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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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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12.18 18:30

항공산업,

구조조정에 맞서 

국유화를 향해


정책위원회


* 이 기사는 12월 17일 <항공산업 구조조정, 대안은 국유화다> 공동주최 토론회에 제출하는 변혁당 발제를 압축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한국 항공산업은 전세계와 마찬가지로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의 70%가 강제 휴직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저가항공사인 이스타항공에서는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졌다. 이 와중에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매각하면서, 양대 항공사 노동자들 역시 구조조정의 파고에 맞닥뜨리게 됐다.



비정규직, 저가항공사 먼저


가장 먼저 희생된 건 역시 비정규직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지상조업에 종사하는 “아시아나KO” 노동자들은 사측이 강요한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항공사 지상조업은 ‘모회사(항공사) → 자회사(지상조업사) → 하도급 회사’의 다단계 하청구조로 되어 있는데, 하청 노동자들은 이전에도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려왔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지자 이 노동자들은 곧바로 무급휴직, 희망퇴직, 해고 등 고용위기에 내몰렸다. 정부가 항공산업 전반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고용유지지원금(휴직급여 90%까지 지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자본은 휴직급여의 나머지 10%조차 지불하기 아까워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저가항공사에서도 구조조정 바람이 먼저 불었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작년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뒤 애경그룹 소속 제주항공이 인수하기로 했으나, 제주항공 역시 업황 부진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올 7월 결국 협상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은 퇴직충당금과 4대 보험료, 임금 및 유류비를 체납했고, 급기야 인력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올 9월 605명을 정리해고했다(사측은 총 1,700명의 노동자 중 2/3를 정리해고하려 한다). 이스타항공 실소유주이자 민주당 출신 (정리해고 사태 이후 탈당) 국회의원 이상직은 신고재산만 212억 원인데, 사재 출연 요구도 회피한 채 고용보험료 5억 원을 체납하며 노동자들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조차 받지 못하게 했다. 정부는 대량해고 사태를 방조한 것은 물론이고, 근본적으로는 저가항공사 과잉경쟁을 유발한 책임이 있다. 2008년 국토교통부는 자본금과 항공기 보유 기준을 완화하며 진입장벽을 낮춰 저가항공사 난립을 초래했다. 이스타항공 사측은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항공산업 전반의 불황 속에서 새로운 매수자가 나올지 의문이며, 설령 매수자가 나타난다 해도 사측은 ‘매각을 위해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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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늘푸른소나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 재벌 특혜의 전형, 구조조정의 예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을 대표하는 산업은행은 지난 11월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넘기기로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이 공식 파기된 후 2달 만이다. 그런데 대한항공 역시 빚이 많아 인수 자금이 부족해서, 산업은행이 8천억 원을 들여 그 돈까지 대주기로 했다. 그 대가로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을 취득한다.


그런데 이렇게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상당 지분을 확보하면, 지금 한진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측은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에서 반대세력(누나 조현아와 사모펀드 KCGI 등의 연합)에게 밀리고 있는데, 새로 들어오는 산업은행 지분이 조원태 측에 서면 (이번 인수합병은 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 측과 협상해 합의한 것이기에, 양측이 같은 편에 설 공산이 크다) 형세가 조원태 회장에게 유리하게 뒤집힌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도 있어, 한진칼에 대한 범정부 지분율은 13.56%(산업은행 10.7%+국민연금 2.9%)에 이른다. 조현아 측 지분을 제외하면, 정부가 사실상 2대 주주가 되는 것이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한진그룹 총수 조원태의 경영권을 지키는 데 투입되는 셈인데, 경영권을 지키려는 조원태 측과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을 굽히지 않은 산업은행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 합병이 노동자들에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양사의 중복노선만 무려 48개이고 업무 역시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 구조조정은 언제든 진행될 수 있다. 산업은행 추산에 따르더라도 두 항공사의 중복 인력은 800~1,000명이나 된다. 금융위원회 역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테지만 중복적인 부분에 자연감소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혈세를 쏟아부어 재벌총수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이자, 대량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양사의 부채 규모도 크기 때문에(올 6월 기준 대한항공 부채는 23조 1천억 원,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11조 5천억 원), 불황과 맞물려 구조조정 위험은 더 커진다.


심지어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을 자신의 사금고로 전락시켜 부실을 초래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박삼구 등 기존 경영진과 지배주주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박삼구가 과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자금을 동원하고,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을 회복하는 데서도 아시아나항공을 자금줄로 활용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고강도 구조조정(사업 외주화, 승무원 감축 등)을 강요했음에도 말이다.



대안은 항공산업 국유화


자본과 보수언론은 산업은행의 지원을 계기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데 관해 ‘국책은행이 한진칼을 통해 양대 항공사를 지배하는 것’이라며 “항공 사회주의”라고 비난한다. 이들의 결론은 ‘산업은행(정부)의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적 자금으로 부실 항공사를 지원하는 건 당연하지만, 경영권은 침해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전세계 항공산업은 정부의 힘에 의존해 지탱되고 있다.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은 각각 국적항공사인 “알리탈리아”와 “TAP항공”을 국유화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는 “루프트한자” 항공에 101억 달러(약 12조 원) 규모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지분 20%와 이사회 두 석을 확보하는 등 2023년까지 한시적 국유화 조치에 나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엄청난 정부 지원을 받았다. 현재까지 정부가 두 항공사에 투입했거나 약속한 자금은 총 7조 7천억 원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시가총액 4.5조 원과 아시아나 시가 총액 1.2조 원을 합치더라도 5.7조 원으로 두 회사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것과 맞먹는 금액이다.”* 더 이상 국민 혈세로 주주와 재벌총수일가를 살찌우는 손실의 사회화-이익의 사유화를 재현해선 안 된다.


게다가 항공교통은 이미 대중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항공교통 이용객 수는 2008년 5,200만 명에서 2017년 1억1천만 명으로 2배 증가했다. 2017년 고속철도 이용객이 1억 4천만 명이었으니, 항공교통 이용객 수와 차이가 거의 없다.


항공산업은 향후 몇 년간 정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가가 책임지고 폐업이나 구조조정을 저지하면서 원하청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해야 하며, 항공산업의 다단계 하청 구조를 없애야 한다. 총수일가와 경영진, 대주주가 누린 이윤을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과 시민을 위한 양질의 항공서비스 구축에 써야 한다. 더불어, 항공산업이 이산화탄소 다배출 산업인 점을 고려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발굴하고 실행하며, 생태적 전환에 부응하는 항공산업 적정 규모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일자리 문제와 기후위기를 동시에 해결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항공산업을 공공적으로 소유하고 운영할 때 이는 얼마든 가능하다.


물론, 자본주의에서 공기업의 한계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경쟁력 확보’나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공격할 수도 있고, 민간기업으로 재매각을 추진할 수도 있다. 바로 그렇기에 국유화는 기업 운영에 대한 노동자 통제와 결합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의 힘이 커져야 한다. 노동자가 경영을 통제할 힘이 있을 때, 경영진의 반(反)노동적 행태를 저지하고 노동자의 생존을 지키면서 기업이 공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강제할 수 있다.


한편, 이 과정에서 기존 경영인과 대주주에게 경영실패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대주주 주식을 전량 소각하고,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경영권을 박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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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현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관해 세 가지 ‘대안’이 거론된다. 첫째, 양사의 합병을 인정하고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앞서 지적했듯 양사가 합병하면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선 합병 저지-후 대안 제시’ 입장이다. 일단 인수(매각) 저지에 집중하고 대안은 이후에 제시하자는 이 입장 역시 문제가 있다. 지금처럼 국책은행의 관리 하에 있더라도 산업은행은 계속 민간기업으로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며, 매각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조정 공세를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가 바로 국유화다. 이는 ‘합병 저지와 대안요구 쟁취’를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해 제시하는 것으로, 인수합병에 대한 노동자의 대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고용을 지킬 대안이다.


공기업화는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을 지정한다. 공공기관 지정의 핵심 기준은 (1) 정부 혹은 정부 소유 기관이 해당 사업장을 소유하고 있는지(30~50% 이상 지분 소유) (2) 해당 사업장-업종이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공기업 지정이 가능하다. 양대 국책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천억 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이 37%에 달해, 기존 최대주주 금호산업(30.77%)을 앞서는 것은 물론이고 공공기관 지정 기준인 ‘보유 지분율 30% 이상’을 초과한다.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올 상반기에 대한항공에 1조 2천억 원을 지원했는데, 이 중 3천억 원으로 영구채를 매입했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은 약 10.8%에 달한다. 여기에 국민연금 보유 지분 9.98%를 합하면 대한항공에 대한 정부 지분율은 20%가 넘는다. 게다가 정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지원한다는 8천억 원으로 대한항공 지분을 확보하면 최종 지분율은 40%가 넘기 때문에, 기존 대한항공 최대주주 한진칼의 보유분(29.27%)을 뛰어넘게 된다. 물론, 양대 항공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 더불어 저가항공사의 재편 역시 예고되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을 위시해 폐업위기에 처한 저가항공사를 묶어 공기업화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결국 관건은 이를 쟁취할 투쟁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의 문제다. 무엇보다 이 사안의 일차적 주체인 항공산업 노동자들이 조직돼야 한다. 현재 투쟁하고 있는 항공노동자들의 연대전선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용 보장-항공산업의 공공적 재편(공공항공사 쟁취)’이라는 명확한 기조를 세워 투쟁주체를 형성해야 한다.


나아가 항공산업 국유화 투쟁이 해당 사업장만의 싸움으로 그치지 않도록, 공공운수노조(산별)-민주노총(전국) 차원의 투쟁으로 확장해야 한다. 항공산업의 공공적 재편에 동의하는 각계각층의 세력을 결집하는 광범한 연대전선 구축 역시 필요할 것이다.


한편, 투쟁의 주 초점은 정부에 맞춰야 한다. 현재 항공산업 전반이 정부 지원 없이는 지탱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고, 정부가 공공기관 지정의 주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정부 투쟁력을 강화하려면 ‘공적 자금 투입 기간산업 공기업화’라는 요구 아래, 투쟁주체를 최대한 결집해야 한다. 특히 현대중공업으로의 특혜매각에 맞서 싸우는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과의 공동투쟁전선을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가오는 1월 6일 대한항공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고, 그 뒤 곧바로 1월 14일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신고가 예정돼 있다. 이후 3월 17일까지는 통합 계획안 작성을 완료해서 6월에 인수를 마치겠다는 게 저들의 계획이다. 여기에서 1월 임시주총과 국내외 기업결합심사가 주요 분수령이 될 것이다(각국 독점규제당국의 결합심사에서 단 한 곳이라도 반대가 나오면 합병은 무산된다). 그에 대응하는 투쟁계획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 1월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2021년을 ‘항공산업 국유화 투쟁의 원년’으로 만들 준비에 나서자.



* 홍석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재벌과 채권자만 지원”, <미디어오늘>, 2020.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