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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땅 위의 삶, 주거권으로 연결 짓기

- 서울시당 서부분회 <한국 주거권 운동사> 강연 후기


조진영┃서울시당 서부분회장



서부분회 “도시팀”


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시당 서부분회는 지역에서의 사회주의 활동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 전 “도시팀”을 만들었다. 최근 다시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듯, 서울의 핵심 문제인 주거권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이 쟁점을 중심으로 지역 운동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서부분회 “도시팀”은 우선 운동의 방향을 잡기 위해 한국 사회 주거권 운동의 역사를 함께 공부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8일 “월급 없이 월세 없다”는 제목으로 <한국 주거권 운동사> 강연을 열고, 그간 빈민‧철거민‧세입자들의 주거권 운동을 해오며 빈곤사회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몸담고 있는 이원호 활동가를 연사로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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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운동의 역사와 우리의 주거권


강연의 핵심 질문은 이것이었다: “부동산 재벌과 주거 빈민으로 극심하게 양극화된 서울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 답을 찾으려면 1970년대 산업화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른바 ‘산업역군’이라 불리며 도시로 밀려든 이농민(농촌에서 도시 지역으로 이동한 사람들)들은 정부가 아무런 주거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무허가 판자촌을 조성했다. 하지만 ‘선이주 - 후개발’ 정책으로 ‘도시개편’이라는 미명하에 대대적인 철거가 시작됐으며, 특히 88올림픽을 앞두고 건설자본을 활용한 민간 주도의 합동재개발이 도입된다.


이처럼 곳곳에서 민간자본의 투입으로 부동산 시장이 폭등하는 가운데 철거와 주택 부족 문제가 계속되자, 정부는 ‘소유를 대가로 한 타협’을 진행한다.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 한편, 주택담보대출과 분양권 등을 개선함으로써 ‘자가 소유’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모두가 그 대책의 혜택을 누린 건 아니었다. 개발은 끝이 없고, 공사를 멈추면 도시가 멈추는 마냥 계속해서 새로운 신도시와 뉴타운이 생기며 재개발은 이름과 장소를 달리해 진행된다. 그렇게 부동산 재벌과 다주택 소유자가 형성됐고, 살(live) 권리가 아닌 살(buy) 권리로서 부동산 ‘상품’만이 남게 된다.


폭력적 도시 개발 속에 저항의 역사는 언제나 존재한다. 민영화 개발에 맞서 경기도 광주대단지에선 거주민의 반이 넘는 3만~6만 명의 궐기가 일어났고, 이 대규모 도시빈민 투쟁은 무허가촌 양성화와 현지개량화 정책으로의 전환을 이뤄냈다. 이후 1980년대엔 “서울시 철거민협의회”를 창립하며 조직적인 철거민 운동이 시작됐고, 세입자용 임대주택 건립 의무화를 제도화하는 등 정책적 변화를 이끌었다. 강제 철거 반대 운동은 국민 주거권 운동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주거와 관련한 실천 전략을 제시하면서 2004년에는 “최저주거기준”이 법제화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 주거권 운동도 다원화하면서 그간 정책에서 배제된 청년이나 1인 가구, 장애인 등 당사자 운동이 확대됐고, 주거 연대체 활동으로 좀 더 조직적 연합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거대한 공사판에서 살아온 우리의 역사는 오늘날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경제위기에 팬데믹까지 덮친 이후, 고용위기와 주거위기 등 불평등은 더욱 심화했다. 연사는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수십만 명 규모의 “렌트 스트라이크(임대료 납부 거부)” 운동과 더불어 각국에서 시행하는 ‘강제퇴거 금지 조치’ 등의 제도적 장치를 소개했다. 해외 주거권 운동의 사례를 살펴보며 한국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우리의 운동적 방향을 모색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거권 자체를 우리의 권리라고 인식하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이번 강연은 마무리됐다.



무너질 수 없는 우리의 삶


지금의 구조에서는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익이 발생하는’ 부동산 투기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투쟁이 있었는지를 알게 되더라도 여전히 이 모순에서 벗어날 갈피를 잡는 일은 어렵다.


이제 서부분회 “도시팀”은 부동산 문제의 구체적인 폐해를 뜯어보기 위해, 부동산 매매를 비롯한 생산과 유통의 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다. 허위매물로 값을 올리는 부동산 중개업의 방식, 각종 특혜로 인한 투기 유발, 전세제도(보증금) 등 다양한 모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맥락들이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면서 그 원인들을 파악하는 작업을 지속하고자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와 관련한 주거운동 단위의 입장 차이를 비교 분석할 예정이다. 현재 주거권과 관련한 요구는 ‘임대차법 개정’으로 모이고 있는데, 그마저도 힘겨운 상황이다. 대개 부동산 관련 입법 제안은 ‘부동산 보유세율을 0.2%에서 1%로 강화해야 한다’는 정도다. 하지만 이런 세율 조정을 넘어서는 요구는 대부분 막혀 있다. 불로소득 환수 같은 적극적인 사회적 개입‧통제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대책의 한계는 명확하다.


주거권 운동은 현재 시민단체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부분회 “도시팀”은 그 입장들을 들여다보면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지역 주거권 정책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구체화할 것이다. 당사자 주체를 어떻게 찾아내고 모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정책 개발은 물론이고 그것을 넘어 담론과 운동을 조직할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이다. 많은 동지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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