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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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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예방만큼이나 

차별철폐 투쟁을 옹호하는 

WHO에 박수를 보낸다


김태연┃대표



지난 5월 1일, 코로나 사태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었지만 서울 시내 거리에서 노동절 투쟁이 전개되었다. 코로나 사태가 촉발한 경제위기로 수백만 노동자가 일터에서 내몰릴 위기 상황에서 해고 금지 등 절박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제도적 차별을 받는 노동자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였다. 집회 주최 측은 ‘2m 이상 거리두기’와 ‘방진복‧마스크 착용’ 등 감염병 예방조치를 첨부해 집회신고를 냈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집회를 불허했다. 이후 ‘불법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변혁당 당원 4명을 포함해 최소한 12명에게 출두요구서를 발부했다.


필자의 집에 종로경찰서에서 보낸 2차 출두요구서가 도착한 6월 8일, 세계보건기구(WHO)의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매우 인상적인 언론브리핑을 했다. “WHO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글로벌 운동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우리는 모든 종류의 차별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전세계 인종차별반대 시위 참여자들에게 최소한 1m 이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당부했다. 이날은 전세계적으로 13만 6천 건 이상의 신규 확진 건수가 보고됨으로써 코로나 사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날이었다. 감염병 방역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세계보건기구이지만, 인간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려는 거리 시위를 가로막지 않은 것이다. 한국 정부와는 참으로 대조적인 모습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6월 9일 현재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는 718만 명, 사망자는 41만 명이다. 이 중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태다. 확진자 수 2위인 브라질이 72만 명인데 비해, 미국은 203만 명이다. 사망자의 경우, 2위 영국(4만 명)보다 2배 이상인 11만 3천 명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자본주의의 밑바닥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밑바닥까지 드러났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인종차별에서 비롯한 국가폭력으로 살해된 것이다. 이에 분노한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영국에서는 분노한 시위대가 17세기에 악명을 떨쳤던 노예무역상의 동상을 끌어내려 강물에 처박아버렸다. 인종차별반대 시위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전지구적 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최악의 코로나 사태를 겪고 있는 미국에서 인종차별반대 투쟁이 터지고, 전세계적인 코로나 사태 와중에서 인종차별반대 시위가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우연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코로나 사태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폭발적으로 드러냈고, 코로나 사태가 촉발한 자본주의 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인종차별과 계급차별 등으로 인해 자본주의 구조의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이다. 코로나 사태는 뇌관이다. 화약처럼 뭉쳐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폭발시키는 뇌관이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잠잠해질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결국에는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수년 동안 재앙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터진 인종차별은 성차별, 계급차별과 함께 수백‧수천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인류의 뿌리 깊은 재앙이므로,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차별을 뿌리 뽑을 백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약 개발은 아직 신통찮지만, 오히려 차별을 뿌리 뽑을 수 있는 백신은 이미 개발되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차별철폐 투쟁이다. 코로나 백신이 빨리 나오기를 기대하듯, 미국에서 시작된 인종차별철폐 투쟁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 지역에서 “차별철폐 대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가장 차별받고 있는 비정규‧불안정 노동자층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낭떠러지로 밀려나고 있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해고 금지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로 목숨마저 차별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계급차별뿐인가?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람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도 요구하고 있다.


6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위기가 불평등을 키운다는 공식을 반드시 깨겠다”고 말했다. 내 기억으로는 대통령이 한 발언 중 가장 멋있는 발언이고, 전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싶다. 대통령이 얘기했듯이 자본주의 위기는 항상 불평등을 키우고 차별을 재생산해 왔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존재 기반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멋있는 말에 걸맞은 내용은 없다. 대통령이 추진을 당부했다는 ‘고용안전망 수준 향상, 국민취업지원제도 발전시행, 긴급복지지원요건 완화,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 40대 맞춤형 일자리 정책 및 지역상생형 일자리 창출’ 등으로 차별과 불평등이 해결될 수는 없다. 노동절 거리집회에서, 그리고 지금 전국 각 지역의 차별철폐 대행진에서 제기하고 있는 해법들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하기야 다른 날도 아닌 노동절에 불평등을 해소하고 차별을 철폐하자는 노동자 집회를 불허하고 소환장을 날리는 정부의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사회변혁노동자당은 6월 14일부터 시작하는 수도권 지역 차별철폐 대행진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리고 노동절에 이은 비정규직 공동행동 2차 투쟁을 6월 20일에 전개할 예정이다. 아마도 이 투쟁에서 또다시 불법집회로 소환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멋있는 말은 접어두고, 차별철폐 집회를 옹호하는 WHO 사무총장에게 배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