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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무기한 휴업 통보

우리는 다시 싸움을 쌓아갈 것이다


고동민┃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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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페이스북]



단 한 번도 유리했던 싸움은 없었다. 단 한 명의 해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시작했던 2009년 공장점거 파업부터 2020년 해고자 47명의 부서 배치 요구 투쟁까지, 돌이켜보면 유리한 싸움의 기억은 없다. 투쟁이 곧 일상이 되어버린 시간 속에서 싸움에 유불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살아내기 위해 싸웠고, 또 누군가를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쉽지 않았다. 지난 10년간의 투쟁으로 해고자들은 서로의 삶에 생채기를 그어가며 투쟁을 이어갔고 생사의 한계를 넘나드는 투쟁으로 서로를 몰아갔다. 단 한 번도 유리했던 싸움은 없었지만, 그 불리한 싸움이 쌓이고 쌓여 결국 해고자 전원 복직이라는 나이테를 만들어냈다.


2019년 12월 24일 오후, 쌍용차 경영진은 며칠 뒤 부서 배치를 앞둔 복직 대기자 47명에게 ‘무기한 휴업 통보’ 문자를 보냈다. 기쁜 마음으로 가족과 저녁을 먹다가 문자를 받았다. 해고 기간 성실히 일했던 다른 회사에 사표를 쓰고 나오다가, 일자리를 찾아 유목민처럼 떠돌다 다시 평택으로 가기 위해 집을 헐값에 넘기다가 문자를 받았다. 치매가 걸려버린 노모에게 쌍용차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두 손을 꼭 잡다가 문자를 받았고, 대학 입학을 앞둔 아이에게 이제 걱정 말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와중에 문자를 받았다. 분명 합의도 세 번이나 했고, 면접도 네 번이나 했고, 건강검진도 두 번이나 했는데 문자를 받았다. 지난 10년 동안 출근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왔는데 아직 일할 수 없다는 문자를 받았다.


새로 일자리를 만들라는 합의도 아니었다. 2019년 정년퇴직하는 선배들의 일자리만큼 해고자들을 채워 넣는 합의였다. 생산을 멈추지 않는 한 필요한 일자리였다. 무급휴직도 아니었다. 휴업 기간 70%의 임금도 지급하고 있다. 47명의 임금 30%를 줄이자고 무기한 휴업을 결정했을까. 상식에 맞지 않는 결정이었고, 이해할 수 없는 통보였다.


쌍용차 현장은 사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지난 10년 동안 쌍용차는 매해 생산과 판매가 늘어났지만, 동시에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국내 생산업체 중 현대‧기아차에 이어 생산 판매 3위를 수성하고 있지만 적자 폭 또한 가파르게 상승했다. 적자인 회사에서 매년 수천억 원의 개발비가 사용됐다. 유일하게 흑자를 냈던 2016년은 예년과 다르게 개발비를 몇백억 원 적게 쓴 해였고 그만큼의 수익을 냈다.


쌍용차의 천문학적인 개발비는 쌍용차에서만 쓰는 게 아니라 모기업 마힌드라의 기술 개발에도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몇천억 원을 들여 만든 신차를 헐값에 넘기거나, 심지어 1원도 받지 않고 마힌드라로 넘겨줬다. 쌍용차 신차는 마힌드라 신차로 둔갑해 인도 현지에서 생산됐다. 국내에선 사용하지도 않을 1,200cc 엔진 개발에 수백억 원이 들어갔고, 미흡한 마힌드라의 미션 장치를 쌍용차 엔진과 결합하려다 문제가 생겨 발생한 수백억 원의 손실도 쌍용차 적자의 한몫으로 남았다.


이상한 건 쌍용차 경영진과 쌍용차 노동조합(기업노조)의 태도였다. 독립법인이라며 서로의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건 말뿐이었고, 임금협상 때마다 노동조합 위원장은 인도로 날아갔다. 임금은 매년 조금씩 올랐지만, 또 매년 마힌드라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냈다. 쌍용차 노사의 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노력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거나 복지를 줄이는 것이었다. 내일이라도 쌍용차가 망할 것처럼 노사가 번갈아 가며 현장 조합원들을 협박했다. 임금삭감을 ‘쌍용차 생존을 위한 다시없을 기회’라는 이상한 희생으로 둔갑시켰다. 2019년 일부 복지 중단에 합의했고, 2020년에는 상여금 및 연월차 삭감과 임금동결, 성과금 반납 등에 합의했다. 물론 노동자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민주적인 절차는 없었다. 노동자들이 받는 연봉 중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을 삭감하는 임금 도둑질이었다.


현장에서는 난리가 났다. 복직한 조합원 중 일부가 절차적 문제와 일방적인 고통 전가에 대해 비판했고, 그 뒤 해고자 복직을 뒤집는 노사합의가 진행됐다. 쌍용차 노동조합 위원장은 무기한 휴업 연장에 합의한 뒤 세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첫째는 ‘회사가 어렵다’, 둘째는 ‘복직한 해고자들이 조직적으로 자신을 비난하고 인격적으로 모독했다’, 셋째로는 ‘전원복직이 되면 금속노조 재건 활동이 벌어질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진다.


모기업 마힌드라는 정부의 지원을 얻어내는 지렛대로 해고자 복직을 이용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에서 앞으로 생산할 전기차 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생산할 전기차 또한 마힌드라 이름을 달고 인도 현지를 내달릴 것이 분명해 보인다.


‘회사는 어렵다고 하고 현재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도 고통을 분담하는데, 해고자들이 떼쓰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눈에 뜨인다. 30명의 해고자와 그 가족들의 죽음과 맞바꾼 복직 아니었던가. 쌍용차 해고자 투쟁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수많은 연대의 염원과 맞바꾼 복직이고,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정치인이 숟가락을 얹어가며 만들어 냈던 복직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뒤집을 수 없는 복직이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지난 시간 그랬듯 살아내기 위해서 싸울 것이고, 더 이상 누군가를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서 싸워나갈 것이다. 매일 아침 부서배치 요구를 위해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며 이 싸움을 쌓아갈 것이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싸움의 끝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