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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사업 분할이 

‘호재’라고요?

고용위기 초래하는 

LG화학 분사에 맞선 투쟁


우영욱┃충북(LG화학노동조합 청주지부 수석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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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엘지화학노동조합 청주지부 페이스북]



* 편집자: 최근 LG화학 사측이 전기차 배터리(전지) 사업 부문을 별도 회사로 분할(분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측이 제시한 명분은 ‘별도 회사가 되어야 경쟁력도 높이고 더 많은 투자금도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에게 회사 분할은 고용을 비롯한 임금과 단체협약 등 노동조건에 대한 위협이 되기 십상이다. 또한, 수익성 높은 사업부를 떼어낸 후 적자 사업 부문을 맡게 되는 법인에서는 더 심각한 위기가 닥칠 우려도 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LG가 꺼내든 ‘분사’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노조는 어떤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지, LG화학노동조합 청주지부 우영욱 수석부지부장 동지의 기고로 전한다.


LG화학 자본의 회사 분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측은 지난 2001년 “LG생활건강”을, 2009년에는 “LG하우시스”를 떼어내는 등 과거에도 2차례의 분사를 강행한 바 있다. 자본은 늘 사업 핑계를 대며 분사를 밀어붙였고,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왔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2001년 LG생활건강 분사다. 당시 노동조합은 조합원 총회를 열고 ‘2사 1노조’(회사가 둘로 갈라져도 노동조합은 계속 하나로 유지하는 것)를 통과시켰다. 그러자 자본은 분할 설립된 LG생활건강에서 친(親)사측 조합원을 이용해 복수노조를 설립했고, 결국 노동조합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그렇게 약 20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어떨까? LG화학과 LG생활건강 노동자들의 임금과 단체협약(단협), 노동조건의 격차는 현저하게 벌어졌다. 가령 25년 차 입사 동기인데도 현재 임금은 고정급만 월 40만 원 정도의 차이가 난다. 또한, LG생활건강의 단협 유효기간은 6개월로 끝나지만, LG화학에서는 새 협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종전 협약의 효력을 유지한다. 게다가 노조 전임자 수와 임금도 다르고, 무엇보다 현장 노동자들이 느끼는 노동강도는 말할 수 없이 큰 차이를 보인다.


이후 2009년에 사측이 LG하우시스 분사를 결정했을 때에는 2사 1노조 투표가 부결됐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LG하우시스 또한 LG생활건강과 마찬가지로 임금‧단협‧노동조건에서 LG화학과 상당한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분리되어 나간 LG하우시스 조합원들은 현재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미 시작된 고용불안


이렇듯 LG 자본의 노동조합 갈라치기 결과를 이미 두 차례나 목격한 조합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전지 사업 부문 분사도 당연히 존속회사와 분할회사 사이에 임금‧단협‧노동조건의 현저한 차이를 가져올 게 빤하다.


게다가 고용불안 문제가 발생할 위험도 크다. 예컨대 현재 LG하우시스 사측이 울산공장에서 자동차 관련 사업부를 매각한다고 하면서 약 300명의 노동자가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됐다. 노동조합은 “LG그룹 계열사 어디에라도 조합원들을 배치하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현재 그룹 내에 받아줄 수 있는 사업이 전혀 없으며 고용안정협약은 써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이에 노동조합은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조정신청을 넣은 상태다).


그간 이런 일들을 겪었던 조합원들은 분사의 위험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다만, 과거 회사 분할을 경험하지 못한 조합원들은 이 문제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번 분사를 오히려 ‘호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적 분할에 따른 ‘우리사주’ 이야기도 종종 듣게 된다. 즉, 전지 사업 부문을 별도 회사로 분할한 뒤 사측이 주식 일부를 ‘우리사주’ 형태로 조합원들에게 배분할 텐데, 전기차 사업이 계속 성장할 테니 그 이득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어쩌면 자본은 이러한 조합원들의 ‘기대’도 철저히 계산에 넣고 분사를 강행하는 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마저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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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엘지화학노동조합 청주지부 페이스북]



최소한의 고용안정 장치도 

무너질 수 있어


하지만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분사는 고용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가령 LG화학은 현재 △석유화학 △첨단소재 △전지 사업본부로 나뉘는데, 지금까지는 같은 법인 소속이었기 때문에 사업본부 간 인원 이동이 비교적 용이했다. 만약 전지 사업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첨단소재 사업부에서 받아주고, 거꾸로 첨단소재 업황이 악화할 때는 전지 사업부나 석유화학 사업부에서 받아주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아무런 투쟁 없이 그저 분사를 받아들이게 되면, 이렇듯 최소한의 고용 안정을 지킬 수 있는 길조차 막히게 된다. 각 사업 부문의 업황이 나빠지게 되면, 얼마든지 고용불안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지금 노동조합이 전면적인 투쟁을 펼치기에 사회적으로 불리한 여건이 조성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분사를 그냥 지켜볼 수는 없는 일이다. 과거 두 차례의 분사를 겪으며 우리는 조합원들 사이의 임금과 노동조건 격차가 어떻게 천차만별로 벌어지는지 생생하게 목도했다. 노동조합은 LG화학 사측의 이번 분사 결정이 3,500 조합원 전체의 고용을 통째로 뒤흔드는 행위로 간주하고, 지난 9월 말부터 청주공장 본관과 서울 LG트윈타워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현장 선전전은 물론이고, 전 조합원 대상 간담회를 실시하며 현재 상황을 보고하는 한편 투쟁 방향에 대한 토론도 진행했다. 과거를 답습하지 않고 하나의 민주노조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 싸우지 않으면 그 후과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교훈을 새기며, ‘싸워야 민주노조’라는 정신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한복판에서 투쟁을 벌이는 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많은 동지들의 연대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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