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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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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


‘이천 화재 사고’가 아니라

‘한익스프레스 산재 참사’다



# 인터넷에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를 검색하면 크게 두 가지 사건이 나온다. 하나는 2008년 “코리아2000”이라는 회사의 냉동창고 참사, 다른 하나는 지난 4월 29일 발생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참사다. 그런데 산재사고가 터진 기업의 이름 대신 ‘이천 화재 참사’ 정도로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 표현에서부터 기업의 책임이 옅어지는 모양새다. 12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똑같은 산재 참사가 그대로 벌어졌다. 사고 직후 현장을 직접 방문했던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을 만나, 반복되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이번 참사 이후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가셨다고 들었다.


사고 다음 날 현장에 가서 거의 일주일 동안 있었다. 이천시와 재난대책본부, 발주사, 시공사 등에서 브리핑을 하는데, 한 유족이 그러시더라. ‘어떻게 사고가 났고 왜 죽었는지, 궁금한 게 너무 많은데 다들 미안하다고만 하고 가버린다. 그리고 브리핑 때 유족이 직접 앞에서 보고 얘기해야 하는데, 언제나 우리보다 카메라가 앞에 있다. 브리핑하는 사람들 얼굴을 직접 보지도 못했다’고. 그래서 그다음부터 언론사는 옆으로 빼고 가족들이 앞으로 가셨다. 유족들이 어떤 권리를 갖고 있는지, 이를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이 왔는데, 그때마다 유족들이 가장 많이 얘기한 게 ‘왜 이런 사고가 반복되느냐, 정부는 대체 뭘 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사들이 언제부터인가 ‘한익스프레스 산재 참사’라고 표현하지 않고 ‘이천 물류창고 화재’라고만 하는데, 유족들은 한익스프레스라는 발주처, 곧 원청이 책임져야 할 몫이 크다고 생각한다.



Q: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는 한화그룹 총수일가 친척이 대주주 및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주 고객 역시 한화 계열사라고 한다. 현장에서 목격한바, 이번 사고에 대한 한익스프레스의 태도는 어땠는지?


한익스프레스는 한화그룹 계열사였다가 90년대에 분리된 곳이다. 특수관계인 지분이 47% 정도 된다.


지난 5월 1일 발주처, 시공사, 감리사가 유족들 앞에서 브리핑을 했다.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대표가 직접 오긴 했는데, 말하는 투부터 억지로 끌려 나온 느낌이었다. 첫마디부터 ‘완공 두 달 앞두고 이런 일을 당해 황망하지만, 저보다는 일하던 근로자들과 가족들이…’ 이렇게 말하더라. ‘이런 일이 생겨 내가 몹시 당황스럽다’는 걸 먼저 생각했다는 것 아닌가.


한익스프레스는 ‘우리가 건설 쪽은 잘 모르니, 이를 감리사에 맡겼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천에서는 2008년에도 “코리아2000”이라는 회사의 냉동물류창고 화재 참사가 있었다. 당시 이주노동자 13명 포함 40명이 사망했다. 코리아2000은 물류창고 회사였지만, 건설사도, 시공을 감시할 감리사도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코리아2000과 같은 곳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발주처와 건설사, 감리사를 분리하게 한 것이다.



Q: 이번 참사에서도 피해 노동자들은 9개의 하청업체로 나뉘어 있었는데.


대개 시공사는 발주처에서 공사를 따내고, 밑에 하청을 둔다. 그 하청업체들 밑에 또 도급이 있다. 이번 사고에서도 시공사가 9개의 하청업체를 두고, 그 아래에 다시 도급을 줬다.


이런 구조가 생길 수밖에 없는 건 ‘비용과 공사기간’ 때문이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공사를 마치려 하는데, 이걸 결정하는 게 발주처다. 그 범위 안에서 시공사는 자기 몫을 키우기 위해 더 많은 하청을 쓰고, 하청업체도 자기 몫을 빼고 도급을 준다. 결국 이 문제를 완성하는 고용구조가 원청-9개의 하청업체-도급으로 이어지는 층층이 하도급 구조다.


비용 문제는 값싼 재료로 이어진다. 우레탄폼과 샌드위치 판넬은 예전부터 위험하다고 수도 없이 거론됐다. 대체재가 있는데도 안 쓴다. 값이 싸고,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는 발주처가 정한 공사비용과 기간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연히 노동환경은 고려되지 않는다. 이번 참사에서 지하 작업현장은 폐쇄공간이었다. 그러니 많은 유해물질, 특히 유증기가 떠다닌다. 환풍기와 환기구가 있어야 했지만, 노동자들의 증언을 들어 보면 적어도 각자 일하던 공간에서 이런 걸 본 적은 없다고 한다. 혼재작업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런 층층이 하도급 구조에서는 ‘우리 업체가 맡은 일을 정해진 기간에 해야’ 하니, 다른 업체 노동자가 어떤 작업을 하는지 볼 수가 없다.


결국 값싼 비용과 공사기간을 위해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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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해당 현장은 사고 발생 전에도 이미 수차례 화재 위험을 지적받았다고 하던데.


아까 얘기한 코리아2000 참사 뒤부터 ‘유해위험보고서’ 작성이 의무화됐다. 한익스프레스 참사 현장 역시 화재 위험을 지적받은 게 바로 이 ‘유해위험보고서’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건설 노동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 보고서는 원청이 직접 쓰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이걸 따로 써주는 업체도 있다고. 결국 형식적인 서류라는 거다. 당국은 서류를 보고 ‘이건 문제가 되니 시정하라’고만 할 뿐, 공사를 중단시키거나 하진 않는다.


물론 노동부가 불시 현장 감시를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현장 감시를 나오기 전에 회사 측에서 다 알고 미리 조치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부는 ‘현장을 일일이 감시할 인원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뽑아야 할 것 아닌가.


무엇보다 해당 현장의 준전문가인 노동자들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 현장 감시와 시정 요구 권한을 그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주고, 노동자들 가운데 현장감시단이나 명예산업안전감독관(명산감)을 늘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저들은 명산감 같은 걸 잘 활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Q. 이번 참사를 계기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는 게 다시금 드러났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향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이번 참사 이후 정부에서 여러 대책을 발표했지만, 유독 이번에도 빠진 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오는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 지난 4월 2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입법발의자로 나설 개인과 단체를 모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직후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이제는 정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사회적으로도 계속 나온다. 우리도 좀 더 시기를 당겨서 제정운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논의하고 있다.


물론 어떤 법과 제도를 만든다고 해도, 그게 현장에서 온전히 적용될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이를 현장에서 구현하고 실행하게 하는 건 실제 일하는 노동자들과 이 법의 적용을 받을 시민들의 힘이다. 그렇기에 입법발의운동의 대중적 확장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산재사고가 계속되는데 대체 달라진 게 뭐냐’는 분노가 올라오고 있다. 그 분노를 모아 우리의 요구로 만들고, 이번에야말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100% 재해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처럼 하루에만 7명씩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현실을 최소한이라도 바꾸는 투쟁을 해보자는 거다.



■ 인터뷰 = 이주용기관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