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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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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05.15 16:35

한부모는 오늘도 

절실히 요구한다, 

사회주의를


이승철┃집행위원장



“아빠, 이거 안 돼. 이리 와봐.”

오전 8시 30분, 오늘은 딸이 부른다. 온라인 수업 접속이 또 속을 썩이는 모양이다. 쉽게 풀어볼 요량으로 대답한다.

“아빠 설거지하고 있으니까 오빠한테 물어봐.”

“오빠는 뭐 이상한 거 하고 있어.”


결국 둘째 아이 방으로 간다. EBS 수강신청이 문제였다. 어떤 수업은 EBS로, 또 어떤 수업은 구글클래스로 진행되다 보니 신청 방법도 각각이다. 중학교 1학년 아이가 혼자 하기 마냥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오빠는 뭘 하길래 ‘이상한 거’를 한다고 하지?


첫째 아이 방에 가본다. 핸드폰을 침대 위에 세워두고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취한 채 셀카를 찍고 있다. 체육수업이란다. 화면에 나오는 체조 자세대로 사진을 찍어 보내야 출석이 인정된다고 한다. 혼자 핸드폰 위치 잡고, 타이머 걸고, 자세를 잡은 뒤 ‘찰칵’ 소리가 날 때까지 버티고 있자니, 내 아들이지만 꼴이 가관이다. 사진 세 방 박아주고 다시 부엌으로 간다. 요즘 우리 집 아침 풍경이다.


아이들을 두고 집을 나서는 길에, ‘과연 이게 학교 교육일까’ 궁금해졌다. 온라인 수업은 시작부터 진행까지 모두 평등과는 거리가 멀다. 집에 컴퓨터가 없는 학생, 혹은 컴퓨터가 한 대인데 아이가 둘인 집에서는 5인치 화면의 핸드폰으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워드프로그램이 필요한 과제는 핸드폰으로 할 수 없으니,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PC방에 가야 한다. 컴퓨터가 있어도 프린터가 없으면 또 문제다. 많은 과제가 ‘학습지를 출력해 문제를 풀고 사진 찍어 올리기’이기 때문이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고생이다. 이 중간에서 부모는 갑갑하다.


‘띠링’

문자가 한 통 온다. ‘학원 종일반으로 등록하면 온라인 수업-과제 전반을 챙겨준다’는 내용이다. 정부 보도자료를 보니, ‘원격수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란다. 등교개학일이 정해졌다는 공지 직후, 코로나19 ‘슈퍼확진자’가 나타났다는 뉴스에 한숨만 나온다.


왜 이렇게까지 ‘온라인 개학’을 무리해서 시작했을까. 왜 위험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등교개학’을 강행하려 할까. 법정 수업일수 때문이다. 수업일수에 목을 매는 이유는, 입시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필수적으로 동반하는 경쟁이 이 사달의 근원이다. 사회주의 교육이라면 어떨까. 사회주의가 지향하는 ‘필요에 따른 평등한 교육’이 실현된다면, 경쟁 입시는 설 자리가 없다. 경쟁과 입시가 사라지면, 수업일수는 등교 개학이 가능한 날부터 산정을 시작해도 아무 문제없다. 개학 연기가 길어져 수업일수가 정말 부족해진다면, 그때 부족한 부분은 올해 이후에 채워나가면 될 일이다. 그래서 한부모는 오늘도 절실히 요구한다. 사회주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