 잇따라 ‘샌더스 반대’를 선언했다. 지난 2016년 대선 경선에서 샌더스와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도 아이오와주 경선 직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를 맹렬히 비난했다. 클린턴은 특히 샌더스 본인뿐 아니라 그의 선거운동 문화를 비난하며 샌더스의 열혈 지지층에 대한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이렇게 민주당 기득권층은 샌더스를 트럼프에 빗대 ‘극단주의’라는 코너로 몰아붙인 다음, ‘통합과 중도’를 부각하면서 민주당 기득권층의 승리를 위해 군불을 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청년층이 부티지지를 외면한 것처럼, 사회 불평등을 확대하고 기후위기를 심화하며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를 위기에 내몬 민주당 기득권층에 대해 청년과 유권자들이 또다시 기회를 줄지는 미지수다.


반면, 샌더스는 2월 11일 두 번째 민주당 경선지인 뉴햄프셔주에서도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편집자: 이 기사를 작성한 이후 결과가 나온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결국 샌더스가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샌더스 선거운동은 단지 제도적인 선거만이 아니라 사회주의를 둘러싼 인식과 문화적 저변까지 바꿔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 미국의 정당들은 주별 경선을 치러 그 결과를 합산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데, 아이오와주에서 치르는 경선은 이 주별 경선의 시작점이며 해당 연도 대통령 선거의 공식적인 출발점이기도 하다.


** 미국의 대통령 선거(본선과 경선 모두)는 일종의 간선제로, 실제 유권자의 총득표수가 아니라 선거구별로 확보한 대의원 수에 따라 후보의 당락이 결정된다. 실제 총득표수와 선거구별로 획득한 대의원 수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조 바이든이 오바마 정부 부통령으로 재임할 당시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현지 에너지 회사에서 이사로 재직했는데, 우크라이나 검찰이 그의 비리를 수사하려 하자 아버지인 바이든 부통령이 개입해 막았다는 의혹이 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우크라이나 정부 측에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지 않으면 군사 원조 사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비밀리에 압박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트럼프 탄핵’ 국면이 펼쳐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