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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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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코로나와 ‘미래 교육’, 누구를 위한 미래인가


‘인강 업체’로 

전환하는 대학

캠퍼스의 붕괴와 구조조정


조형우┃학생위원회



‘위기는 자본에게 기회다.’ 자본과 정권이 ‘위기’ 운운하면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명제다. ‘위기 극복’, ‘고통 분담’, ‘혁신’ 등의 익숙한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이 명제는 반복적으로 현실화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속 대학에서, 이 문장은 다시 한번 실현되고 있다.


대학이란 무엇일까? 답은 다양하겠지만, 이 질문은 ‘캠퍼스’라는 공간과 때어놓을 수 없다. 가령 사람들은 ‘서울대’ 하면 ‘샤’라는 글자처럼 보이는 철탑을 떠올리고, ‘건국대’ 하면 호수를 생각하곤 한다. 캠퍼스 규모가 비교적 작은 대학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우리 학교 캠퍼스는 건국대 호수에 들어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기도 한다. 이렇듯 대학생과 캠퍼스는 ‘유서 깊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한편, 캠퍼스에는 학생만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고, 학자로서의 자아 정체성을 인식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대학’과 

‘인터넷 강의 업체’ 사이


이처럼 캠퍼스는 그저 ‘건물 단지’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이라는 공동체 그 자체를 표상하기도 하고, 투쟁과 노동, 학문과 실천, 여가와 친구 등 수많은 기억과 삶을 함축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공동체로서의 캠퍼스가 사라진다면, 대학은 어떤 모습이 될까?


문재인 정부는 지난 9월 9일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사업지원방안>을 발표하며 대학에서의 온라인 교육 전면화를 예고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그간 임시방편으로 도입했던 온라인 강의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코로나19는 대학 자본에게도 분명 위기였다. 갑작스레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불만은 커졌고, 등록금 반환 요구가 비등했다. 그간 끊임없이 진행된 대학교육 상품화의 모순과 한계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번에도 ‘위기는 자본에게 기회’였다. 정부는 ‘고등교육 혁신’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온라인 교육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했다. 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등장한 온라인 강의가 대중적 비판을 받자, 아예 대학교육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겠다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위기’는 기업화된 대학의 숙원 사업인 온라인 교육 확장의 ‘기회’가 됐다.


온라인 교육이 전면화하면 대학은 어떻게 바뀔까? 혹자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온라인 강의 전면화’가 아니라 ‘온라인 강의 제한 폐지’라며, ‘대학 공동체의 붕괴는 지나친 기우’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지금까지의 대학 기업화와 교육 상품화 흐름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궁색한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온라인 강의 ‘제한 폐지’는 필연적으로 인력 감축과 학내 노동자 구조조정을 야기하며, 이와 함께 ‘대학 경쟁력 제고’를 내세운 각종 교육 상품화 조치와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다.


설사 이런 측면을 차치한다고 해도, 정부는 온라인 교육을 전면화하겠다면서 등록금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정책이 ‘혁신’이 아니라 노골적인 교육 상품화라는 점이 여기에서도 나타난다. 기업화한 대학은 얼마든지 ‘온라인 강의’를 더 넓은 시장의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방향이 계속된다면, 과연 인터넷 강의 판매 업체와 대학을 구분할 수 있을까?



구조조정과 

대학의 붕괴


온라인 교육 전면화는 우리가 알고 있던 대학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도 지속적인 기업화 속에서 대학의 모습은 변해왔다. 날이 갈수록 공동체로서의 대학은 붕괴하고, 무한 경쟁의 장이 펼쳐진다. ‘산학협력’이라는 이름을 붙여 각종 기업과의 연계와 수익 사업에 혈안이 된 대학은 학교라기보다는 사업체의 형상을 갖춘다. 과거 학생운동의 영광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현재 대학의 이런 모습은 개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는 경쟁과 등록금으로 인한 부담과 스트레스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렇듯 대학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온라인 교육 전면화는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아무리 대학 공동체가 파편화했다고 한들, 현재의 대학은 ‘실재하는’ 공간이다. 캠퍼스 안에서 대학은 하나의 사회를 이룬다. 그러나 온라인 교육이 전면화하면, 이 사회는 사라지게 된다. 대형 강의 확대와 인터넷 강좌 증설 앞에서 수많은 강사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캠퍼스 곳곳을 거닐던 학생들도 이제는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가야 한다. 캠퍼스 내의 노동자들은 ‘시대의 변화’라는 미명아래 자신들의 생계를 빼앗길 것이다.


이처럼 학생과 노동자, 그리고 강사들이 사라진 캠퍼스는 본래 목적을 상실한 채 대학 자본의 필요에 따른 수익 사업장으로 더욱 빠르게 전환할 것이다. 즉, 캠퍼스는 ‘사람’이 사라지고 ‘돈’만 남는 공간이 된다. 한편, 지난 1학기에 나타났듯 온라인 강의는 교수자와 학생의 소통 부재와 비대면 수업을 ‘보완’하기 위해 과제량의 증가를 수반했는데, 이는 수업의 질적 하락을 학생들의 부담으로 대체한 격이었다. 만일 온라인 강의가 전면화한다면 필연적으로 학사 구조조정이 발생할 텐데, 이는 단순한 학습 부담을 넘어 지금까지와는 수준이 다른 경쟁을 조장할 것이다. ‘돈 안 되는’ 학문에 대한 통폐합과 구조조정 압력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교육 전면화는 대학을 지금보다 더 이윤과 경쟁의 혼돈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우리는 ‘미래 교육’을 빙자한 이 변화가 ‘누구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질문하고 폭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이버 공간’에 가려진 구성원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모으고, 구조조정에 맞설 공동 행동의 단초를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