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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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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돌봄을 둘러싼 

사회적 쟁점,

‘민영화’가 대안일 수는 

없다


강석도┃경기(초등교사)


* 편집자: 코로나 사태 내내, 자녀 돌봄 문제는 학부모들과 일선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런데 지난 8월 초, 기존에 학교에서 담당하던 초등돌봄을 지자체로 이관할 우려가 큰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이에 대해 ‘돌봄 업무를 민간위탁으로 떠넘겨 민영화할 위험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변혁정치> 지난 호에서는 돌봄교사 대부분이 여성 비정규직인 상황을 비롯해 초등돌봄의 현실이 어떻고 이를 왜 사회화해야 하는지 밝혔다. 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초등돌봄을 둘러싼 사회적(교육 주체 내부 포함)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초등돌봄을 둘러싼 최근의 사회적 쟁점은 크게 다음 두 가지다: ① 교원노조와 교원단체가 주장하는 ‘초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초등돌봄 지자체 이관’ ② 국회에 발의된 권칠승(민주당)-강민정(열린민주당) 법안.



‘초등돌봄을 지자체로 이관해 

초등교육을 정상화하자’?


초등돌봄의 2/3를 담당하는 학교 돌봄은 일부 지역과 학교에서 오전에는 초등교실로, 오후에는 돌봄교실로 운영한다(겸용교실). 모든 학교에서 돌봄업무 일부를 초등교사가 맡는데, 그러다 보니 초등교육에 오롯이 전념하기 어렵다. 수년째 교원노조와 교원단체가 정부(교육부)에게 ‘초등교육 정상화를 위해 초등돌봄 겸용교실과 초등교사의 돌봄업무 겸임 문제 해소’를 요구한 이유다. 이들은 나아가 ‘초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돌봄의 지자체 이관’을 주장한다.


이 요구를 뜯어보면 ‘초등교육 정상화’만 중요하지, ‘초등돌봄 정상화’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초등교육과 초등돌봄은 칼로 무 자르듯 분리할 수 없다. 초등학생은 곧 초등돌봄교실에서 돌봄을 받는 학생이기도 하며, 양질의 교육만큼이나 방과 후 양질의 돌봄 역시 필수적이다. 양질의 교육을 담당해야 할 초등교원이 정규직이 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양질의 돌봄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돌봄 노동자 또한 정규직이어야 한다.


하지만 교원노조와 교원단체의 요구와 주장 어디에서도 초등돌봄의 질 향상을 고민하는 내용을 찾기 어렵다. 이처럼 ‘초등돌봄 지자체 이관’ 주장의 배경에는 교육과 돌봄을 철저히 분리하고 ‘돌봄’보다 ‘교육’을 중시하는 과거의 교육 중심 담론과 다수의 정규직 교원 중심 집단 이기주의가 짙게 깔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주장은 초등‘교육’과 초등‘교사’의 입장만 대변하기 때문에 전체를 아우르는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아래와 같은 여러 문제가 있다.


첫째, 현재 지자체에는 초등돌봄을 담당할 부서와 인력이 없을 뿐 아니라, 돌봄 프로그램 운영 경험도 전혀 없다. 둘째, 돌봄에 관한 지자체의 기반이 부족한 데다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자체가 많다. 이는 초등돌봄의 민간위탁으로 이어진다. 셋째, 학교 내 돌봄을 지자체로 이관하면 ‘사용자’가 바뀌는 것이므로 돌봄 노동자의 대량해고가 예상된다. 넷째, 교원단체가 ‘지자체 돌봄 운영의 모범 사례’로 꼽는 유럽의 경우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이 통합 운영되기 때문에,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이 철저히 분리된 한국에 적용할 수 없다.



권칠승-강민정 법안,

법제화만으로 돌봄 공공성을 

이룰 수 있나


현재 국회에 발의된 권칠승(민주당)-강민정(열린민주당) 법안1은 학교 노동자의 요구인 ‘초등돌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긴 하지만, 돌봄의 공공성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두 법안 모두 돌봄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전혀 담지 않았다. 국가가 돌봄 노동자의 신분을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법안이다. 둘째, 두 법안은 국가가 운영‧책임의 주체가 되는 공적이고 일원화된 체계를 명시하지 않았다. ‘제안 이유’에서 밝히고 있듯, ‘통합 체계’, ‘총괄‧조정’,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체계’ 등 수사적 표현 외에 국가가 운영‧책임의 주체임을 명시한 구절은 없다. 정부(교육부)는 ‘총괄조정자’ 역할로 한정하고 지자체에 권한을 대폭 위임함으로써, 국가가 법적(공적) 책임에서 벗어날 길을 터놓은 것이다. 셋째, 권칠승 법안 12조 3항(강민정 법안 13조 3항)에 ‘돌봄지원센터의 설치‧운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법인 또는 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초등돌봄의 민영화 길을 열어놓았다. 초등돌봄이 민간 자본에 통째로 넘어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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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늘푸른소나무)]



돌봄 공공성, 

노동자가 강화해야


이처럼 교원노조와 교원단체가 주장하는 ‘초등돌봄 지자체 이관’은 ‘교사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로 되려 초등돌봄을 민영화할 위험이 크다. 코로나19로 더욱 강하게 요구되는 ‘돌봄의 공공성 확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한편 권칠승-강민정 법안은 법제화만 앞세운 나머지 돌봄의 공적 가치와 기본 방향에 대한 고민을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무력화시켜야 할 나쁜 법안이다.


‘초등돌봄 지자체 이관 반대’, ‘권칠승-강민정 특별법안 폐기’ 요구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진정 양질의 공공적 돌봄과 교육 모두를 강화하려면, 초등돌봄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사회적 필요에 맞게 확충해야 한다. 그래야 교사에게 부당하게 전가된 부담도, 돌봄 노동자들이 겪는 불안정 노동도 해결할 수 있다. 이 입장을 토대로 돌봄 노동자, 교육 노동자, 학부모 등 교육 주체가 함께 돌봄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의 요구안을 만들고 싸움에 나서자. 학생이 행복한 방과 후 생활, 돌봄 노동자가 행복한 일터, 우리 현장의 노동자가 함께 만들어 가자.



1 ‘제안 이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총괄‧조정… 온종일 돌봄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되어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돌봄 서비스 제공… 돌봄 전달체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자 함.’ 강민정 법안의 제안이유 또한 권칠승 법안과 별반 다르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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