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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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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02.14 16:56

핵발전이 

기후위기의 대안이라고?


홍미희┃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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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러나 지배계급과 핵 산업계는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국제적으로 형성된 핵발전 폐지 흐름을 되돌리려고 한다. 나아가 핵 산업계는 학계와 보수언론을 동원해 ‘핵발전이 기후위기의 대안’이라며,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고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자유한국당도 총선 1호 공약으로 탈원전 정책 폐기를 내놓으며 핵 산업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그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태양, 바람, 지열 등이 부족함 없이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핵발전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핵발전 옹호 주장을 비웃듯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1995년부터 2016년까지 OECD 발전량 비중을 살펴보면 핵발전은 23.8%에서 17.9%로 줄었지만, 신재생에너지는 17.8%에서 24.6%로 높아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08년 “에너지 기술 전망” 평가에 따르면, 전력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2050년까지 매년 32기씩 핵발전소를 건설해도 이산화탄소 감축 기여율은 고작 6%에 불과하다. 즉,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는 전무하고 핵발전 확대로 사고 위험성만 키우는 것이다.


게다가 핵발전보다 이산화탄소를 훨씬 효과적으로 줄이는 다른 방법이 있다. 2016년 발표된 전망에 따르면, 에너지 누수를 줄이거나 적은 에너지로 큰 효과를 내는 에너지 효율화를 실현할 때 이산화탄소 감축 기여율은 38%에 달한다. 재생에너지 역시 감축 기여율이 32%로, 핵발전보다 훨씬 높다.



핵발전, 비싸고 피해도 크다


인류가 경험한 대형 핵사고와 더불어, 핵발전소 가동의 피해와 위험성 때문에 발전소 건설 기간은 최대 20년까지 늘어났다. 이는 당연히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후쿠시마 핵사고를 계기로 상당한 안전비용까지 더해지면서, 건설계획이 취소되거나 건설 중인 발전소를 포기하는 사례도 생겼다. 일부 핵발전소는 정부의 수명 연장 허가를 받아도 경제성을 이유로 조기 폐쇄되기도 했다.


이에 비해 풍력이나 태양광발전소의 건설기간은 2년에서 5년 사이로 비교적 짧고, 기술력 향상으로 빠르게 경제성과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물론 핵발전소 가동 시 화력발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핵발전 운영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탄소 배출이 적다고 할 수 없다. 우라늄의 개발과 채굴, 정제 과정에서 화력발전과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라늄 채굴부터 정련, 장전, 점검‧수리, 처리, 폐기, 폐로 등 핵발전 운영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피폭의 위험성과 피해는 모두 노동자가 떠안는다.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어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온배수 문제도 심각하다. 핵발전소는 가동할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다 쓴다. 냉각수로 쓴 물은 7도에서 9도 사이로 데워져 하천이나 바다에 방류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5~18년 연평균 282억 톤의 온배수를 배출하고 그로 인한 피해보상금으로 1,061억 원을 779명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한수원이 정한 피해보상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다수의 어민은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갈 곳도 받아줄 곳도 찾지 못한 사용 후 핵연료는 처리방안이 없다. 고준위 핵폐기물인 핵연료봉은 현재 발전소 내부 수조에 담겨 임시보관 중이다. 2021년 11월 월성 핵발전소를 시작으로 다른 핵발전소의 핵연료 포화 시점이 다가온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방안을 찾지 못하면 발전소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급박해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 핵발전소 사용 후 핵연료 임시보관시설(맥스터) 7기의 추가 증설을 의결했다. 이 결정으로 핵발전소 자체가 거대한 고준위 핵폐기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핵사고, 핵폐기물, 핵무기 위험까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는 완전한 피해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핵사고 수습과정에서 나온 폐기물과 오염수는 그저 쌓아두는 게 처리방안의 전부다.


더 큰 문제는 핵무기 확산이다. 사용 후 핵연료는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포함한다. 핵무기 제조를 위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국제협약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각국 이해관계에 따라 핵 합의 유지 여부가 결정되면서, 핵 경쟁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지난 1월 <핵 과학자 회보>는 핵 위협의 고조와 기후위기로 지구 종말이 100초 전으로 앞당겨졌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20초 더 빨라진 것이다.


인간과 생태계 파괴로 유지되는 핵발전은 없애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핵발전은 기후위기에 다른 위험을 추가하는 것일 뿐, 기후위기의 대안일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에너지 소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가 지속하는 한, 기후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