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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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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KO지부 지부장



재벌에 돈 퍼주던 정부,

해고 노동자 앞엔 ‘철거반’으로 나타났다


#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산업에 정부는 40조 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우선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총수일가의 경영 실패로 위기에 처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이미 국책은행의 공적 자금만 3조 원 넘게 들어가 있다. 정부는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연일 외쳐대지만, 그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정작 하루아침에 해고와 무급휴직으로 내쫓기는 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를 청소하고 고객 수화물을 분류해 나르던 하청 노동자들이 해고당한 이후 투쟁에 나서자, 국가는 이들 앞에 ‘철거반’으로 나타났다.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두 번째 농성장을 차리고 싸움을 이어가는 아시아나KO지부 김정남 지부장을 <변혁정치>가 만났다.



Q: 아시아나KO 소속 노동자들은 그간 어떤 업무를 맡아 오셨나?


“아시아나KO”는 아시아나항공의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아시아나에어포트”의 하청이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기내청소와 수하물 분류를 맡고 있다. 지상조업은 비행기에 근접해서 기계로 짐을 싣는 등의 업무를 말하고, 저희는 그 이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고객들이 수하물을 맡기면 이를 항공기 편수별로 분류해서 지상조업 근무자들 앞에 가져다주는 게 저희 일이다. 기내청소는 말 그대로 비행기가 들어오면 올라가서 그 내부를 다 청소하고 소독하는 업무다.


원래 아시아나KO 직원이 500명 정도였는데, 코로나로 희망퇴직을 받아 120명가량이 나갔다. 무기한 무급휴직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한 사람이 360명 정도고, 현장에는 필수유지업무 인원으로 160명이 일하고 있다. 나머지 200명은 지난 5월 1일부터 무기한 무급휴직에 돌입했다. 무급휴직을 거부했던 저희 민주노조 간부 포함 8명은 5월 11일 자로 정리해고됐다.



Q: 많은 항공사가 지상조업을 하청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값싸게 부려먹는다던데.


말씀드렸듯 아시아나항공은 지상조업을 “아시아나에어포트”라는 계열사에 하청을 주고,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저희 같은 KO나 AO라는 업체에 재하청을 준다.


저희는 최저임금 노동자로서, 여름에는 에어컨도 없이 40도 더위에서 기내청소를 해야 한다. 기내청소를 야간에 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 기내에 등을 켜주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각자 후레쉬나 휴대폰 라이트를 켜고 일하다가 의자에 부딪혀 다치신 분들도 많다. 게다가 기내청소에는 유해 약품을 사용하는데, 보호장구도 자급하지 않고 일을 시켰다. 이 점은 노동부에 고발해서 시정한 부분인데, 그전에는 약품을 쓰는 상황에서도 마스크나 장갑도 없이 일해야 했다.


노동시간을 보자면, 보통 하루에 12~13시간 정도씩 근무했다. 휴식 시간이 제대로 있던 것도 아니었다. 사측은 ‘하루에 7시간 20분씩 일을 시키고 40분 일찍 퇴근시켰으니 사실상 휴게시간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저희는 20~30분 정도 식사 시간도 제대로 받지 못해서 밥 먹다가도 일이 생기면 나가야 했다.


그래서 저희가 ‘휴게시간을 주지 않고 일을 시켰으니 그만큼 임금을 체불한 것 아니냐’고 제기했고, 이 때문에 노동부 특별근로감독관이 현장에 나와서 직접 사정을 살펴본 뒤 ‘더 볼 것도 없다, 휴게시간 안 준 게 맞고 체불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적도 있다. 당연히 회사는 체불임금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까지 가게 됐고, 1심에서 ‘체불임금 100%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는데 현재 2심에 계류 중이다.


회사는 저희에게 물먹을 시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을 시켰다. 그리고 주로 기내청소를 담당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오래 근무하다 보니 손가락도 휘어지고 근골격계 질환도 달고 산다. 구구절절 얘기하기도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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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늘푸른소나무)]



애초부터 사측의 목적은 정리해고였다


Q: 정리해고 통보를 받으신 지 곧 한 달이 된다.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사측에서 무급휴직을 강요하자 이를 거부한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하게 됐다고 들었는데.


아시아나KO에는 저희 말고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데, 거기가 현재 다수노조다. 처음에는 이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지난 3월 16일에 사측과 합의해서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평균임금 70%를 주는 유급휴직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유급휴직이라니 얼마나 좋아했겠나. 모두 동의서를 썼다.


그런데 그 후 불과 4일 만에 회사가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받겠다고 통보했다. 곧이어 3월 24일에 사측과 한국노총 소속 노조 간 2차 협의가 있었는데, 여기서 ‘무기한 무급휴직에 돌입하며, 동의하지 않으면 정리해고 대상’이라는 합의를 맺었다. 근무 인원은 20%만 남겨두고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면 노동자들을 다시 불러들이되, ‘회사가 매긴 점수 순서대로’ 복직시키며 이를 전적으로 회사에 일임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해버린 거다.


결국 저희 같은 처지에서는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면 곧 해고당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민주노총 소속인 저희는 제2 노조로서 이전부터 산업안전이나 체불임금 건 등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며 싸웠고, 당연히 회사와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무기한 무급휴직 이후 회사 마음대로 정한 순서에 따라 불러들인다고 해놓으면, 회사가 저희를 복귀시킬 리가 있겠나. 이 합의는 저희 민주노조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랬더니 회사는 3월 말까지 희망퇴직으로 120명을 내보내고 4월 한 달 유급휴직을 실시한 뒤, 5월 1일부터 200명은 무급휴직에 들어가고 이를 거부한 저희는 5월 11일 자로 정리해고했다.



Q: 정부는 항공기 지상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임금의 최대 90%까지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주겠다고 했는데. 사측이 이조차 거부하고 무급휴직과 정리해고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


제가 항상 얘기하는 것이기도 한데, 결국 회사의 목적이 정리해고였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하는 것조차 외면하는 거라고 본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현재 코로나로 불투명해지기는 했지만, 작년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하겠다고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런데 매각 대상에서 저희 아시아나KO는 빠졌다. 아시아나KO는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삼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박삼구가 아시아나KO에 대해서는 자기가 계속 쥐고 가려 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인천공항이 거의 셧다운되고 비행기가 뜨질 않으니, 박삼구 입장에서는 ‘일단 기존 인원을 정리해고하고 나중에 뽑아서 쓰자’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사측은 ‘박삼구가 자르라고 했다’고 말할 순 없을 테니, 무급휴직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대는 게 ‘(앞서 민주노조에서 제기했던) 체불임금 건 때문에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다.


하지만 사측의 변명은 사실과 다르다. 며칠 전에 저희가 투쟁하면서 회사 사무실로 밀고 들어갔는데, 회사 대표가 하는 말이 ‘자신은 사표 쓸 각오 하고 유급휴직을 실시하려고 했는데, 원청(아시아나에어포트)에서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 체불임금 건 때문에 못 하는 게 아니라, 원청이 강압해서 안 하는 거다.


저희가 이곳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천막 치고 20일 넘게 싸우고 있는데, 아시아나항공 측에서는 “당신들은 ‘아시아나에어포트’의 하청이고, 우리는 현대산업개발에 매각되는 단계라 금호 측과는 관계가 없어 해줄 게 없다”는 태도다.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정부지원금이 나와도 지상조업 부문까지는 내려오지 않으니 하청업체에 줄 돈이 없다’고 하고.


결국 무기한 무급휴직은 사측이 ‘제풀에 떨어져 나가겠지’하고 기대하면서 희망고문을 하는 거다. 6월에 또다시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월급 없이 1~2개월 살아보라고 한 뒤, 희망퇴직 실시해서 다 나가길 바라는 것 같다.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 현재 아시아나KO에서 160명 정도가 필수유지업무 인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원래 저희 전체 인원이 500명이었으니 그 30%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데 예전에 저희가 파업을 하려고 했을 때 사측은 ‘필수유지업무 인원으로 85~90%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과거 사측 말대로 정말 공항에서 필수유지업무 인원이 80% 이상 있어야 한다면, 지금도 어떻게든 퇴직자 없이 그 인원을 확보해서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500명이 일할 때도 바빠서 허덕였는데 말이다.



말로는 ‘고용유지’ 외치던 정부,

정작 돌아온 것은 국가 폭력


Q. 해고당한 아시아나KO지부 노동자들이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 농성에 돌입하자, 종로구청이 집회 금지 명령을 내리고 농성장을 강제 침탈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5월 18일에 저희 농성장이 처음 철거당했고, 23일에 두 번째 농성장을 쳤다. 그러자 곧바로 종로구청이 이 일대에 집회 금지 명령을 내려서, 저희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결국 기각됐다. 현재 구청에서는 계속 철거 계고장을 붙이고 있다. 언제 쳐들어올지는 알 수 없지만. 경찰도 집회 금지 현수막을 붙여 놓고, 아침에 저희가 선전전을 진행하면 와서 지켜본다.


저희도 이렇게 농성투쟁을 진행하면서 행인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 저희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누구 하나 우리를 쳐다봐주지도 않고 우리 얘기를 들어주지도 않는다. 저희라고 시민들에게 불편 주는 게 좋아서 이렇게 하는 게 아닌데. 종로구청이나 서울시, 나아가 정부는 이런 해고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전달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무조건 입을 틀어막으려 하고 강제철거만 밀어붙인다.


얄궂게도 우리 농성장이 처음 침탈당한 게 5.18 40주년 기념일 아침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 기념식 행사장에 가서 떠들고 있던 바로 그때, 우리는 강제 철거로 짓밟히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가 폭력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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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부는 코로나 사태 대응책으로 무려 40조 원에 달하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해 항공업에 우선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하청 노동자들이 무급휴직이나 해고로 밀려나는 데 대해서는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것 같은데.


원청, 조업사, 하청 등으로 나뉘어 있지만, 결국 다 아시아나 항공기를 위해 일한다. 정부가 지원해서 기간산업 원청만 살릴 게 아니고, 하청에서도 해고를 금지시키는 등 같이 살 수 있게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에서 온갖 지원책을 발표해도, 하청 노동자인 우리에게는 전혀 와 닿는 게 없다.


무작정 세금을 낭비하라는 게 아니다. 당장 위기에 처한 하청 노동자들은 살려야 하지 않는가. 정부가 내건 조건을 보면 노동자 수가 일정 규모 이상인 회사에 대해서만 지원을 하는데, 지금 항공이나 공항 상황을 보면 300인 이상이든 이하든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다 생계 위기에 처했다. 정부에서는 임금의 90%를 지원해주겠다고 발표했지만, 회사는 그 나머지 10%조차 부담하기 어렵다고 노동자들을 해고한다.


매스컴에서는 하청업체에 대해서도 고용유지를 지원해준다고 떠들지만, 실제로는 온갖 제약이 있다. 노동자를 해고하면 차라리 지원금을 주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원청인 재벌기업들에 대해서는 수조 원씩 주는데, 우리 하청 노동자들은 계속 거리로 나앉는다.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까지 유지하도록 정부가 강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짧고 굵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저희는 계속 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을 거다. 박삼구가 나올 때까지 여기를 지키면서 외쳐대겠다. 헐면 또 짓고, 헐면 또 지으면서, 복직을 쟁취할 때까지 투쟁하겠다.



┃인터뷰: 이주용(기관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