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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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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03.16 15:55

마스크와 손 소독제, 

공짜로 받으면 안 될까요?


홍류서연┃서울



이상한 일이다. 지하철역에도, 번화가에도, 심지어는 병원에도 나오지 않던 사람들이 마스크를 판다는 우체국 앞에는 꼭두새벽부터 몰려와 줄을 서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돈이 있어도 마스크를 사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정부가 마스크 생산량의 절반을 우체국 등을 통해 공적으로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확보한 물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공적 판매처에서 기다리다 빈손으로 돌아간 사람들의 불만의 목소리만 커졌다.


시장에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게 되자, 인터넷에는 마스크를 선착순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쇼핑몰 주소는 물론이고, 키친타올이나 마스크 원단, 심지어 생리대로 직접 마스크를 만드는 방법 등이 올라오고 있다. 소독제와 손 세정제 역시 마찬가지다. 약국에서 에탄올과 정제수 등의 원료를 사서 직접 만드는 ‘셀프 손 소독제 제조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의료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지만, 당장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테다.


하지만 조금 다른 상상을 해본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 사용을 전염병 예방 지침으로 발표했다면, 국가가 생산과 공급을 책임질 수는 없을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미 정부는 지난 3월 3일, 마스크 통제물량을 100%까지 늘리는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중보건에 필요한 재화라면, 상품으로 판매할 게 아니라 무상배급이 가능해야 한다. 돈이 없으면 건강마저 포기해야 하는 이 야만적인 자본주의만 아니라면!


공급 방법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하라’면서도, 우르르 줄 서서 마스크를 사야만 하는 작금의 상황은 얼마나 모순적인가! 이미 우리 모두는 전날 밤에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다음 날 아침 문 앞에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작은 동네라도 곳곳에 편의점과 마트가 들어서 있다. 기존 유통망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을 무상 배급할 조건은 이미 충분하다. 남은 것은 행동에 옮기는 일뿐이다. 물론, 생산과 공급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른바 ‘재난 상황’일수록 자본주의의 야만성과 사회주의의 필요성이 더욱 드러난다.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던 사람들마저도 ‘돈이 없으면 인간답게 살 수 없는 현실’이 잘못되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국가와 자본은 ‘못 하는’ 게 아니다. 돈이 되지 않으니 ‘안 하는’ 것이다.


레닌은 자신의 책 <제국주의론>에서 ‘자본주의가 충분히 발전한 결과 생산의 사회화가 가능해졌으며, 이를 둘러싼 낡은 껍데기인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는 필연적으로 부패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역사 속의 그 어느 시간보다 가장 생산의 사회화가 발전한 시대에 살고 있다. 남은 것은 ‘결국엔 제거되고 말 껍데기’를 우리의 손으로 벗겨내는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