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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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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바이러스 자본주의


신종코로나,

자본주의가 낳고 

공공의료 붕괴가 키웠다


안종호┃강원(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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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코로나(COVID19) 감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1월 20일 첫 감염자가 나타났고, 2월 18일 31번째 감염자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확산해 7천 명을 넘어섰다. 매년 10만여 명이 당하고 약 2천 명 가까이 사망하는 산업재해의 무서움과 심각성이 좀처럼 잘 알려지지 않는 것과는 달리, 신종코로나는 언론을 도배했고 삽시간에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런 재난 상황은 항상 사회적‧경제적 취약계층이라 불리는 빈민과 장애인, 노동자, 소상공인 등 민중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고 생존마저 위태롭게 한다. 생필품 사재기로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경기가 침체하면서 빈민과 저소득충의 궁핍은 더욱 악화한다. 소상공인들은 손님이 뚝 끊기면서 생존이 위태로워진다.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던 일자리 사업은 중단되었고, 이들의 생계는 막막해진다. 이 와중에 자본과 기업들은 연차사용이나 무급휴직을 강요하고, 때로는 감원까지 단행하며 매출 감소의 손해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한다.



공공의료가 무너지니 방역이 무너진다


신종코로나가 이렇게 급속도로 확산한 데에는 종교집단인 신천지라는 수퍼 감염집단의 영향도 지대했지만, 정부의 초기 방역 실패가 더욱 근본적인 원인이다. 감염원의 유입과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검역과 방역을 보다 철저히 해야 했다.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위험지역으로부터 입국을 철저히 관리했어야 했고, 의심이 되면 감염 전파의 위험이 사라질 때까지 격리해 관리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한국의 검역과 방역 시스템이나 시설 및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한해에 약 5천만 명이 입국하고 인구도 약 5천만 명에 달하는 이 나라에서, 검역 인력은 고작 453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부족한 인력으로 검역과 방역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결국 예견된 사태라는 것이다. 예방이나 생활환경 개선처럼 이윤 창출과는 다소 거리가 먼 분야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분야의 진단과 치료에 집중하는 상업화된 자본주의 의료체계가 불러온 결과이기도 하다. 공공 영역인 검역과 방역은 항상 뒷전일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부족한 재원으로 운영했다. 이처럼 검역과 방역 시스템이 부실한 한국에서, 전염성이 매우 강한 신종코로나 같은 감염병을 막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더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격리시설과 음압병실은 턱없이 부족했고, 대부분의 확진자와 의심환자가 자가격리 상태로 방치됐다. 결국 자가격리 상태에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태가 속출했고, 자가격리자를 통한 또 다른 감염 전파도 일어났다. 확진자들이 지나간 의료시설은 폐쇄돼 꼭 필요한 진료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현재 국가 지정 전문격리 시설은 29개 병원, 161병실, 198병상에 불과하고,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곳도 2곳뿐이다. 이것으로 40여 일이라는 단기간에 확진자가 7천 명을 넘어선 현 상황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의 핵심 원인과 문제점은 검역과 방역, 그리고 공공의료에 걸쳐 시설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병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공공 병상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해 OECD 국가 평균(73%)의 1/7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종코로나처럼 주기적으로 닥쳐오는 감염병 사태를 방지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의료의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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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틈에 의료민영화


그러나 현 정권과 정치권은 공공의료를 강화할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지난 2월 26일 국회를 통과한 “코로나 3법”이라는 △검역법 △의료법 개정안 △감염병 예방관리법 등은 기존의 감염병 관리를 좀 더 강화하고, 격리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뿐이다. 정작 필요한 공공의료 강화에 대해서는 아무 내용이 없었다. 보수야당은 공공의료 확충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도 없이, 지금은 유효성도 별로 없는 ‘중국인 입국 금지’만 주장하면서 신종코로나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병원이나 음압병상을 확충하겠다는 총선 공약도 나왔지만, 공공의료 확충을 전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는 기만에 가깝다. 단적으로,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권역외상센터가 민간영역에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드러낸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사례를 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결국 현 정권과 정치권이 신종코로나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의지나 능력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현 정권은 신종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17일, 민간업체의 “소비자 대상 직접 유전자 검사(DTC)” 항목을 확대하는가 하면, 21일에는 원격의료를 전제하는 모바일 의료용 앱 안전관리지침을 내놓았다. 신종코로나를 빌미로 전화 진료 및 원격처방을 시행해 원격의료를 시도하는 등 의료민영화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원격의료는 그에 필요한 통신장비와 처방전 전달 시스템, 각종 생체신호 측정기구 등의 장비는 물론이고, 환자의 건강정보를 분석‧가공하는 플랫폼 등을 통해 통신 및 바이오헬스 산업과 직결한다. 게다가 원격의료는 건강정보 빅데이터 수집에 활용되고, 기업들의 건강관리 서비스와 연계되는 매개로 작동하기 때문에 의료 민영화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무엇보다 원격의료는 안정성과 유효성이 불확실하고, 약물 오남용과 오진의 위험성을 높이는 등 환자의 건강 차원에서도 문제가 많다. 나아가 원격의료에 수반되는 장비 구축과 막대한 자본 투자가 가능한 대형병원 위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많은 전문의와 유명 의사를 내세울 수 있는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며 일차 의료와 공공의료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자본의 이익을 위해 (코로나를 핑계로) 원격의료를 강행하는 것이다.


의료민영화는 보건의료를 “헬스케어”라는 이윤 창출 도구로 상업화하는 것이며, 신종코로나 사태 악화의 원인인 공공의료 붕괴를 더욱 부추긴다. 결국 공공의료의 강화와 확대는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현 정권과 정치권에게 기대할 수 없다. 바이러스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동시에 가장 절박한 주체인 노동자민중이 투쟁으로 쟁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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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구가톨릭대병원]



자본주의는 고칠 수 없는 감염병


앞에서 언급했듯 검역 및 방역 인력과 시설의 부족, 부실한 공공의료 체계가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를 악화시켰지만, 그 외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신종코로나의 발생 원인이다. 신종코로나 사태는 야생동물에 주로 기생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인체를 감염시켜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야생동물에 주로 기생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켰는가? 여기에는 이윤을 위해 무분별하게 환경을 파괴하는 자본주의적 생산에 그 원인이 있다. 대규모 산림자원을 파괴하면서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면이 확대됐고, 야생동물의 생존은 위기에 처했다. 바이러스 역시 멸종해가는 야생동물에 남아있기보다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숙주로 인간을 선택한 것이다.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2년 메르스, 2019년 신종코로나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에서 필연적인 경제공황처럼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에 의한 새로운 감염병이 5~7년 단위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데다가 그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또한, 화석원료를 이용한 자본주의적 대량생산이 공기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면서, 모기와 진드기의 서식지가 더욱 넓어졌다. 이 때문에 뎅기열, 황열, 말라리아,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SFTS) 등 모기와 진드기에 의한 감염병 역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생산을 환경친화적인 새로운 생산체계로 바꾸지 않고서는, 이 감염병 유행사태를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둘째,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치료와 대응이다. 지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여러 나라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수조 원의 돈이 들어간다. 그러나 수익 창출은 쉽지 않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될 때쯤이면 그 질병은 이미 지나가 버렸을 수도 있고, 다시 발생한다는 보장도 없다. 즉 개발된 치료제와 백신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의 입장에서는, 수익이 불확실한 곳에 선뜻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의료도 이윤 창출의 도구로 보는 자본주의적 의료 체계에서, 사스나 메르스, 신종코로나 같은 단발적인 대유행의 감염병을 대처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적 의료가 수익 창출이 용이한 진단과 치료에 집중돼 있고, 수익 창출이 용이하지 않은 예방적 의료에는 관심이 없는 이유다.


질병을 ‘개인적인 사건 혹은 책임’으로 간주하고 개인의 질병에 대해 진단과 치료를 집중해온 자본주의적 의료로는 더 이상 신종코로나 같은 대규모 감염질환이나 질병의 예방과 사회적 대응을 감당할 수 없다. 의료와 질병은 ‘사회적’인 것이다. 진단과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과 생활환경 개선까지 포함하는 통합적인 새로운 의료, 수익성 계산에 매달리는 자본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의료로의 변혁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