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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코로나와 ‘미래 교육’, 누구를 위한 미래인가


IT만 갖다 붙이면 

‘미래 교육’?

문재인 정부의 교육 민영화,

교실의 구조조정도 코앞에


장인하┃서울(전교조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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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일상이 되었고, 학교는 변했다. 정말 많은 것들이 갑작스럽게 변해버렸는데, 문제는 설령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이 변화를 돌이키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학교에 나타난 변화는 모종의 일관된 ‘흐름’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나타난 것이지만, 코로나19는 그 흐름을 급류로 바꿔놓았다. 정부는 ‘이때다’ 싶은 듯 닻을 올리고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학교를 휩쓸고 있는 이 흐름은 ‘시장화’이고, 정부가 들어 올린 닻은 ‘미래 교육’이며, 교원 구조조정을 연료로 삼아 고교학점제라는 기착지로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연일 학교와 교육에 대한 각종 청사진과 계획을 쏟아내더니, 지난 10월 5일에는 그간 내놓았던 것들을 집대성한 <코로나 이후, 미래 교육 전환을 위한 10대 정책과제(안)>(이하 ‘정책과제’)을 발표했다. 이전까지 ‘고교학점제’, ‘한국판 뉴딜’, ‘교원수급계획’,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등에서 부분적으로 담았던 내용을 <정책과제> 속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교육의 시장화와 교원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 시장화와 

구조조정의 기착지,

‘고교학점제’


‘미래 교육’이라는 미명아래 교육의 시장화를 강화하고 교원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인 ‘고교학점제’를 살펴봐야 한다.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고교학점제의 골자는 “고등학교를 학점제로 전환하여 학생 선택 중심으로 과목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학생 수요에 기반한 과목 개설과 수강”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고교학점제가 ‘미래형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학교 체제’라고 말한다(고교학점제는 2025년 전면 시행 예정이다).


하지만 입시 경쟁이 지배하고 있는 지금의 학교 교육에서 고교학점제는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으며, 그 기반 위에서 시장주의적 ‘수요’를 강조하는 논리를 교육과정에 공식적으로 도입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강요된 입시 경쟁 속에서 학생들은 수능 점수를 잘 받게 도와주거나 스펙에 단 한 줄이라도 넣을 게 생기는 수업을 고를 수밖에 없을 텐데, 교사들은 ‘쓸모없는’ 선생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으려면 학생들이 더 많이 선택할 수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또한, 고교학점제는 일정 인원 이상의 학생이 요구하는 과목은 반드시 개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실제로 현재 고교학점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학교에서는 50개 이상의 과목이 개설된다고 한다). 이때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학생의 수요가 변할 때마다 개설 과목을 탄력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의 수는 고정돼 있기 때문에 개설 과목을 늘리고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바로 시간강사와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 교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이번 <정책과제>에는 “학점제 운영 지원을 위한 교‧강사 탄력적 배치”라는 노골적인 표현이 들어가 있다.


마지막으로, 고교학점제의 문제점 한 가지 더. 특정 과목 개설을 원하는 학생 수가 적으면 어떻게 될까?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결책’은 ‘인근의 다른 학교에서 해당 과목 수업을 듣게 하자’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너무나 비현실적인 주장이었겠지만, 뜻밖에 코로나19가 이 문제를 ‘해결’해줬다. 앞으로는 원격으로 다른 학교 수업을 듣게 하면 되는 것이다. 올해 등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전 과목을 원격 수업으로 진행하기도 했는데, 일부 과목 수업을 원격으로 진행하는 것쯤은 거리낄 것도 없다는 식이다. 정부가 코로나 이후에도 원격 수업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요컨대 고교학점제는 시장 논리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체제로, 원격 수업을 통해 그 걸림돌을 없애는 한편, 비정규직 교원을 대폭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미 시작된 ‘교원 구조조정’


사실 고교학점제는 교원 구조조정과 교육 시장화의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는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교원을 수급하고 운용하기 위해, 즉 교원 구조조정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정부는 정규직 교사 수를 본격적으로 줄이기 시작했다. 과밀 학급을 해소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수준(21.1명)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교사 수를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하는데도, 정부는 ‘학령기 인구 감소’를 핑계로 신규 교사 임용 인원을 대폭 축소하는 계획을 내놓고 이를 실행 중이다.


또한, 정부는 적은 수의 교사로 학교를 운영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바로 ‘표시 과목 광역화’와 ‘복수 교과 지도’다. ‘표시 과목 광역화’는 쉽게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사회>, <역사>, <도덕>이 별도의 ‘표시 과목’이어서 과목별로 교사를 임용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셋을 하나의 표시 과목으로 통합해서 한 명의 교사가 기존의 세 과목을 모두 담당하게 한다는 것이다. ‘복수 교과 지도’는 말 그대로 한 명의 교사가 두 개 이상의 교과 수업을 진행하게 하는 방식이다. 통폐합을 통한 인원 축소는 비용 절감을 위한 가장 간명한 길 아니던가.


앞서 언급한 <정책과제>에는 교원 구조조정에 관해 뜬금없이 새로 포함한 정책도 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눈에 잘 안 띄는 곳에서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실로 엄청나다.


“정원 내에서 결원 대체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기간제 교원 제도를 교육수요 변화에 따른 탄력적 교원수급을 위한 제도로 개선”


현행 규정은 어쨌든 정원만큼의 정규직 교사 임용을 원칙으로 하고, 결원이 생길 경우에만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각종 꼼수를 동원해 기간제 교사를 많이 고용하고 있어서, 현재 전체 교사의 약 11%가 기간제다(사립 중‧고등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 비율이 20%를 넘는다). 그런데 <정책과제>의 방향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 수를 대폭 늘리기 위해 기간제 교사 제도 자체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작정하고 교원 구조조정을 위해 달려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노골적인 교육 시장화‧상품화


한편, 교육의 시장화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도는 ‘한국판 뉴딜’을 발표할 때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한국판 뉴딜 중 교육 관련 정책인 ‘그린 스마트 스쿨’ 계획은 현재 3.8조 원 규모인 ‘에듀테크’ 산업(교육과 IT기술을 접목해 이윤 창출 아이템으로 만들겠다는 것)을 2025년까지 10조 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발상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한 <정책과제>는 바로 그 에듀테크 산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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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미래 교육’을 위한 디지털 환경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K-에듀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한다. 이 플랫폼은 유‧초‧중등학교에서 활용하고 있는 온라인 학습 컨텐츠, 학습관리시스템(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 온라인 교육을 지원‧관리하는 시스템), 학습도구 등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란다. 그런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정책과제>에서 밝힌바, 이 플랫폼에서 사용자는 ‘학교, 교원, 학습자(학생)’이고 공급자는 ‘개인, 기업’이라는 점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학생이 사용하고 교사가 공급하는 게 아니다. 공급자는 ‘기업’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플랫폼에서 학습 컨텐츠와 학습관리시스템, 학습도구를 판매하면, 학교는 플랫폼에서 돈을 주고 그걸 사서 교사와 학생이 이를 활용해 수업하게 한다는 것이다. <정책과제>는 이를 “공공‧민간‧개인 등이 참여하여 유‧무료 교육용 콘텐츠를 개발‧공유‧확산하는 개방형 콘텐츠 유통 플랫폼 구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학교의 교과 수업에서 기업의 영리활동이 이뤄지는 방법이 기껏해야 태블릿PC 같은 고가 디지털 기기를 구입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수업 자체가 상품이 된다. 실제로, 올해 갑작스레 원격 수업을 시작한 후 국내 대기업들이(대표적으로 KT나 SKT 같은 통신 기업) 공세적으로 에듀테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금은 학교와 제휴를 맺고 무료로 컨텐츠나 LMS를 제공하는 방식이지만, 대기업들이 이렇게 열을 올리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분석과 대응이 시급하다


이번에 나온 <정책과제>뿐 아니라, 올해 들어 문재인 정부가 내놓고 있는 각종 교육 정책에는 교육의 시장화와 구조조정을 심화시킬 수많은 요소가 포함돼 있다. △교대‧사범대 통폐합(기존에 교대는 초등학교 교원, 사범대는 (초등교육과 등을 제외하면) 중등학교 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서로 분리돼 있었다) 등 교원양성체제 개편과 초‧중등교사 자격 통합 △교원 임용 ‘개방성’ 확대(교사 자격을 소지하지 않은 전문가를 비정규직으로 임용) △사실상 ‘비정규직 인턴제’라고 볼 수 있는 ‘수습교사제’(인턴으로 일정 기간 근무한 뒤 평가에 따라 정규직 교원으로 전환) △학생의 학습 데이터 활용 △원격 수업 지원을 명목으로 한 비정규직 직종 신설(가칭 ‘테크 매니저’) 등등.


문재인 정부는 이렇듯 ‘큰 그림’을 그려놓고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마따나 코로나19를 기회로 삼아 매우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교사 노동자를 비롯한 교육 주체들은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가령 전교조의 경우, 지금까지 정부의 폭주에 대응하는 데 머물렀다면, 이제는 거의 대응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교육의 시장화와 교원 구조조정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밀어닥치고 있는 문제다. ‘미래교육’이라는 미명아래 이뤄지고 있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분석, 그리고 실천적 대응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