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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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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2020, 사회주의가 필요했던 순간들


성폭력과 혐오, 착취와 통제…

여성들은 싸웠고, 

싸울 것이다


지수┃사회운동위원회 여성사업팀



N번방 사건,

여성에게 가해진 극단의 폭력


작년 말부터 언론 보도를 뒤덮은 N번방 사건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얼마나 만연한지, 그리고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그간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한 가벼운 처벌은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줬고, 일상의 성범죄에 공모한 이들은 성착취를 ‘놀이’로 이어갔다. 아동성범죄 동영상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는 고작 1년 6개월 복역 후 출소했고, 미국으로의 범죄인 송환마저 사법부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좌절됐다.


분노한 여성들은 국가의 책임을 물었다. 국민청원에 500만 명이 모였고, 규탄행동이 이어졌다. 이 흐름은 ‘N번방 방지법’을 이끌어냈고, 불법 또는 비동의 촬영물의 제작‧유포에 대한 처벌수위를 올렸으며, 소지‧구입‧저장뿐 아니라 ‘시청’한 자까지 처벌범위를 넓혔다.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죄와 성범죄 예비 음모죄도 신설됐다. 법원은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고, 공범들도 징역 7년~15년 형을 받았다.


그러나 또 다른 조주빈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강력한 처벌은 시작일 뿐이다. 성별이분법에 기반한 특정 성 역할을 강요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양산하는 성차별적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제2, 제3의 조주빈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트렌스젠더 여성들의 용기에

이 사회는 혐오로 답했다


변희수 하사와 숙명여대 합격생 트렌스젠더 A씨처럼, 2020년은 트렌스젠더 여성이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싸움을 시작한 해였다. 변희수 하사는 성별 정정 후 일하던 군으로 돌아가려 했고, A씨는 여성으로 살아가고자 여대 진학을 꿈꾼 끝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러나 이 사회는 이들의 용기에 혐오로 화답했다. 변희수 하사는 강제전역 처리됐고, A씨는 결국 숙대 입학을 포기했다. ‘태어난 성별에 맞게 살아가는 게 순리’라고 말하는 혐오세력의 준동, 그리고 트렌스젠더 여성과는 ‘여성으로서의 파이를 나눌 수 없다’는 일부 여성세력(TERF: 트랜스젠더 배제적 페미니즘)의 가세는 가부장제가 강요하는 성별이분법의 틀을 깨고자 했던 이들을 더욱 아프게 했다.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을 법적으로 인정한 2006년으로부터 14년이 흘렀지만, 그들의 권리는 여전히 정지 상태다. 그러나 그들의 용기는 계속될 것이며, 포기하지 않고 삶을 살아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가부장적 사회에 균열을 내는 이들의 싸움에 함께해 나갈 것이다.



오거돈, 박원순으로 이어지는

권력형 성폭력의 연속


사과조차 없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또 다른 가해였다. 이 사회는 가해자에겐 온정과 신뢰를 보내면서, 피해자에게는 ‘정치적 의도’를 덧씌우고 ‘피해자다움’을 강요했다. 피해자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이 ‘박원순에 대한 애도’라는 이름으로 이어졌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처럼, 박원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도 똑같이 비난받았다. 민주당은 박원순과 오거돈 등 연이은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했다.


‘진보’를 자처했던 민주화운동 출신 정치인들 역시 권위와 왜곡된 성 인식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계속 확인되고 있다. 이제 권력의 정점에 선 그들에게 스스로의 몰성적(沒性的) 태도에 대한 반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성차별에 무감하고 성 역할을 당연시했던 과정이 쌓여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드러난 것임을 기억하자.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인지하고 성찰하는 것은 여성억압적 사회구조를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코로나가 촉발한 위기,

돌봄노동이 필수노동임을 

일깨우다


2020년 내내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간호사‧간병사‧요양보호사 등 여성노동자들은 감염의 위험 속에서도 최일선에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였고, 돌봄노동자들은 긴급돌봄을 이어나갔다. 코로나는 이 사회에서 필수적인 노동이 얼마나 무가치하게 다뤄져 왔는지를 드러냈고, 사회의 돌봄시스템이 멈추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줬다.


연일 돌봄노동자들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지만, 이들은 여전히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저임금을 감내해야 했다. 감염의 위험은 가장 낮은 곳의 여성노동자들을 향했다.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없다면, 그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시스템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돌봄노동자들이 겪는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직접고용‧생활임금‧노동환경 개선은 물론이고, 나아가 돌봄‧가사 등 재생산노동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서 사회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 지금과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를 어떻게 만들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문재인 정부의 낙태죄 존치안,

죽어가던 낙태죄를 부활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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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막바지로 흘러가던 10월 7일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새로 입법안을 마련하라고 설정한 기한을 3달 남짓 앞둔 시점이었다. 그러나 이날 정부는 낙태죄 관련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낙태죄 유지’ 입장을 내놨다. 정부안은 낙태 허용요건을 신설해 ‘허용과 처벌 기준을 세분화’하겠다는 것으로, 여성에 대한 처벌과 낙태 사유 제한, 낙태 허용 주수 제한, 상담 의무화, 숙려 기간 도입, 의사의 진료거부권, 제3자 동의 의무화 등 그간 우려한 모든 문제를 총망라했다.


낙태죄 폐지를 기대했던 수많은 여성들은 정부안에 배신감과 분노를 쏟아냈다. 다시 처벌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낙태죄 전면 폐지’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외치고 있다. 더 이상 국가가 여성의 출산능력을 경제‧인구정책의 부속물로 취급하지 못하도록, 자본의 이윤시스템을 뒷받침하는 데 여성의 몸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여성의 재생산과정이 처벌이 아닌 권리로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싸워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