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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 아프면 쉴 수 있고,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


이태진┃충북



기관지위원장으로부터 ‘사회주의에서 노동자 안전과 작업 통제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주제로 원고 청탁을 받았다. 현실이 버겁다 보니 깊은 고민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언뜻 든 생각은 ‘노동자가 일터와 지역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테니, 노동과정에서 죽거나 직업병 피해자가 생기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에서 노동안전보건부장을 하다 보니, 종종 “이건 산재가 되나요?”,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전화를 받곤 한다. 사실 전화만으로 정확한 답을 줄 수도 없다. 그런데도 내게 전화를 하는 이유는, 해당 조합원이나 당사자가 온전히 치료에 전념(쉬면서 병원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원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바라는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자가 일하다 아프거나 병이 생기면 마음 놓고 편히 쉬면서 치료받고, 신체와 정신을 온전히 회복한 뒤 일터로 복귀해서 자기 노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아프면 쉴 권리’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바이러스가 퍼진 원인 중 하나는 감염이 의심되더라도 생계나 고용불안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일터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고용형태, 사업장 규모, 성별, 국적과 관계없이 누구나 ‘아프면 쉴 권리’를 누리는 게 사회주의 아닐까?


한편, 자본주의에서는 끊임없이 중대재해와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죽은 사람들은 있는데, 사업주와 기업은 처벌받지 않으니, 죽인 사람이 없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산업안전보건의 날” 50주년 축사를 통해 일터에서 노동자가 죽는 것은 “가족과 동료, 지역공동체의 삶까지 파괴하는 사회적 재난”이라 규정하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하고,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작업을 중지”하겠다고 했었다. 이후 중대재해 관련 지침이 만들어졌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발생 공정뿐만 아니라 사업장 전체를 멈추게 했다.


그러나 이 지침은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되지 못했다. 실제 중대재해가 벌어지면 노동조합조차 작업중지를 최소화하거나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본을 등에 업은 정치권과 언론은 작업중지를 가리켜 ‘회사를 망하게 하는 것’이라는 악선동을 해댔다. 그 결과 작업중지는 후퇴와 개악을 겪었다. 아무리 좋은 법‧제도가 있더라도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로 향유하고 사업장과 제도를 통제하지 않으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 2기가 시작됐다. 이제 법 제정을 넘어, 노동자와 시민의 목숨이 이윤보다 우선하는 사회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노동자들 스스로 자기 사업장과 지역에 대한 통제권과 개입력을 높이는 활동을 함께 벌여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주의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상상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현실에서 어떻게 발현하고 조직할 것인가 고민하는 게 절실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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