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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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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을 현실로, 꿈짓기”

퇴근길, 서로의 허기진 꿈을 같이 채워보아요


세연┃경기도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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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을 현실로, 꿈짓기”는 경기도당 수원분회의 2020년 프로젝트 사업이다. 사실 수원분회를 구성하고 있는 당원들의 활동영역은 아주 다양하다. 노동안전보건단체 활동, 노동조합 상근, 당 상근, 사무직 회사원, 페미니스트, 교육운동가, 예술 노동자 등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각자의 활동을 넘어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장점도 많지만, 하나의 사업을 기획하고 집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주의 대중화’라는 지상최대의 난제이자 중차대한 과제가 주어졌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결론은 ‘지역에 집중해보자’는 것이었다. 특정 현장이나 영역, 의제를 중심으로 조직화 사업을 하기가 마땅치 않은 분회의 상황을 고려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수원분회의 여러 조건이 마치 이 사업을 기다리고 있던 듯 맞춤하게 맞아떨어졌다. 오랫동안 지역주민운동 교육을 하던 당원 동지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뭔가를 도모하기 위해 책방을 열었다. 사업 거점인 공간과 대상지역이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할 열정을 불태우는 새로운 동지들이 입당하면서, 분회의 활력은 최대치로 충전된 상태다. 그렇게 탄생한 사업이 바로 “가능성을 현실로, 꿈짓기”다.



소소하더라도, ‘사회주의’로 수다 떨기


“꿈짓기” 사업은 거창한 프로젝트는 아니다. 한 달에 한번 당원들과 지역 활동가, 동네 주민들이 모여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수다도 떤다. 그렇게 고단한 현실을 넘어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나누고, 함께 만들어가 보자는 것이다.


2020년에는 총 6개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영화와 책을 번갈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 영화와 책들을 공통으로 묶는 키워드는 ‘사회주의’다. 가장 먼저 볼 영화는 켄 로치 감독의 <미안해요, 리키>. 사실 분회원 가운데 아무도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저 켄 로치 감독의 영화니까 믿고 보는, 혹은 보고 싶어서 선정한 영화다. ‘보고 나면 세상 우울해진다’는 평가 때문에 조금 망설이긴 했지만, 우리 삶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두 번째 프로그램은 <캘리번과 마녀> 읽고 이야기 나누기다. 새로 입당한 페미니스트 당원이 추천한 책이다. 엄밀히 말하면 저자가 사회주의자라고 하긴 힘들고, 책 내용도 사회주의를 직접 대안으로 제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형성과정에서 어떻게 여성의 노동을 주변화하고 여성을 재생산 기계로 만들어버렸는지에 대한 구조적인 탐색이 가능하다고 해서 골랐다. 주변의 여성주의 책읽기 모임에 단골로 등장하는 책이라, 한번쯤은 읽어봐야 할 것 같았다. 분량이 만만치 않다고 해서 두렵긴 하지만, 쉽게 읽힌다는 추천인의 말을 믿고 가보기로 했다.


세 번째로는 ‘존 레논’에 관한 영화 보기. 아직 영화를 확정하진 않았다. 존 레논과 비틀즈를 다룬 영화가 많아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결정하려고 한다. 존 레논을 선정한 이유는 그가 워낙 유명한 음악가이면서도 사회주의자라는 사실 하나 때문이었다. 게다가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을 테니, 금상첨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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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몰랐던, 사회주의자들의 이야기


네 번째 모임에서 읽을 책은 <세 여자>다. 말이 필요 없다. 재밌다(읽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주관이지만, 기획팀의 판단은 그랬다). 혹독한 식민지 시절, 사회주의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매혹적이다. 그들이 일군 혁명이 변질하는 과정, 그 소용돌이 속에서 죽거나 살아남은 사람들의 사연은 처연하다. 소설은 소설일 따름이지만, 북한 사회주의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도 조금은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도 있다.


다섯 번째 영화는 미아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 이 영화를 고른 이유도 단순하다. 감독이 사회주의자고, 영화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메시지로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동네 주민 상당수가 알만한 영화다. 요즘 같은 기후위기 시대에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뭔가 현재의 기후위기와는 살짝 핀트가 다르지만, 진행자가 이야기를 잘 풀어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읽을 책은 아인슈타인의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다. 천재 과학자이자 사회주의자였던 아인슈타인의 글을 모은 책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읽어 보지 않아서 소개하기가 곤란하다. 하지만 그 아인슈타인이 사회주의자였다니! ‘어서 그의 글을 읽고 그의 신념과 사상을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야지’라는 떨리는 마음으로 선정했다.


여섯 편의 영화와 책을 선정한 기준은 두 가지였다. 첫째, 어렵지 않을 것. 둘째, 누구라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다. 수원분회 당원을 제외하면 지역 주민이나 활동가들이 몇 명이나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영화와 책들을 함께 보면서 우리는 기쁘고 즐거울 것이다. 그 기운이 주변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내가 사는 동네의 작은 책방에서 사람들과 모여 함께 사회주의에 대한 수다를 떤다! 생각만 해도 근사하지 않은가?



* 우리 모임의 아지트가 될 <광화문 서림>은 광화문에는 없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파장동에서 만날 수 있다. <광화문 서림>이 궁금하시다면? 인스타그램 bookforest_20 으로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