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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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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구조조정, 지금 여기에


위기로부터 전환의 전망을 형성하자


해고 금지‧노동개악 저지

사내유보금 환수‧기간산업 국유화를 위한

하반기 공동투쟁을 제안한다


백종성┃조직‧투쟁연대위원장



구조조정 확산


6월 IMF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1.2%에서 -2.1%로 낮췄고, 지난 8월 27일 한국은행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애초 -0.2%에서 -1.3%로 낮췄다. 세계경제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은행은 2020년 세계경제성장률을 -5.2%로, IMF는 -4.9%로 전망하는 등 모두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침체를 말하는 형국이다. 코로나19 이후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선언한 미국이 6개월 동안 투입한 화폐는 3조 달러로,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양적완화’라는 말이 세상에 나온 후 미국이 10년간 투입한 규모와 맞먹음에도 상황은 이러하다.


지난 7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6월 국내 실업자는 122만 8천 명으로, 2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6만 5천 명 줄어, 업종 중 감소폭이 가장 크다. 초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해고와 계약해지가 이미 제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고용 감소 중 임시직 노동이 93.8%를 차지해, 비정규‧불안정‧미조직 노동자가 먼저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


7월 고용 역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만 7천 명 감소해 3월(-19만 5천 명), 4월(-47만 6천 명), 5월(-39만 2천 명), 6월(-35만 2천 명)에 이어 다섯 달 연속 감소했다. 2019년 동월 기준이 아니라 전달 기준으로 보면 올해 5월 이후 7월까지 고용이 소폭 나아지는 것으로 보이나, 고용회복 전망은 어둡다. 비정규‧불안정 노동자가 구조조정의 제물이 되고 있음은 물론, 이미 조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강도-저강도 구조조정 역시 일상화하고 있다. 7월 3일 금속노조가 집계한 지역지부 소속 구조조정 사업장만 103곳에 달하는바, 그 양상은 휴업과 폐업, 해고와 계약해지, 임금반납, 강제 연차사용과 각종 수당 미지급, 조식‧간식 폐지를 비롯한 각종 복지 축소까지 모든 형태를 포괄한다. 위기 심화에 따라 이스타항공, 쌍용차 등 기간산업 주요 사업장에서 구조조정 위기가 고조하고 있다.



한국판 뉴딜,

이명박의 녹색성장‧박근혜의 창조경제와 다르지 않다


7월 14일 문재인은 2025년까지 160조 원(국고 114조 원, 민간‧지자체 투자 46조 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이는 △그린뉴딜(73.4조 원) △디지털뉴딜(58.2조 원) △안전망 강화(28.4조 원)로 구성돼 외견상 거대해 보이는 계획이나, 정작 뉴딜의 핵심인 대폭적 노동권 신장과 사회안전망 강화 조치는 누락됐다. 정부가 내세우는 ‘전 국민 고용보험’조차 특수고용노동자 220만 명 중 150만 명을 배제하고 있을 정도다. 결국 한국판 뉴딜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폐기와 함께 전면에 내세운 ‘혁신성장’의 코로나 국면에서의 발현일 뿐이다.


자본을 위한 규제완화로 점철된 한국판 뉴딜은 역사 속 뉴딜과 연관이 없다. 1935년 미국 2차 뉴딜의 핵심은 ‘전국노동관계법’이다(발의자인 와그너의 이름을 따 ‘와그너법’으로도 불린다). 와그너법은 단결권‧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어용노조를 불법화했으며, 부당노동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해 금지했다. 전국노동관계법 외에도 사회보장법으로 고용보험과 연금 등 국가적 사회안전망을 확립했고, 부자 증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1944년, 미국 최고소득세율은 94%였다. 물론, 국가는 그 대가로 노동계급에게 자본의 인사‧경영권에 대한 인정을 요구했다. ‘임금과 고용조건’ 이외의 대상은 쟁의행위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이라는 유화 조치를 통한 노동운동의 순치(馴致), 이것이 미국에서 이뤄진 ‘새로운 계약(뉴딜)’이었다.


그러나 한국판 뉴딜에는 이마저도 없다. 그것은 철두철미하게 자본 편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대공황 당시의 ‘후버댐 건설’을 흉내 내며 소위 ‘데이터 댐’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수표를 남발했을 뿐, 그들이 제출한 계획에는 획기적 노동시간 단축으로 총고용을 보장할 전망도, 불가역적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전망도 없다. 한국판 뉴딜은 새로운 정보‧통신‧의료산업을 형성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며, 그 과정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는 ‘인형 눈 붙이기 디지털판’이라고 불리는 데이터 라벨링 등 단기 저임금 일자리가 태반이다.


결국 정부는 대규모 재정투입을 통한 이윤회복‧자본 살리기 정책을 펼치는 와중에, 이미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할 수밖에 없는 단기일자리 창출 계획과 사회안전망 보완조치를 일부 끼워 넣고선 이를 ‘뉴딜’이라 부르고 있을 뿐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내건 뉴딜은 국가 주도로 신산업과 시장을 키워 자본에게 헌납하겠다는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대대적 기업 살리기, 노사정 합의와 경사노위 가동을 통한 계급투쟁 관리 강화, 이에 구조조정과 노동개악을 비롯한 대(對)노동 공세가 종합되는 형국이다.



노동유연화와 노동기본권 박탈, 

다가오는 노동개악


하반기 국회에서는 노동개악이 대거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 유행 이후 대기업 75%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거나 확대했고, 그중 과반(51.1%)은 코로나와 무관하게 유연근무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자본은 노동유연화를 주문하고 있으며, 손경식 경총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에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를 강력히 요구한 일은 우연이 아니다(7월 21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6월 1일) 역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직무급제 지속 추진’을 명시하고 있다.


노조법 개악 역시 추진될 것이다. ILO 협약 비준을 빌미로 한 노동기본권 후퇴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정부는 △사업장 쟁의행위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등의 안을 담은 노조법 개악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실업자‧해직자 노동조합 가입허가(노조법) △퇴직 교원 교원노조 가입허용(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 가입 조건에서의 ‘6급 이하 제한’ 삭제(공무원노조법) 등과 거래하려는 외양을 취하는바, 교사-공무원 단위의 대응 역시 중요하다. ‘이따위 거래는 필요 없다’고 단호하게 개악 반대투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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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체제에 맞선 정치투쟁 전망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4대 권리’를 하반기 중심 의제로 결정했다. 곧 해고 금지(일할 권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노조법 2조 개정(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근로기준법 11조 개정(5인 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근기법을 보장받을 권리) 등을 중심 요구로 9월 이후 ‘전태일 3법’ 발의운동에 집중하며, 10월 24일 ‘전태일 3법 쟁취 비정규직 철폐’ 결의대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전태일 3법 쟁취운동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진행되는 구조조정과 노동개악을 돌파할 투쟁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결과, 전태일 3법 쟁취운동은 그 의도와 무관하게 당면한 싸움을 우회하는 경로가 될 수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개악 저지투쟁 계획으로 ‘국회 상임위 노동개악안 심의 시 총파업’이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고, ‘상임위 심의 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 개최를 통해 총파업 일정과 전술을 확정한다’는 방침을 결정했을 뿐이다. 하반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교조, 각 지역본부 등 주요 노동조합 선거가 진행된다는 것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안이하다.


아래로부터, 싸움은 이미 진행 중이다. 생존권과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아시아나KO 노동자, 대리운전‧건설기계 등 비정규-특수고용노동자가 싸우고 있다. 청산과 폐업에 맞서 대우버스, 현대위아,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다. 이스타항공 노딜과 대규모 구조조정 방안 발표에 따른 9월 항공산업 대량해고 위기, 쌍용차 파산 위기 역시 존재한다.


당면 과제는 아래로부터 벌어지는 싸움을 방어하고 묶어 세우는 것이다. 나아가, 다시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체제에 맞설 정치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는 잠시 뒤 그칠 소나기가 아니다.



모든 해고 금지, 노동개악 저지, 

사내유보금으로 총고용 보장,

공적자금 투입기업과 기간산업 국유화를 위한 

공동투쟁에 나서자


현 국면은 사회를 근본적으로 재조직하기 위한 싸움을 준비할 때이며, 불가역적 체제 전환을 위한 싸움을 준비할 때다. 이를 위해 사회변혁노동자당은 당면 요구로서 △모든 해고 금지 △노동개악 저지 △사내유보금으로 총고용 보장 △공적자금 투입기업과 기간산업 국유화를 요구한다.


변혁당을 비롯한 사회주의‧좌파진영은 스스로 전망을 제시하기 위한 싸움, 위기에 대한 자본의 책임을 묻는 싸움에 나서야 한다. 노동개악 등 주요 정세에 선도적으로 대응함은 물론, 근본적 체제변혁을 위한 정치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 그 힘이 아무리 미약할지라도 말이다.


오는 9월 11일, 변혁당을 비롯한 사회주의‧좌파운동 세력은 “위기에서 사회대전환으로, 하반기 정세와 투쟁과제” 토론회를 열어 하반기 투쟁과제와 계획을 종합하고, 공동투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9월 18일 공동주최 결의대회와 지역순회투쟁을 진행하고, 10월에는 기간산업 국유화를 위한 토론회와 투쟁 등 대중적 정치투쟁의 전망을 싸우는 노동자들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 바로 지금, 정치적 전망과 대중투쟁의 결합이 필요하다. 많은 동지들이 함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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