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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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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07.30 13:13

‘정파’ 프레임, 

그 간교한 의도와 역사적 궤적


김태연┃대표



식민지배와 군사독재를 위한 ‘사색당파’ 프레임


필자는 초중등학교 시절에 역사와 수학을 좋아했다. 역사 서적은 지금도 즐겨 읽는 편이다. 그런데 한국사 중 ‘조선사’ 하면 유독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사색당파’다. ‘태정태세문단세’로 시작해 ‘정순헌철고순’으로 끝나는 역대 왕의 묘호와 함께, ‘동인‧서인‧남인‧북인, 노론‧소론, 대북‧소북, 대윤‧소윤’ 등등 사색당파의 족보가 주르륵 떠오를 정도다. 이와 함께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이 아직도 절반 정도는 혀끝에 붙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피살되었으니, 초중등교육 전 과정에서 군사독재정권으로부터 식민지사관을 주입받았기 때문이리라.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한 서중석 교수 같은 분은 이러한 필자의 생각이 추측이 아니라 명백한 역사적 사실임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사색당파’는 일제가 조선에 대한 식민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조장하고 유포한 식민지사관의 하나다. 일제의 식민지사관은 이광수의 ‘민족개조론’, 박정희의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 등으로 이어졌다. 박정희는 ‘당쟁은 순전히 관직 쟁탈을 위한 대립 반목에서 발생했다’는 식민지사관을 강조하면서, 군사 쿠데타 이전의 모든 정당활동 즉 해방된 조선이 어떤 세상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민주적 논의와 정치활동 일체를 탄압하며 군사독재정권을 합리화했다. 일본제국주의는 조선 식민지 지배를 위해, 박정희 정권은 군사독재지배를 위해 ‘사색당파’ 프레임을 사용한 것이다.



언론이 민주노총 공격을 위해 즐겨 사용해 온 ‘정파’ 프레임


자본과 정권을 대변하는 언론은 틈만 나면 민주노총을 공격해 왔다. 언론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민주노총 죽이기 수법이 바로 ‘정파’ 프레임이다. “민노총 내부 노선투쟁 격화(매일경제)”, “민노총 노선갈등… 강온파 대립(동아일보)”, “민주노총 ‘정파 폐해’ 자성(내일신문)”…. 2004년 8월 12일 자 언론기사의 타이틀이다. 당시는 민주노총 이수호 집행부와 노무현 정권이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노사정위원회 개편 문제를 논의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2004년 6~7월경 LG정유(현 GS칼텍스)와 서울지하철, 서울대병원 등에서 투쟁이 터지고 노‧정 관계가 악화하자, 이들은 이런 현장투쟁조차도 ‘노사정위원회 참가를 반대하는 <노동자의 힘> 등 강경파의 개입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파’ 프레임을 씌웠다.


다음은 2005년 2월에 언론이 쏟아낸 기사들이다. “민노총, 해묵은 파벌싸움 결국 곪아터져(매일경제)”, “민주노총, 최악의 내분으로 ‘벼랑끝 위기’ 자초(프레시안)”, “정파경쟁 ‘배타성’ 털고 ‘민주절차’ 세워야(한겨레)”,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내부 강경세력이 걸림돌’(한국경제)”…. 노사정위원회 참가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무산 사태에 대해, 정작 논란의 내용은 온데간데없이 ‘정파’ 프레임 씌우기에 혈안이었다.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뇌물수수 사태로 이수호 집행부가 총사퇴했던 2005년 10월 20일 기사도 마찬가지다. “‘단결’은 간데 없고 ‘정파’만 나부껴(오마이뉴스)”, “강경파 득세… 노사정 가시밭길‥ 민노총 앞날은(한국경제)”…. 성폭력 사태로 이석행 집행부가 총사퇴한 2009년 2월 9일에도 언론은 ‘정파’ 프레임으로 민주노총을 공격했다. “민노총, 강‧온 갈등 곪아 터지나… ‘성폭력 파문’으로 최대 위기 봉착(국민일보)”, “기강해이‧내부 갈등 중병 앓는 민주노총(경향신문)”, “‘온건파’ 이석행 지도부 총사퇴… 민노총 어디로(세계일보)”, “민노총 강경파 전면 나서나(서울신문)”, “강경파 득세, 계파갈등 심화 우려(헤럴드경제)”….



‘정파’ 프레임의 목적,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 옹호와 민주노총 죽이기


이처럼 언론은 민주노총 내에 문제가 생기면 묻지마식으로 ‘정파’ 프레임을 씌웠다. 노사정 사회적 합의구도를 둘러싼 차이는 서구와 남미 등 전 세계 노동운동에서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운동노선상의 문제다. 그것 때문에 심지어는 내셔널센터(노총)가 갈라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언론은 본질인 내용은 뒤로하고 ‘정파 갈등’만으로 호도한다. 심지어는 집행부의 뇌물수수나 성폭력 범죄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까지 ‘정파’ 프레임을 씌우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그런데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맥락이 있다. 모두가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는 이른바 ‘온건파’ 집행부를 옹호하고, 반대파를 비난하는 것으로 결론 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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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8일,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 합의 조인식이 열렸다. [사진: 청와대]



그러나 이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보수언론이 틈만 나면 구사하는 ‘정파’ 프레임의 끝은 민주노총 죽이기다. 민주노총 내 견해 차이의 내용을 숨겨버리고 21세기판 ‘사색당파’로 호도함으로써, ‘망해서 마땅한 조선’처럼 민주노총도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광수와 박정희 같은 자들은 자신의 주장과 이익을 위해 일제의 사색당파론을 거침없이 주장했지만, 노동운동은 그럴 수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민주노총 김명환 집행부가 대의원대회에서 그들의 사회적 합의안을 관철하기 위해 정파 프레임을 구사했다. 그들은 선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