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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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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노동자 교섭권 보장인가, 

사용자 책임회피 용인인가

문재인 정부에 묻는다


나위┃서울



민주노총 342개 사업장, 

2만 3천여 명 조합원 원청 교섭에 나서


2020년 민주노총 비정규 투쟁의 목표는 간접고용 노동자 교섭권 보장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 내 342개 사업장, 2만 3천여 조합원이 투쟁에 나섰다. 금속노조 사내하청‧불법파견 사업장, 공공부문 자회사‧용역회사‧민간위탁 사업장, 케이블‧방송통신 용역업체 노동자들이다.


지난 4월 22일,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재난상황에 관해 간접고용 노동자 대책 마련과 교섭권 보장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100여 개 사업장 노조가 원청에 1차 교섭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참여 노조의 공동요구는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 전환 △원‧하청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원청 책임하에 임금‧노동조건 개선 등이다.


5월 8일 현재까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한국지엠, 아사히, 공공기관 한국마사회에서 답변을 보내왔다. 사용자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교섭대상이 아니”라며 “용역업체와 대화하라”고 했다. 자본은 노조법 2조의 허점(근로계약 당사자만 법적 사용자로 인정)을 악용해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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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동과세계]



원청 사용자를 교섭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원청 교섭 공동투쟁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을 매개로 한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노‧사‧공익 3자로 구성된 합의체 행정 기관으로서 노‧사 권리분쟁을 조정‧판정하는 준사법적 기관이다. 중노위는 노동쟁의 조정,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판정, 필수유지업무 결정, 복수노조 교섭단위 결정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노‧사 교섭과정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관할구역에 따라 지방노동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해야 하고, 조정이 결렬되면 쟁의권이 발생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교섭에 응하지 않는데, 이에 대해 노조가 조정을 신청하는 것이다.


2019년 중노위는 금속노조 9개 사업장(현대차, 현대중공업, 한국지엠 등) 사내하청 노조가 낸 조정신청에 “노조법상 원청은 교섭대상이 아니”라며 행정지도로 결론 지었다. 정부가 교섭책임조차 회피하는 원청에 면죄부를 쥐여준 셈이다.


올해는 작년 투쟁을 토대로 금속 사업장을 넘어 공공부문과 방송‧통신업종 등 더 많은 간접고용 노동자가 원청 교섭투쟁에 함께 나선다.



원청교섭 공동투쟁의 의미


간접고용 노동자의 원청 교섭권 쟁취 공동투쟁은 진짜 사장의 책임을 묻는 투쟁이다. 그간 기업은 사내하청‧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를 마음껏 착취해 이윤을 축적하면서도 모든 책임을 회피했다. 원청과의 교섭은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다.


또한 이번 투쟁은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비정규 노동자의 삶을 지키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대책이다. 정부가 연일 재난지원금, 고용보험 확대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지금 같은 재난상황에서 임금과 고용 등을 책임질 원청 사용자와의 교섭은 더욱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이번 투쟁은 문재인 정부에 최소한의 상식을 묻는 투쟁이다. 노동자들은 더 이상 정부에 “정규직 전환해 달라” 부탁하지 않는다. 우리가 직접 싸울 테니, 정부는 ‘원청 사용자가 교섭대상’이라는 상식적인 판결을 내려달라는 것이다. 원청 사용자를 교섭대상으로 보는 것이 불법도 아니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정부기관인 만큼 정부가 충분히 나설 수 있는 일이다.



사용자에게 책임을, 노동자에게 권리를!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5월 20일 중노위 공동 조정신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한다. 26일에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 방안>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며, 27일에는 세종시 노동부 앞에서 간접고용‧소수노조 사업장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결의대회를 연다. 이들은 교섭권을 박탈당해 사실상 노조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속노조는 20일부터 중노위 앞 농성투쟁을 진행한다. 원청 사용자를 교섭대상으로 인정하는 조정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각 사업장 원청 앞에서, 세종시 노동부 앞에서 ‘교섭권 보장’을 요구할 것이다.


이번 투쟁은 이후 노조법 2조 개정 투쟁으로 이어진다. 노조법상 사용자와 노동자 범위를 확대해 사용자에게 책임을 묻고, 노동자에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자본이 아무리 “비정규 노동자들은 우리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노동자는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책임질 진짜 사장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것을 바꾸라고 싸우는 것이 당연하다.


작년에는 중노위 결정이 ‘행정지도’로 그쳤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다. 다른 결정을 위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함께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싸우는 만큼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