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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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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바이러스 자본주의


내일도, 우리는 

바이러스의 위험과 마주한다



바이러스 최전선, 

병원의 현실


최은예┃충북(병원 노동자)



지난 2월 초, 응급실에서 입원 예정인 환자를 전산으로 확인하던 중 해당 환자가 작년 12월부터 올 2월 초까지 중국에 머무른 사실을 알게 됐다. 입원하려던 시점은 입국 후 4일째 되는 날이었다. 응급실에 연락해 ‘중국 여행력이 있는 환자인데, 6인실에 입원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렸다. 하지만 응급실에서는 ‘환자가 관할 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 대상자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으니, 입원시켜도 된다’고 했다. 재차 감염관리실에 확인했으나, 답변은 같았다. 결국 그 환자는 6인실에 입원했다.


그런데 입원 3~4시간 후 해당 환자가 발열 증상을 보였다. 밤 10시쯤이었고,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의 1차 답변은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이후 1시간도 되지 않아 질병관리본부에서 ‘지침이 바뀌었다’며, ‘코로나바이러스 의심환자로 분류하라’는 연락이 왔다. 너무나 기가 막혔다. 환자는 이미 꽉 찬 6인실에 입원해 있었고, 침상 간격이 가까워 커튼 격리도 별 소용이 없었다. 게다가 해당 병실에는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더군다나 야간근무 간호사들은 밀접 접촉자가 됐고, 이 간호사들이 병동 전체의 환자를 간호했다. 새벽 3시, 첩보 작전을 하듯 의심환자를 음압병상으로 이동시켰다. 간호사들은 밤새 불안한 마음을 애써 진정시켜가며 각자 할당된 환자들을 돌봤다.


의심환자에 무방비로 노출된 의료진은 바이러스 감염 검사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퇴근할 수 없었다. 밤샘 노동으로 지친 이들에게 쉴 곳도 마땅치 않았다. 아침이 되자 같은 병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밀접 접촉자 명단을 작성하는데, 이구동성으로 “그런 환자를 다인실에 입원시키면 어떻게 하느냐”는 항의가 이어졌다.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하며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는 항암제 투여로 면역력이 떨어져 보호격리를 하는 환자가 다수 입원해 있다. 원래는 보호격리 방에 들어갈 때마다 의료진도 마스크를 새것으로 썼고, 환자도 마스크가 더러워질 때마다 교체했다. 지금은 어떤가? 의료진은 보호격리 환자를 포함해 병동 전체의 환자를 상대하면서 하루에 마스크 1개로 버티고, 보호격리 환자들은 마스크를 갖고 있긴 하지만 의료진이 ‘마스크’라는 말만 꺼내면 “아껴 쓰라는 말이죠?”라고 한다. 면역력이 생명줄이고 마스크가 1차 방어벽인 환자들에게 그런 말이 나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감염병과 맞닥뜨리면서 바뀌지 않는 현실에 더 이상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싶지 않다. 의료 인력 확대는 말할 것도 없는 오래된 소원이고, 감염병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1인실 확대도 필요하다. 메르스 이후 신규 다인실 병상만 4인실로 할 게 아니고, 기존 6인실도 4인실로 바꿔 침상 간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또한 의료진이 사용하는 생명 물품인 마스크, 가운, 헤어캡, 장갑, 고글, 손 소독제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는 돈과 바꿀 수 없는 공공 영역이라는 확고한 사회적 기반이 없다면, 이 모든 게 불가능하다.



불안 속에서 일하는 

통신 서비스 노동자들


문원┃서울(KT스카이라이프 협력업체 노동자)



코로나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으로 고객 응대 서비스 노동자들은 어느 때보다 큰 불안 속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KT의 협력업체에 고용돼 고객의 집에 인터넷과 IPTV를 설치‧수리하는 일을 맡고 있다. 직업 특성상 고객과 대면하는 일이 많지만, 요새는 고객이 자가 격리자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가가호호 방문하다 보니 불안감이 더 커졌다. 많은 고객이 고마움의 표시로 커피나 음료수, 과일 등의 먹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고객의 호의인 만큼,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마냥 거절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객의 건강 상태를 짐작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음식을 받더라도 불안을 떨쳐내기 어려운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고 노동자와 고객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는 손 세정제와 마스크 등 방역용품을 충분히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노동자 개인에게 지급되는 방역용품은 너무나 부족하다. 마스크는 1일 1회 지급받지만, 현실적으로 부족한 수량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거나 힘든 작업을 하게 되면 땀과 물기로 마스크가 젖는다. 이런 상태에서는 마스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힘들다. 1일 1회 마스크 지급도 부족한데, 이제 회사는 ‘마스크 보유량이 충분치 않아 2일 1회 지급할 것’이라고 한다. 2일 1회가 3일 1회, 4일 1회로 바뀌다 나중에는 마스크가 없어 각자 사서 써야 할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매일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지역을 이동하는 통신 서비스 노동자들의 안전과 일반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바이러스에 대비한 조치가 필요하다. 먼저 1일 2매 이상의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 방역용품을 충분히 지급해야 한다. 나아가 긴급하지 않은 업무는 연기하고, 긴급한 업무만 진행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긴급 업무의 경우에도 대면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현장 노동자의 안전을 최소한으로라도 보장하기 위해, 방문 요청 시 고객의 자가격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더 이상 ‘언제 어느 집에서 어떻게 감염될지’, ‘나도 모르게 감염돼 다른 고객의 집을 방문할 때 바이러스를 전파하지는 않을지’ 하는 불안에 떨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