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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한복판에서 던지는 제안

재벌사내유보금 환수-노동자기금 설치부터 시작하자


김태연┃대표



기원전 1274년 이집트는 히타이트와의 전쟁 중 전염병으로 왕족과 귀족을 포함한 군인들의 대규모 죽음을 맞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 참가 자격조차 없었던 노예 신분의 이스라엘 민족은 전염병을 피할 수 있었다. 성경의 출애굽기에 언급되고 있는 모든 이집트인 장손들의 죽음은 아마도 이런 전염병 역사의 신화 버전일 것이다. 어쨌든 전염병으로 인해 이집트 지배체제가 약화되었고, 그 틈을 타고 이스라엘 민족의 대탈출 역사가 이루어졌다. 16세기에 아즈텍 제국을 침략한 스페인 군대가 퍼트린 천연두는 인디언 문명을 삽시간에 궤멸시키는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제국주의 시기에도 전염병이 있었다. 1817년 인도에서 발병한 콜레라는 영국군에 의해 유럽, 중국, 미국 등 전세계로 퍼져 1,500만 명이 죽었다. 조선에도 퍼져 호열자 또는 괴질로 불리며 악명을 떨쳤다. 1차 세계대전 중인 1918년의 ‘스페인독감’은 미국에서 시작되어 미군에 의해 유럽과 세계 각지로 퍼져 조선인 14만 명을 비롯하여 5천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런 대전염병들은 결과적으로 발전적이든 퇴행적이든 역사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는 역사를 바꿀 수준의 대전염병이 될 것인가


3월 26일 현재 전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50만 명을 넘어섰다. 증가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져서 하루에 10만 명이 늘어나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 8만 5천 명을 비롯하여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로 확대되고 있다. 이탈리아 7천 명을 비롯하여 사망자 수도 2만 명을 넘어섰다. 영국의 임피리얼칼리지 연구진은 금년말까지 최하 186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빠른 시간 내에 백신 개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고, 전염속도와 범위 그리고 예상 사망자 수로 볼 때 세계적인 수준의 대전염병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는 역사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가 자본주의 대공황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가 대공황의 직접적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구조적 경기침체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세계 자본주의 경제가 코로나 충격으로 대공황에 빠져들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전의 자본주의 경제공황이 금융위기에서 터졌다면, 코로나 사태가 촉발한 위기는 생산과 유통 등 실물경제에서부터 터지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 영세사업장, 프리랜서,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층이 집중되어 있는 부문부터 마비되기 시작한다. 코로나 때문에 목숨을 잃을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코로나가 촉발할 자본주의 경제위기로 인한 노동자민중의 고통이 더 무섭다.



재벌사내유보금 환수-노동자기금 설치부터 시작하자


1347년 유럽정벌에 나선 몽고군이 크림반도 공성전에서 흑사병으로 죽은 시체를 투석기로 성안에 던졌다. 흑사병이 전 유럽으로 전파되어 6년 동안 유럽 인구의 1/3인 3천만 명이 죽었다. 그로 인한 소작농의 노동력 감소가 봉건제 몰락의 서막을 열었다. 그렇다면 코로나는 밑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자본주의체제에 어떤 변화로 작용할 것인가? 경기도 등 지방정부들이 재난기본소득 등을 추진하고, 문재인 정부는 약 1천만 가구에 100만 원씩 지원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자본을 위한 경제살리기에 방점을 찍고 있고, 심지어 기업 지원을 위해 100조 원의 자금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미국 등 다른 국가들도 비슷하다. 이런 방식으로는 코로나로 가장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해법도 안 되고, 바닥이 드러난 자본주의체제를 조금도 바꿀 수 없다.


코로나 사태로 이미 위태로운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공황으로 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때문에 일차적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경영상 해고를 금지하고, 휴업급여를 상향하여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나아가 공황으로 치달으면 속출할 폐업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지금 당장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막대한 재원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기축통화를 쥐고 있는 미국이야 달러를 찍어내면 되겠지만, 한국사회에서는 가장 유력한 해법이 바로 재벌사내유보금의 환수다. 재벌사내유보금 환수로 노동자기금을 설치하고, 노동자의 해고금지를 위한 휴업수당 지원과 폐업한 기업의 노동자들에게 국가책임일자리를 마련하는 재원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스페인에서는 노인요양시설의 직원들이 도망가버려서 노인들의 시체가 방치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한국의 요양복지시설 공영화와 이를 위한 국가책임일자리 제도를 바로 코로나 사태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이윤을 위한 자본주의 시장원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방법이다. 노동자의 삶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공공적 원리이다. 이런 방안은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한국자본주의 밑바닥 곳곳에서 적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시장논리를 앞세워 파괴한 의료체계를 사회적 원리에 입각한 공공의료체계로 재구축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병원과 의료물품 생산시설의 국유화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을 사회주의라고 한다면 우리는 주저 없이 ‘yes’라고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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