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변혁정치

> 변혁정치
115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10.15 20:20

최종 좌담회


“코로나와 여성 노동”



* 코로나19 같은 재난은 여성에게 더 직접적인 타격이다. 대개 ‘여성의 일’이라 여기는 돌봄이나 청소, 서비스업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노동이지만, 저평가‧저임금은 물론이고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위기가 닥치면 ‘부차적 노동’으로 취급해 가장 먼저 희생을 강요한다. 


이번 호를 끝으로 <사회주의×페미니즘> 연재를 마무리하며, 이렇듯 온몸으로 직격탄을 맞은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

- 조혜연(변혁당 사회운동위원회 여성사업팀)


<좌담 패널>

-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함미영 지부장

-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간병분회 문명순 사무장

-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KO지부 김계월 부지부장

-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김숙영 지부장


115_11_수정.jpg




사회: 먼저 보육 분야의 경우, 하루 9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고 들었다.


함미영: 일반 직장인은 대부분 점심시간이 휴게시간이지만, 보육교사 점심시간은 아이들 식사지도로 근무시간이다. 교사 한 명이 돌봐야 할 아동 수는 연령마다 다르다. 만0세 3명, 만1세 5명, 만2세 7명, 만3세 15명, 만4~5세 20명으로, 농어촌이나 탄력보육을 허용하는 곳은 2~3명을 추가로 돌본다. 스스로 식사하지 못하는 영아들 한 명 한 명 번갈아 가며 식사를 도와주고, 옷에 음식물을 흘리거나 식사시간에 배변활동을 하거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게워내는 영아들을 보육교사 혼자서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보육교사의 일과는 아침 등원맞이로 시작한다. 셔틀로 등원하는 원에선 교사가 돌아가며 셔틀 도우미를 하고, 원에 들어와 순차적으로 등원하는 영아들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자유선택 놀이를 하도록 한다. 모두가 등원하면 놀잇감 정리 후 배변활동 및 손씻기를 하고 오전 간식을 먹는다. 연령별로 자유선택 활동과 대‧소그룹 활동을 마친 후 바깥놀이, 점심시간, 특별활동시간, 낮잠시간 순서로 활동을 이어간다.


낮잠시간에는 영아들이 눕자마자 일괄적으로 잠들지 않기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영아들 한 명 한 명 토닥이며 낮잠 지도를 한다. 낮잠 이후 오후 간식을 먹고 세수와 머리 묶기 등 하원준비를 한다. 하지만 영아마다 하원 시간이 달라서 모두 하원할 때까지 담임교사가 돌봐야 한다. 하원 뒤엔 부모님들에게 알림장을 쓴다. 활동사진이나 동영상을 편집해 올리기도 하는데, 그러면 한 시간으로 안 끝난다. 아이들 개인마다 관찰일지도 써야 하고, 청소한 뒤 다음날 수업을 준비한다. 휴게는커녕 수업준비시간도 모자라니, 집에 가져가서까지 일할 수밖에 없다.


휴게시간 없이 일하는 보육교사들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올해부터 기본보육(오전 9시~오후 4시)과 연장보육(오후 4시~오후 7시 30분)으로 구분해 시간도 정해졌다. 기본보육 원아들은 오후 4시에 하원하고, 연장보육 원아들은 오후 4시부터 하원할 때까지 연장보육교사와 함께 통합교실에서 활동한다. 담임교사들은 7시간 보육, 1시간 휴게, 1시간 행정업무 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정착해가는 과정으로 시행착오가 많다.


115_12_수정.jpg

△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



사회: 보육지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속 보육교사 임금삭감 및 안전위협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도 하셨는데.


함미영: 저희가 3월에 실태조사를 했는데, 절반 이상이 ‘페이백’(원장이 교사 급여 일부를 돌려받는 것)을 경험했더라. 기존에도 페이백이 존재했지만, 코로나로 더 기승을 부리게 됐다. 코로나19 기간에 나라에서 보육료와 인건비를 100% 지원했지만, 이런 공문을 보육교사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원아 감소로 운영이 어렵다’며 누가 그만둘지 정하거나 페이백을 요구하기도 한다. 교사들은 어쩔 수 없이 해고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 걸 선택하게 된다. 일단 보육교사 급여 통장에는 급여를 100% 지급한 뒤 일부 금액을 현금으로 빼서 원장에게 주거나 원장이 지정한 통장, 혹은 교사 명의 통장을 개설해 원장에게 주기도 한다.


감염에 취약한 영유아를 보육하는 시설이기에 마스크나 손 소독제 등도 ‘당연히 우선지급하지 않았을까’ 생각하실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제 경우를 말씀드리면, 코로나 확산이 막 시작되던 2월에는 지자체에서 이전에 미세먼지 때문에 지급한 마스크가 있었는데, 그 외에 코로나로 지급한 건 없었다. 나중에 보육지부에서 문제제기를 하니 마스크 2~3장 정도와 손 소독제 1번 정도 지급했다. 이마저 지자체에 따라 지급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당시 포항의 한 보육교사가 확진되자, 어떤 기자가 ‘간 큰 교사’라며 기사를 썼다. 원아들이 주말에 부모님과 어딜 다녀와서 걸릴 수도 있고 실제 사례도 있었는데, 그냥 ‘교사가 잘못했다’고 보도한 거다. 보육교사들은 일일이 동선을 다 보고해야 했다.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도, 억울한 일을 겪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증상이 있어도 어린이집 교사는 쉬지 못한다. 연차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고, 입사할 때 ‘연차 대체 합의서’를 쓰기도 한다. 원장이 주는 서류를 꼼꼼히 읽으려 하면 ‘일하기 싫으냐’고 하는 경우도 있다. 아픈 몸으로 나오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데, 너무 아파서 도저히 나갈 수 없어도 교사가 직접 돈을 드리고 대체교사를 구하는 일이 허다하다.




사회: 간병분회 사무장님은 20년 가까이 간병노동을 해오셨다고 들었다. 간병의 경우에도 노동조건이 많이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문명순: 병원은 우리에겐 작업현장이다. 환자와 24시간을 함께 하면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한다. 간병 노동자들은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하고, 입는 옷도 제때 빨 수 없다. 환자가 24시간 병원에 있으니 저희도 그 옆에 있어야 하는데, 환자와 같이 식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환자를 놔둔 채 어디 나가서 먹기도 힘드니, 냉동실에 밥을 얼려뒀다가 전자레인지에 녹여서 먹을 때가 많다. 그리고 병원에서 저희까지 고려해서 만든 공간이 없으니, 딱히 씻을 수 있는 곳도 없다. 게다가 주 144시간을 일하는 경우도 많다. 누군가는 ‘잠자는 시간도 포함된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간병 노동자에게 그 시간은 실제로 ‘자는 시간’이 될 수가 없다. 환자가 일어나거나 간호사가 들어오거나 할 때마다 수시로 깨야 한다.


사실 병원에는 감염병 환자가 많다. 메르스나 코로나처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경우가 아니더라도, 저희는 병원균, 슈퍼박테리아, 결핵, 옴 등등 항상 두려움 속에서 일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일을 왜 하느냐’고 묻는데, 저희가 가장이니 먹고살기 위해 할 수밖에 없는 거다. 간병사 상당수는 자기 가족을 책임지며 살아간다. 몸이 아파도 돈을 벌어야 하니, 약 먹고 주사 맞으면서 일하기도 한다.


저희가 일하는 서울대병원의 경우 청소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형식적으로 하청업체 소속이지만 실제 지시를 병원에서 내렸기 때문이었다. 저희 간병 노동자들도 병원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정규직이 되어야 하는데, 병원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병원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데, 병원은 우리를 상대조차 해주지 않는다. ‘특수고용직’으로조차 인정되지 않는다. 18년 전부터 간병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라고 계속 두드려봤지만, 변화가 없다.


115_13_수정.jpg

△ 문명순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간병분회 사무장



사회: 코로나 확산 이후 간병 노동은 더 힘들어졌을 것 같은데.


문명순: 일단 병원에서 저희 간병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해주는 게 없다. 다 알아서 하라는 거다. 초기에 마스크가 품귀 현장을 빚을 때 특히 힘들었다. 마스크 안 쓰면 안 된다고 하는데,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었다. 저희는 환자의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스크가 필수다. 환자와 단둘이 병원 안에 머물지 않나. 그런데 병원은 저희 생각은 안 하고, 마스크 물량이 부족하니 일절 주지 않았다. ‘간병료 받은 걸로 마스크 사서 쓰라’고 하는데, 그럼 밖에 나가야 하지 않나. 이런 문제가 인터뷰 등으로 외부에 알려지니 그제야 병원에서 마스크를 일주일에 3장씩 줬다. 당연히 이 정도로는 너무 부족해서, 처음엔 빨아서 쓰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은 그렇지 않지만, 개인병원에서는 간병사가 맨투맨으로 투입되면 집에 갈 수가 없다. 환자와 같이 격리된다. 이렇게 되면 제대로 먹지를 못한다. 간병사 식사까지 챙겨주지 않으니, 가족이나 보호자가 갖다주지 않으면 뭘 먹을 수가 없다. 병실에 환자만 남겨두고 밖에 나가는 건 보호자들이 원하지 않는다. 밖에서 코로나에 감염돼 들어올 수도 있으니.




사회: 아시아나KO의 경우에는 코로나를 핑계로 해고를 강행했다. 해고 이전에 하시던 일과 노동조건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김계월: 제가 하던 일은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기내 청소였다. 저희도 여성 가장이 많아서, 생계유지하려면 사실상 연장근무를 의무적으로 해야 했다.


기내 청소는 10명이 입사하면 8명은 나갈 정도로 노동강도가 세다. 특히 장거리노선은 기내식 찌꺼기나 화장실 등 오물이 많이 나온다. 그 무거운 걸 빼서 날라야 한다. 장거리노선은 담요와 베개도 탑재하는데, 그것도 다 걷는다. 이렇게 허리 굽혀 일하니 근골격계 질환도 많고, 힘들어서 배겨내지 못한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거다.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승객이 내리면 전원도 내려서 에어컨조차 나오지 않았다. 여름철 그 무더위에 일하면 온몸이 땀에 절었다. 불도 켜주지 않았다. 컴컴한 비행기 안에서 일하는데, 원청은 기본적인 도구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손전등 대여섯 개씩 들고 비추면서 일했다.


청소할 때 쓰는 약품 문제도 있었다. 따로 교육받은 것도 없었는데, 우리가 쓰는 스프레이에 ‘유해물질’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걸 원액으로 썼으니, 몸과 눈이 가렵다거나 하는 증상이 있었다. 노조를 만들면서 이런 문제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저희는 밥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나오는데, 누가 밥을 먹고 올 수 있겠나. 그러니 일하다가 승객이 두고 간 기내용 간식 같은 걸 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코로나 확산 이후 마스크를 주긴 했지만, 1주일에 3개였다. 어떤 날은 어린이용 마스크를 주기도 했다.


115_14_수정.jpg

△ 김계월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KO지부 부지부장



사회: 아시아나KO 노동자들은 지난 7월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김계월: 지노위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8월에 사측이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면서 2번의 교섭이 있었는데, 기가 막혔다. 우리는 무급휴직을 거부해서 해고된 건데, ‘무급휴직 동의서를 쓰면 복직시키겠다’는 거다.


무급휴직에 동의했던 많은 이들이 2~3달이 지나니까 버티지 못하고 ‘희망퇴직해서 실업급여라도 받게 해 달라’고 회사에 요청하고 있다. 우리가 사측에 ‘고용유지지원금 신청하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회사는 무기한 무급휴직을 밀어붙였다. 회사 입장에서는 알아서 퇴직한다고 하니 얼마나 좋겠나.


아무리 자본주의라지만, 국가적 재난 아닌가. 노동자들은 성실히 일만 했는데, 사용자는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일이 많을 땐 연차도 잘 쓰지 못하게 하면서 부려먹고, 이제 재난을 이유로 하루아침에 내팽개친다.


이런 행태에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시아나KO는 금호그룹 회장 박삼구가 100% 지분을 쥔 금호문화재단 소속인데, 노동자를 쥐어짠 이익을 다 박삼구가 가져간다. 가진 자들은 이렇게 어려울 때 노동자를 위해 단 한 푼도 쓰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는 무기한 무급휴직으로 알아서 나가게끔 하는 거다. 이 자체가 억울하고 분하다.




사회: 이제 건강보험고객센터로 넘어가 보려고 한다. 대표적인 콜센터 직종이기도 한데, 코로나 이전에도 그랬지만 특히 그 이후로 여러 어려움을 겪으셨을 것 같다.


김숙영: 건강보험은 자동 가입이라 현재 가입자 수가 5,100만 명이 넘는다. 고객센터는 전국에 12개가 있으며, 약 1,600명 정도가 근무한다.


저희가 책상에서 전화만 받으니 사무직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조사 의뢰 결과 근골격계 질환도 상당했다. 오랫동안 못 움직이고 앉아서 일하기 때문이다. 휴게시간도 없다. 전화하며 말을 많이 하니 물을 먹어야 하는데, 그러면 화장실에 가게 되지 않나. 그 시간도 아까워서 아침, 점심, 퇴근 때 한 번씩 갔다.


가장 심각한 건 정신적 스트레스다. 조사 결과 감정소진 위험이 크다는데, 우울증보다 회복이 어렵다고 한다. 일단 이곳에선 체계적으로 노동자를 감시한다. 통화 내용을 듣고 있다가 시간이 길어지면 바로 지적이 들어온다. 고객의 무리한 요구가 아무리 억울해도 계속 웃으며 응대해야 한다. 공단 홈페이지에 컴플레인이 올라오면 페널티를 받고 월급에서 까인다.


보통 상담사 1명이 하루에 180콜 정도 받는데, 콜당 2~3분 안에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건강보험 특성상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확인하니, ‘그걸 왜 묻느냐’는 경우부터 해서 공단 잘못까지 저희에게 따질 때가 많다. 그런데도 저희가 교육받는 건 없다.


게다가 근무 환경 자체가 비말 천국이다. 하지만 회사는 마스크도 충분히 지급하지 않았다.


건강보험은 전국민 가입이라 고객센터 통화량도 엄청나다. 콜수에 따라 받는 돈도 다른데, 원청은 평균 인건비를 맞춰 보내지만 하청업체는 그걸 그대로 주지 않는다. 총액만 맞추고, 사람마다 차등을 둔다. 이렇게 계속 경쟁시키니, 스트레스도 심하고 쉬지도 못한다.


메르스 때도 그랬지만, 코로나로 국가도 저희를 이용한다. 질병관리본부 1339콜까지 받으라는 거다. 당연히 저희 업무는 폭증하고, 고객들은 연결시간이 길다고 욕한다. 저희가 질본 직원도 아닌데, 1시간 반 교육하고 자료만 주고선 투입했다.


115_16_수정.jpg

△ 김숙영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지부장



사회: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확진자가 나온 건물의 공무원들에겐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콜센터 직원들에게는 이를 알리지도 않고 출근시켰다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김숙영: 저희도 그런 일을 겪어서, ‘다 똑같구나’ 생각했다. 가령 서울에서 확진자가 나왔는데, 사측은 오전 9시쯤 통보받고 회의하면서 10시 30분이 될 때까지 ‘소독하고 마스크 쓰라’고만 했다. 그래서 ‘누가 방문하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알려주지 않고 자기들끼리 대책회의하면서 우리에겐 일을 시킨 거다.


우리의 존재 자체를 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됐을 때 유연근무제를 했는데, 얼마 후 공단 정규직은 유연근무를 계속하면서도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출근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데, 상담사들은 비말 튀는 공간에 나와서 일하고, 공단 직원들은 나오지 말라니.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리는 누구 하나 죽지 않으면 아는 척도 안 하겠구나’ 싶었다.




사회: 지금까지 말씀해 주셨듯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기존에도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렸지만, 코로나 이후로 특히 차별과 생존 위협에 더 심각하게 노출됐다는 걸 확인했다. 좌담을 마무리하며, 이런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다.


함미영: 돌봄노동은 이 사회에서 필수적인 노동이지만, 돌봄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린다. ‘돌봄’이 곧 ‘여성의 일’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돌봄노동에 대한 저평가로 이어진다. 돌봄의 소중함은 그 존재가 사라졌을 때 비로소 절실히 느끼게 된다. 어린이집을 예로 들면, 코로나로 휴원 조치가 내려졌지만 긴급돌봄을 하게 되면서 맞벌이 부모들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기고 출근할 수 있었고, 여성 노동자들이 경력단절을 겪지 않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돌봄은 재난 시에도 멈출 수 없는 사회적 필수노동이다. 꼭 필요한 노동임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전문화와 제도적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보육과 관련해서는, 좀 더 안정적이고 전문적으로 아이들을 돌보려면 환경부터 바뀌어야 한다. 교사 1인당 아동 비율을 낮춰서 정말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자라고 다치거나 아프고 나이 들어 늙어가는 생애 모든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이게 바로 돌봄 노동자들이 하는 일이다. 이들을 존중하고 따뜻하게 바라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계월: 국가적 재난이 이것만 있겠나. 이 코로나 사태가 더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 그 속에서 노동자들은 실직이나 무급으로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데, 일자리가 보장된 게 아니다. 무엇보다 해고 금지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재난 시대에 국가가 책임져야 하지 않은가. 왜 재벌은 계속 봐주고 특혜를 주면서, 노동자인 우리는 버려져야 하나. 재벌의 재산이라는 것도 결국 우리가 열심히 일한 노동의 대가 아닌가. 강제적으로라도 사회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가령 이렇게 막무가내로 노동자를 해고하면 재산을 내놓게 한다든지.



김숙영: 건강보험공단 정규직 직원은 각자 자기 업무가 있지만, 저희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그 전부를 안내해야 한다. 1,600명이 13,000명의 일을 같이해주는 것이고, 그걸 5천만 명에게 설명한다. 하지만 원청인 공단은 그 중요성을 무시한다. 우리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야 한다. 만약 우리가 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면, 고객센터 없애고 예전처럼 자기들끼리 전화 돌리면서 해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지금처럼 노동자를 쥐어짜는 방식으로는 건강보험 가입자도 충실한 안내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보고, 노동자들도 고통받는다. 정말 직접고용이 필요하다. 도급업체는 건강보험이 어떤 체계인지도 모른다. 당장 2022년에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가 또 바뀔 텐데, 어떻게 안내할 건가. 고객센터 노동자들과 논의해야 제대로 된 안내가 가능한데, 그저 안내문 하나 밀어놓고 시킨다. 모든 상담 노동자의 노동에 대해 그 가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 이번 호를 끝으로 “사회주의×페미니즘” 연재가 종료됩니다. 그동안 글을 보내주신 필자 동지들과, 이 코너에 관심 가져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