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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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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06.1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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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이거나, 무능하거나, 둘 다이거나


몇 년 전쯤, 어느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 집회에 참가했다가 투쟁과정에서 경찰과 마찰을 빚은 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대단히 고압적이던 검사는 대뜸 ‘반성문을 쓰면 참작해주겠다’며 ‘참회’를 요구했다. 모욕감을 느낀 나머지 ‘당신이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해보라’고 답하며 거부했고, 검사는 ‘개전의 정이 없다’는 말로 조사를 끝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얼마 뒤 약식명령으로 벌금이 떨어졌고, 당시 마땅한 생계수단이 없던 차에 감사하게도 여러 동지들의 도움 덕분에 노역을 면할 수 있었다.


이 나라에서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법은 딱 1만 명에게만 평등하다’는 말이 나왔을까. 얼마 전 법원이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공장 바닥을 뜯어 증거를 숨기고 관련 파일도 삭제했음이 드러났는데, ‘이미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으니 구속할 필요가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였다. 반면 지난해 법원은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을 이유로 민주노총 간부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는데,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관계자 수십 명에 대한 조사와 압수수색을 벌여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뒤였다.


이제 기세등등해진 삼성과 이재용은 ‘검찰 기소 자체가 잘못됐으니 국민이 판단해 달라’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 결국 ‘쟁취’했다. 일개 자본가의 3대 세습에 국민연금까지 동원해 손실을 입혔는데, 이 정도면 이재용이야말로 ‘개전의 정이 없는’ 것 아닌가? 아, 이재용은 ‘반성문’을 써냈으니 참작해주시려는 건가? 회사에서 무려 4조 원대 회계조작이 진행되는데도 ‘전혀 몰랐다’는 이재용, 그리고 그 이재용 없이는 ‘중요한 결정 하나 내릴 수 없다’며 앓는 소리를 하는 삼성. 적어도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범죄자이거나, 무능하거나, 둘 다이거나. 어느 모로 봐도, 이재용의 경영권을 박탈해야 할 이유뿐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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