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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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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07.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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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바꾸면 덜 천박해지나?


자취하던 시절, 서울에서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짜리 방을 구했다. 물론 7~8년 전인 데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동네였고, 게다가 비탈진 언덕 저 위에 있는 곳이었다. 언덕에서 조금씩 내려올수록 가격은 올랐고, 방 안에 인덕션과 전자레인지, 싱크대가 있으면 ‘당연히’ 더 비쌌다. 결국 이 모든 걸 포기했고, 세탁기는 공용으로 썼다. 3년 전쯤 다시 그 동네에 방을 알아보려 기웃거렸지만, 더 이상 저 가격으로는 이런 방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요새 2030세대도 ‘모이면 부동산 얘기’를 한다고 하던가. 그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와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났고, 여지없이 부동산에 대한 푸념을 듣게 됐다. 강남 아파트 매매가격이 20억 원이라고. 앞으로 한 푼도 안 쓰고 벌어도 20억 원은 만지지도 못할 돈인지라, 그들과 우리가 같은 세상에 살고 있긴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투기에 ‘원칙’이랄 게 있다면, 아주 간단히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들인 돈보다 더 비싼 값으로 남에게 팔면 된다. 따라서 집값이 오르리라는 믿음만 있다면, 온갖 빚을 끌어다 써서라도 집을 산다. 똑같이 엄청나게 빚을 낸 사람이든 현금부자든, 나보다 높은 가격에 사주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그렇기에, 문재인 정부는 결코 집값을 끌어내리려 하지 않는다. 주택 가격이 무너지면 부채로 지탱한 저 거품이 꺼지면서, 신용 경색을 필두로 자본주의 시스템이 결정적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적어도 집값 측면에서 보면 제2의 강남 개발과 다를 게 있을까. 부도덕한 탐욕이나 ‘천박함’이 아니라, 주택이 돈을 주고 매매하는 상품이라는 것 자체가 투기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바꿔야 할 건 수도가 아니라 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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