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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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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 

손해배상 청구하는 

대학?


서울대학교의 적반하장 

오천만 원 손해배상 소송 

규탄한다


박시현┃학생위원회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투쟁과

대학본부의 폭력진압


4년 전인 2016년,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학생총회를 열어 대학본부를 점거했다. 대학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대학 기업화로 점철된 당국의 ‘시흥캠퍼스 실시협약’(현 관악캠퍼스 외에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에 추가로 캠퍼스를 짓고 학생들을 분산시키겠다는 계획)을 철회시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렇듯 구성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생들이 거세게 반대하며 투쟁했음에도, 대학본부의 대답은 변함이 없었다. 그저 ‘실시협약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변명만 반복할 뿐이었다.


점거 투쟁이 이어지고 있던 2017년(당시는 박근혜 퇴진 촛불이 광장을 밝히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서울대 당국은 급기야 수백 명의 교직원을 동원해 본부에서 농성하던 학생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강제로 해산시켰다. 야만적이기 이를 데 없는 처사였다. 교직원들은 학생들의 사지를 붙들거나 바닥에 질질 끌고 가는 등 폭력적인 방식으로 이격시켰다. 심지어 소화전을 물대포로 사용해서 학생들에게 직사로 살수하는 등, 도저히 학교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일직선 물대포 살수는 실명 등의 중대한 신체적 위해를 초래할 수 있으며 생명권 침해 등의 이유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는 폭력행위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학생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일부 학생은 대학본부에 감금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폭력진압이 우발적으로 벌어진 게 아니라 서울대 본부 보직교수들과 상급 관리자들의 지휘하에 이뤄진 계획적인 범죄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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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서울대 당국이 본부에서 농성하던 학생들에게 교직원을 동원해 소화전을 끌어와 물대포를 쏘는 모습.



서울대 당국의 

인권 침해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


이에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등 18개 단체와 140명의 개인이 모여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진정을 제기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올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드디어 시흥캠퍼스 반대 투쟁을 벌인 학생들을 상대로 한 대학 당국의 폭력진압이 ‘인권 침해’임을 인정하는 결정문을 통지했다. 2017년 폭력진압 과정에서 학생들의 “신체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본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에 더해 두 가지의 권고사항도 제시했다. “서울대학교 총장에게, ① 교무처장, 학생처장, 연구처장, 기획처장, 사무국장, 시설관리국장 등 본부 주요 보직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하기를[필자: ‘처장’들은 교수이며, ‘국장’들은 상급 관리자들이다], ② 학생을 포함한 학교의 구성원이 서울대학교에 대한 의사표시의 방법으로 학내에서 집회‧시위를 하는 경우, 집회‧시위에 대한 대응에서 보다 인권친화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를 각 권고”한 것이다.



학생들의 소송 제기,

학교 측의 

적반하장 손해배상 청구


대학 본부의 폭력진압 피해자인 학생 당사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통지 이후 학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시작했다. 대학 기업화를 위해 학내민주주의를 짓밟고 폭력진압을 강행한 본부에 그 책임을 묻는 일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하는’ 정당한 소송이었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들의 손해배상 청구에 또 다른 소송으로 맞섰다. 폭력진압을 자행한 대학 본부가 ‘학생들의 점거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다’며 오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소(맞고소)를 제기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서 반성과 시정을 약속해야 할 대학 본부가 도리어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흥캠퍼스’의 실체,

대학 기업화와 

비민주적 의사결정


서울대 당국의 시흥캠퍼스 사업에는 두 가지 주요한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는 시흥캠퍼스가 부동산 투기를 포함한 대학 기업화의 포석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이 지극히 비민주적이었다는 점이다. 주목할 점은, 시흥캠퍼스 사업 추진 당시 확인된 이 두 가지 문제가 앞서 언급한 일련의 학생 자치 탄압 과정에서도 변하지 않은 채 똑같이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은 토건 자본과 법인화된 대학의 이윤축적을 위해 학생이 배제된 채로 강행됐고, 손해배상 반소 또한 동일한 이유로 학생들의 의지에 반해서 이뤄졌다.


결국 이윤 추구가 사회적 권리와 민주주의보다 우선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대학의 본질인 교육과 특히 국립대학이 지녀야 할 가치인 공공성은 끊임없이 손상된다. 자본주의적 대학 기업화의 마수가 뻗친 곳은 비단 서울대학교뿐만이 아니다. 사학재단의 이윤 추구 앞에서 사립대학 학생들의 교육권과 학내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침해되고, 기업화된 대학의 학과 통폐합과 구조조정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대학을 자본의 전초기지로 만들기 위한 학생 자치 탄압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서울대를 비롯해 대학 기업화에 맞서는 투쟁들은 각 대학만의 싸움일 수 없다. 대학 기업화에 맞서 공공성을 지키는 투쟁은 자본에 맞서는 투쟁으로 이어져야 한다.


더 이상 자본과 권력의 이익을 위해 대학 민주주의와 교육 공공성의 훼손을 용인해선 안 된다. 지난 11월 26일, 서울대학교 학생들과 연대단체들이 서울대 당국의 보복소송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울대 본부를 타격하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투쟁에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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