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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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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차별이라 말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항의하는 전교조


장인하┃서울(전교조 조합원)



어디서 온 문자일까?


"1.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성명 관련- 강력한 항의(9일) 및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3개 공무직노조 대표들과 간담회 예정(25일)

… 중략 

3.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 유튜브 영상 관련- 항의 전달로 대표자 유감 표명 및 해당 동영상 수정(20일)"


지난 3월 23일,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전교조 본부에서 전체 조합원에게 발송한 문자였다. 투쟁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교조 본부가 항의했다는 것을 조합원들에게 공식적으로 홍보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교육공무직 노동자 투쟁 때문에

전교조 조합원이 줄고 있다?


문자를 받기 며칠 전부터 내가 들어가 있는 이런저런 소통방에 교육공무직 노동자* 투쟁 관련한 이야기가 올라왔다. 그 이야기인즉슨, △교육공무직 노조에서 개학 연기로 인한 학교 휴업 기간에 교사들만 재택근무를 하는 것을 ‘복무차별’이라고 문제 삼고 있는데 △전교조는 교사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교육공무직의 편을 들고 있으며 △특정 교원노조가 ‘자신들은 전교조와 달리 교사들의 이익을 진정으로 대변한다’고 주장하여 온라인 교사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실제 전교조 조합원들의 탈퇴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전교조 본부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에 항의하는 것을 선택했다. 본부에서 조합원들에게 발송한 문자에 대해 질문이 이어지자, 본부는 자신들이 문제 삼은 내용이 무엇인지 밝혔다.


“누구는 재택근무‧자율연수, 누구는 불안한 출근, 누구는 출근조차 못 하고 휴업수당도 못 받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 복무 차별 중단하라!”(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성명서 중 일부)


“초‧중‧고 교사는 자택 근무라는 이유로 월급을 지급하고, 학교 비정규직은 방학이라는 이유로 휴업수당도 없이 출근하지 말라 하고”(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 영상 발언 내용 중 일부)



차별은 차별이다


전교조 본부는 위 내용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복무 차별은 명백한 사실이다. 교육청은 개학을 연기하면서 복무지침을 내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교사들에게 3일 중 하루만 출근하고, 이틀은 재택근무하도록 했다. 반면 교육공무직 노동자 가운데 방학 중 근무자들에게는 정상출근 할 것을, 방학 중 비근무자들에게는 출근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교육청의 이와 같은 지침은 두 가지 점에서 복무 차별이다. 방학 중 근무자 역시 코로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데, 이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예외가 되었다. 방학에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방학 중 비근무자들은 개학 연기로 인해 한 달 더 임금을 받지 못하고 생계 위기에 내몰리게 되었는데, 처음에 교육청은 이에 대해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평등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교육청은 (방학 중 근무자에 대해서는) 같은 것을 다르게, (방학 중 비근무자에 대해서는) 다른 것은 같게 대함으로써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차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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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극복하기 위한 실천


차별을 차별이라고 한 것이 문제일 수는 없다. 만약 이를 문제 삼는 조합원들이 있다면, 교육청의 복무지침이 잘못된 이유가 무엇이고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교사노동자가 연대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조합원들에게 설명하고 토론해야 한다. 노동조합 바깥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문제 삼으며 탈퇴 공작을 벌이는 세력이 있다면, 학교 비정규직 노조에 항의할 것이 아니라 악선동하는 그들에게 항의해야 한다. 그러나 전교조 본부는 조합원의 정서와 탈퇴 압력을 이유로,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항의하는 길을 택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과 관련해 전교조 내에서 벌어지는 논란은 이번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때도 그랬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가 쟁점으로 떠올랐을 때도 그랬다.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가운데, 원칙을 흔드는 힘들은 점점 더 노골화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흐름을 극복하기 위한 기획과 실천이 시급하다.



*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의 자료(「교육기관 비정규직, 임금차별 실태」)에 따르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총 38만여 명)는 크게 교육공무직, 강사 직종, 기간제 교사, 간접고용 등 4가지로 분류되는데, 사무‧급식‧돌봄 등을 담당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는 14만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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