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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앞으로 다가온 

노동개악과

‘과격한’ 민주노조의 길


김석┃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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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동과세계 김한주]



문재인 정부 발(發) 노동개악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정부가 발의했던 노동법 개악안은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되었지만, 21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다시 제출됐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노동법 개악의 근거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다. 즉,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해서 노동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새빨간 거짓이다. ILO 핵심협약은 노동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ILO 핵심협약 비준과 함께 1년의 과도기 동안 노동법을 ILO 협약과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프로세스다. ILO는 협약 비준을 빌미로 노동법을 개정하고 그것도 오히려 국제노동기준보다 후퇴하는 개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 왔다.



넌센스, 기만, 왜곡


이번에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법 개악은 한국노총조차 인정하는 것처럼 그야말로 ‘노조혐오법’이다.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활동 전반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사상 초유의 개악이다. 산별노조의 사업장 출입도 사용자의 허락을 받아야 할 뿐 아니라, 사업장 내 쟁의행위도 대폭 제한된다. 쟁의행위 시 사업장 점거도 금지하려 한다. 현행 판례로도 쟁의행위 시 부분적‧병존적 사업장 점거를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노동법 개악안은 사업장 내에서 파업 대오가 사용자의 ‘조업의 자유’를 방해하는 그 어떤 쟁의행위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단체협약 유효 기간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겠다고 한다. 자본의 비용을 큰 폭으로 줄여주면서, 노동조건 개선은 더디 가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단체협약의 유효 기간 연장이 현행 노동조합법의 ‘교섭 창구 단일화 강제’ 절차와 결합할 경우, 소수 노조는 최소 4년 이상을 단체교섭 요구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박탈에 다름 아니다.


이런 노동법 개악안을 올려놓고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라고 주장하면,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국제적 망신이 따로 없다. ILO와 국제노동단체로부터 수년째 ‘최악의 노동인권 후진국’ 가운데 하나로 규정되고 있고, 하다못해 한-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조항에 따라 ‘후진적 노동인권 상태’로 인한 통상 압력까지 받고 있는데도,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답시고 노동법을 오히려 개악시키려 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어떻게든 자본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려는 시도 외에는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


문재인 정부 노동법 개악안은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노동법의 취지가 무색하게, 이른바 ‘사용자 방어권’과 ‘조업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현행 단결권 보장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법 개정’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한마디로 넌센스에 불과하며, 심각한 기만이자 왜곡일 뿐이다.



‘묻고 더블로 가’


이 와중에 지난 10월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부가 발의한 개정안이 국제 기준에 비해 미흡하다’는 것이고, 야당은 물론이거니와 노‧사 모두 반대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새로 발의한 개정안이 정부 발의안보다 일정하게 진전한 내용을 담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조차 국제노동기준에는 여전히 많이 못 미친다.


정부 발의안과 민주당 의원들의 발의안, 이 중 어느 것이 정부여당의 입장일까? 자본의 이해관계를 대폭 반영한 정부 발의안과 미흡하지만 국제 기준을 흉내 내려 한 민주당 의원 발의안, 이 가운데 자본과 ‘국민의힘’의 선택은 무엇일까? 결국, 민주당 의원들이 얼마 전 새로 발의한 개정안은 자본과 ‘국민의힘’을 정부 발의안 쪽으로 견인하고자 하는 ‘미끼’ 정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이미 자본은 정부 발의안에 대해 ‘플러스알파’를 요구하고 있다. 공식적으로야 ‘ILO 협약 비준 반대’와 ‘노동법 개정 반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저들의 속내는 ‘노조 강화가 정 필요하다면, 그에 대응해 경영계의 ‘대항권’도 동시에 입법해야 한다’는 주장 속에 담겨 있다. ‘국민의힘’ 역시 마찬가지다. ‘경영계 요구를 반영해 ‘경영권 방어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보완 입법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의 의미는 현재의 정부 개악안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자본과 ‘국민의힘’이 입을 모아 더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에는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사용자 처벌 조항 폐지’ 등이 있다. ‘국민의힘’ 대표 김종인은 최근 소위 ‘공정경제 3법’과 연동해 해고와 임금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성역화된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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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동과세계 송승현]



1달밖에 안 남았다


문재인 정부 노동법 개악안은 지난 9월 15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 상정됐고, 대체토론(안건의 문제점과 가부 등에 관한 일반적 토론)을 거쳐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 회부됐다. 이제 여야 간 협의를 거쳐 환노위 법안소위의 심사와 환노위 전체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오는 10월 26일 국정감사 종료 이후 본격적인 법안 심의에 들어갈 태세다.


아울러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의 ‘전문가 패널 심리’가 10월 8~9일에 걸쳐 진행되며, 45일 이내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유럽연합은 지난 2018년 ‘한국 정부가 한-EU FTA 상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해당 FTA 조항 가운데 “무역과 지속가능한 발전” 장(章)의 노동‧환경 관련 항목에서 규정한 분쟁해결절차인 ‘정부 간 협의’를 공식 요청한 바 있다. 그에 따른 전문가 패널의 최종 보고서 제출 기한이 오는 11월 25일인 것이다. 이 분쟁해결절차와 그에 따른 패널 보고서 결론은 사실상의 통상 압력으로 작동하고 있고, 정부여당으로서는 보고서 발표 전에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악을 마무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노동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는 11월 중순경 정점에 이를 수 있다. 불과 한 달여 남짓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저들의 프레임은 교묘하고 영악하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악을 연동시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은 ‘과도한 노조 활동 보장에 맞서 사용자 방어권 강화가 필요하다’는 자본의 입장과 맞닿아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이제는 자본이 갖다 쓰면서 ‘사용자 방어권’을 운위하는 지금의 정세는 노동계급에게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노동개악 저지’라는 목표 자체가 노동법 개악 국면이라는 프레임에서 비롯한 만큼, 자칫하면 왜곡된 구도 속에서 수세적‧방어적 지형에 매몰될 우려도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전태일 3법 쟁취 투쟁의 의미가 다시금 살아온다. “코로나19 대응과 미조직‧비정규 노동자의 생존권,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로서의 전태일 3법과 ILO 핵심협약 비준” vs “박근혜 입법, 재벌청부입법, 노조혐오법으로서의 노동법 개악”을 대비하는 전선이, 노동자의 프레임이 필요하다.



‘과격한’ 민주노조가 설 곳


민주노총은 올해 하반기 전태일 3법 쟁취와 ILO 핵심협약 비준, 노동법 개악 저지를 핵심 입법투쟁과제로 설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작년 20대 국회 때만큼의 조직적 긴장이나 준비 태세를 아직 달궈내지 못하고 있다. 이미 대의원대회를 통해 ‘노동법 개악안 환노위(법안소위) 상정 시 총파업 투쟁’을 결의했지만, 아직 살아 튀는 조직적 결의와 의지로 체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단시일 만에 20만 명이 참여해 전태일 3법 직접발의운동을 조직해냈던 기세를 이제 실질적인 전태일 3법 쟁취와 ILO 핵심협약 비준, 노동법 개악 저지로 이어가야 한다. 그저 현재의 노동법 체계 개악을 ‘막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태일 3법 쟁취와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노동기본권 완전 보장을 위한 첫발을 내디뎌야 한다. 조직된 노동자들만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동개악 저지가 아니라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계급 전체의 노조할 권리를 위한 첫발, 현재의 무기력하고 한계 가득한 노동법 체계를 방어하고 그 속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혐오를 넘어 세상을 변혁하는 노동계급의 조직으로서의 민주노총을 만들기 위한 첫발이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노동법 개악은 ‘노동개악 저지 투쟁’의 구호만 드높이는 방식으로는 막아내기 힘들 것이다. 여태껏 수차례 확인했던 것처럼, 국회 앞에서 저들의 일정을 보면서 쫓기듯 집회 한번 하고 마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몇 시간 파업인지’가 ‘왜 파업하는지’보다 더 궁금한 식이어서는 막아내기 힘들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자본의 노동개악 합작은 단지 노동법에 독소조항 몇 개를 집어넣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미 주류로 등극한 자유주의 세력과 재벌이 만들려는 ‘새로운’ 한국 사회와 ‘새로운’ 노동세계에서 ‘과격한’ 민주노조는 설 곳이 없다. 저들의 시스템 속에서 길들여지거나 그 밖으로 내쳐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노동계급이 만드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시스템을 향한 첫발을 내디딜 것인가? 임박한 노동개악을 앞두고 우리 스스로 던져야 할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