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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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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03.16 17:29

기후위기, 탈핵, 그리고 노동자


남영란┃부산



2020년은 핵발전이 어떻게 인간과 자연을, 그리고 공동체를 파괴하는지를 보여준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한 지 9주기가 되는 해다.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후쿠시마 핵사고는 끝나지 않았다. 후쿠시마가 인류에게 보낸 경고는 탈핵 시대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확산시켰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역시 탈탄소 시대를 제기하고 있다.


지구적 재앙과 위기는 우리에게 재생에너지라는 다른 에너지원의 개발뿐만 아니라, 다른 가치와 다른 삶의 방식, 곧 다른 사회를 요구한다. 이것은 인간이 자연을 약탈‧파괴하고, 인간에 대한 인간의 착취를 근간으로 했던 사회에 대한 저항과 함께 새로운 사회의 기초를 놓아야 함을 의미한다. 기후위기와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라고 말하는 순간, 그래서 다른 체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 순간 우리는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자본주의 체제를 떠받치는 모든 권력집단은 ‘체제 유지’를 전제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려 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이윤 논리, 자본의 논리를 바탕으로 탈핵‧탈석탄 에너지 전환을 전개하려 한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탈석탄 에너지 전환을 말하면서도 ‘경제성’ 논리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핵산업 육성’이라는 이름하에 핵발전 수출정책을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은 노동자들, 특히 에너지산업 노동자들을 매우 어려운 처지로 내몬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노후 발전소 폐쇄’를 내놓자 발전노조는 이를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지금까지 발전노조가 일관되게 제기했던 문제, 즉 민영화의 첫 단계로서 발전 부문을 5개 회사로 분할해 (비록 형태는 공기업이지만) 시장 논리에 따라 운영해왔던 전력산업을 다시 통합하고 공공성의 가치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정부는 들을 생각이 없다. 노후 발전소가 폐쇄된 자리에 더 많은 신규 화력발전소가 들어서고, 그 과정에서 민간 발전소의 진출로를 열어주고 있는 게 그 증거다.


결국 노동자들에게 남는 것은 ‘새로운 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구상과 경로’가 아니라 구조조정의 위협이다. 작년과 올해, 원전 주기기(원자로‧터빈 설비 등)를 생산해왔던 두산중공업 노동조합의 입장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탈핵 정책에 동의하지만 고용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전의 주장으로부터, ‘탈원전 정책이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전환이 생존권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가는 과정은 노동조합의 탓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점에서, 지난 2009년에 나온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한 노동자의 대안>이라는 연구보고서의 내용은 에너지 산업의 재편과 전환에 대해서 ‘구조조정을 전제하고 대응 방안을 고민해왔던’ 노동운동에 제기하는 바가 크다.



“탄소배출량의 감소는 필연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구조조정의 필연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탄소배출량과 고용인원이 직접적으로 비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탄소배출량의 감소가 필연적으로 모든 구성원들의 부담 증가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이윤논리 강화는 수많은 해결책 중의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 자본은 기후변화라는 인류 공통의 절대적 과제를 무기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실현시키려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탄소구조조정’이라는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자본의 이해관계는 에너지 산업의 재편을 왜곡하는 힘으로도 작동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 즉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원자력이나 신에너지의 비중확대가 우선되는 것이다.”


- 김경근, “기후변화와 에너지 산업의 사회공공성”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한 노동자의 대안>, 사회공공연구소 연구보고서 2009-11)



이 글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노동운동의 힘을 복원하는 데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기후변화가 반성과 성찰의 계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기존 질서에 대한 대안 제시가 당위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맺는 관계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이며, 새로운 인류 공동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 노동운동이 그 힘을 다시금 복원해야 한다. 탈핵‧탈석탄 에너지 전환에서 나의 일터를, 나의 삶을,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바꾸는 것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수세적으로 내 일자리를 지키는 투쟁의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노동해방’이라는 기치가 탈핵‧탈석탄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는 살아있는 기치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이 지면에서는 두 가지 문제를 짚어보려고 한다. 하나는 그동안 국내외로 많은 논의가 진행된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의 의미와 한계를 짚어보면서, 한국판 ‘정의로운 전환’을 모색해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노동조합운동이 놓치지 않고 지켜왔던 ‘사회공공성’이라는 의제를 중심으로 탈핵‧탈탄소 시대를 어떻게 조직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과제다. 이를 통해 막연히 ‘노동운동이 생태와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자기 의제화해야 한다’는 당위를 넘어, 자본주의가 아닌 대안 체제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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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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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참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