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109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07.01 19:02

<입만 열면 청년> 반년 돌아보기


<입만 열면 청년> 기획팀



지난 2019년 11월 1일, <변혁정치>는 통권 95호부터 개편호를 발행하며 “입만 열면 청년”이라는 신규 꼭지를 싣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입만 열면 청년을 거론하는 시대, 정작 청년들의 이야기는 왜곡된 틀이나 다른 누군가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이 사회의 모순에 어쩌면 가장 취약하게 노출된 그들의 말을 듣기 위해, “입만 열면 청년” 기획팀은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대담을 이어왔다. 이번에는 바로 그 기획팀으로 모였던 청년 당원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109_32_1.jpg

△ 최원정: 변혁당 인천시당 한국지엠분회



109_32_2.jpg

△ 고근형: 변혁당 서울시당



109_32_3.jpg

△ 송준호: 변혁당 선전위원장



109_32_4.jpg

△ 주솔현: 변혁당 인천시당




Q. <변혁정치>에 “입만 열면 청년”을 연재한 지 이제 반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입만 열면 청년” 기획팀에 합류하게 된 계기나 고민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주솔현: 저는 언젠가 당사에 앉아있었는데, 원정이가 “너 청년팀 같이 할래?”라고 물어봤어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하길래(웃음), “그래? 알았어”라고 대답하면서, 특별한 계기 없이 시작하게 됐죠.


송준호: 꼭지 기획 당시 맨 처음에는 학생위원회 담당 꼭지로 제안됐었는데, 제가 작년에 기관지위원회에 있을 때 이걸 청년 꼭지로 확대하자고 제안했어요. 학생 꼭지도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다루게 될 의제가 캠퍼스 사안이나 교육투쟁 문제로 한정될 것 같아서요. 물론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우리 당이 청년 문제를 좀 더 계급적‧사회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가 그걸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하게 됐어요.


고근형: 사실 지금 청년들은 신자유주의가 아닌 세상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세대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고 제 주변에서도 특히 ‘경쟁해야 한다’는 등의 생각이 강한데, 그렇다고 인생이 잘 풀리지도 않죠. 그래서 다들 뭔가 화가 나 있고, 적절히 배설하지 않으면 임계점이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청년층이 혐오감도 많고 무책임하다’는 담론이 많은데, 그 와중에 ‘청년들이 이런 불만을 갖고 있다’는 걸 끌어내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청년을 모아 인터뷰해보자는 기획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원정: 처음에 학생위원회 꼭지로 제출된 기획을 보고 그걸로는 부족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조직되지 않은 청년들이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는지 좀 더 많이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또래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회에서 많이 가시화되는 것 같지도 않고, 그간 <변혁정치>에도 많이 나오지 않아서, 이 기획 자체가 새로울 것 같아 함께하게 됐어요.



Q. 그간 “입만 열면 청년” 꼭지를 기획하면서 중점을 두고 싶은 게 있었다면?


최원정: 제게는 ‘좀 새로웠으면 좋겠다’는 게 제일 중요했어요. 해당 시기 청년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당원들에게 보여주고 사회에 던지는 게 새로울 수 있겠다 싶었죠. 대담자 섭외도 최대한 다양하게 해서 여러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했어요.


송준호: 청년이 너무 대상화되고 소재로 소비되다 보니, 우리 목소리를 주체적으로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초반에는 청년 자체를 다루는 이슈도 하다가, ‘사회 이슈를 청년 시각에서 다루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어서 그 두 개를 섞어가며 기획했던 것 같아요. 가끔 평가가 나오는 걸 보면 ‘독자들은 좀 더 청년 이슈를 원하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긴 하는데, 균형 잡는 게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주솔현: 어딜 가도 청년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아요. 하다못해 회의를 가더라도, 얘기를 꺼내면 무시당하거나 깊게 고민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기도 해요. 그래서 실제로 청년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싣고 싶었어요.


고근형: 저는 다큐멘터리 보는 걸 좋아하는데, 다큐를 보는 고정 시청자층이 있어요. ‘왜 그걸 볼까’ 생각해보면, 다큐를 보면서 사람들이 공감하거나 위안을 받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이 코너에서도 섭외하는 분들 모두 각자 사연이 있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건 공통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고. 저는 이 꼭지가 공통된 경험과 불만을 끄집어내는 자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그동안 진행했던 대담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주솔현: 저는 n번방 문제를 다뤘던 거요. 제 가장 큰 관심사였고, 페미니스트 동지들과 함께하는 인터뷰가 너무 즐겁고 공감되는 것도 많았죠.


송준호: 일부러 그 대담을 할 때 남성을 배치하지 않았는데, 그런 시도가 좋았던 것 같아요. 저 개인적으로는 “너 페미야?” 대담이 기억에 남아요. 솔현 동지를 그때 처음 봤고, 이 기획팀도 그때 갖춰졌고, 분위기도 좋았고. ‘이 팀은 좀 오래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원정: 저는 다 기억에 남지만, 특히 “라떼는 말이야”와 n번방을 다룬 대담은 둘 다 제가 참석은 못 하고 기사 정리만 했는데도 굉장히 좋았어요. “라떼는 말이야”는 다양한 의견이 많이 나와서, 제가 다 공감하진 않았지만 이런 주제를 다룬 게 좋았고. n번방 관련 대담은 동지들이 말을 참 잘 해주셔서 정리도 편했죠. “지금은 싸강시대”도 기억에 남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줌”을 한번 써보니까, 이걸로는 도저히 수업할 수 없겠다는 걸 딱 느꼈거든요.


고근형: 가장 최근에 진행했던 ‘코로나와 성 소수자 문제’를 다룬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무엇보다 참석하신 분들이 용기 있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했고.



Q. 여러 차례 대담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어려웠거나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요?


최원정: 저는 뒤로 갈수록 우리가 섭외할 대담자 풀이 확장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n번방 관련해서는 사이버 성폭력 관련 활동가를 섭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섭외가 잘 안 돼서 아쉬웠고.


고근형: 저는 인터뷰를 기사로 압축하면서, 지면을 항상 생각하다 보니 문장이나 단락을 들어내야 할 때가 하는데. 하나하나 들어낼 때마다 가슴이 아팠죠. 다 실어야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는데.


송준호: 우리 기획팀부터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어요. 좀 더 빨리 기획회의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제기가 있어서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그런 게 좀 아쉬웠죠. 시간을 충분히 두고 섭외하면 다양한 분들이 오실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고.


주솔현: 저는 개인적인 건데, 제가 뭔가 대담 진행을 많이 하다 보니 그게 어려웠어요. 말을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데 좋은 경험이기도 했죠.



Q. 아무래도 매번 ‘청년에 특화된’ 주제를 고르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주제를 선정하면서 ‘이게 청년만의 문제는 아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면?


송준호: 페미니즘 이슈를 다룰 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죠. 물론 한국 사회에는 나이주의가 있으니까 청년이자 여성으로서 겪는 가중치도 있지만, 예를 들어 여성이나 성 소수자면 대개 겪는 문제도 있을 거고. 그런 건 청년만의 문제는 아니겠다 싶기도 했어요. n번방의 경우에는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바가 있던 주제였고.


고근형: 다 그렇지 않을까요? “라떼는 말이야” 정도를 제외하면, 청년만의 문제라고 하기엔. 주거 문제도 전국민 절반은 자기 집이 없고, 일자리 문제에서도 전반적으로 실업률이 높고. 물론 ‘청년이기 때문에’ 느끼는 강도나 감정도 있을 것 같긴 해요.


최원정: 저는 ‘청년에게만 적용된다’는 식의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요.


주솔현: 저도 ‘청년 특화 주제’를 고르기보다, 특정 주제를 ‘청년의 시각에서’ 얘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청년만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송준호: 청년 문제라는 게 실은 한국 사회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겪을 수 있는 문제인데, 단지 가장 극단적인 경우가 아닐까 싶어요. 가령 사고 실험을 할 때, 원리를 부각하기 위해 일부러 극단적인 예시를 설정하는데, 현실에선 청년들이 그런 상황 아닐까. 주거든 무슨 문제든, 가장 취약하게 노출되는 청년을 통해 이 사안의 본질적인 문제를 볼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해요.



Q. 혹시 “입만 열면 청년”에서 꼭 다뤄보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송준호: 주솔현 동지 게임 좋아하시지 않아요?


주솔현: 하긴 하는데. 마침 우리 다음 주제를 게임으로 하면 어떨까요? 게임 속 여성혐오.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


송준호: 저는 다른 정당의 청년 당원들과 한번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까놓고 ‘민주노총 지지정당에서 녹색당 제외된 것 어떻게 생각해’ 이런 걸 솔직하게 물어보고 얘기해본다든가.


최원정: 저는 기획단계에서도 얘기했었는데, 청년 노동자들의 관점이나 알바 노동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담기면 좋을 것 같아요.


주솔현: 비건을 만나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송준호: 좋네요. 청년인데 비건으로 살기는 더 힘들 거예요. 비건 식당 의외로 비싸요.


최원정: 회사에서는 아예 못 먹는 걸 물어보지도 않아요. 사내식당에도 그냥 당연하게 고기가 다 들어가 있고. 그런데 비거니즘의 경우 다양한 입장이 있어서, 잘 조절해야 할 것 같긴 해요.


고근형: 저는 작년에 대학원생 문제를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건이 잘 안 돼서. 언젠가 다뤄보면 좋을 것 같아요.



Q. 그간 “입만 열면 청년” 기획팀 활동에 대한 소감을 한 말씀씩 해주신다면?


최원정: 저는 정말 열심히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평소 청년의 목소리에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이 꼭 술자리에 가면 청년을 앞에 두고 자기 얘기만 하는데, 그 사람들에게 우리 청년들에겐 질문 없냐고 물어보면 ‘물어볼 거 하나도 없다’고 대답해요. 청년의 생각을 한번 그대로 듣고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송준호: 일단, 지난 몇 달간 꾸준히 이 꼭지를 이어온 우리에게 박수! 청년 관련 의제로 단독 꼭지를 해본 게 <변혁정치>에서 처음이지 않았나 싶어요. 앞으로도 재밌는 주제가 많으니까, 해나가면서 그때그때의 재미를 갖고 어려움 헤쳐나갔으면 좋겠어요.


고근형: 저는 패널들 얘기를 정리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공감과 감동을 받을 때가 있어요. 게다가 비당원 패널들은 기관지에 실리는 게 저어될 수도 있을 텐데, 자기 얘기를 솔직하게 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많은 분들 얘기를 들을 준비가 돼 있으니, 앞으로도 많이 참여해주시면 좋겠어요.


주솔현: 어쨌든 제 나이 또래 사람들, 청년들과 만나는 게 즐겁고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