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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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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12.18 18:47

이슈┃2020, 사회주의가 필요했던 순간들


‘기후위기 주범은 자본주의’라는 

공감의 확산…

사회주의적 기후운동을 향한 

실천으로 나아갈 때


곽서린┃기후팀장



2020년 한국의 기후운동은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 채택 △기후위기 대응법 제정과 특별위원회 설치 △예산편성 및 법제도 개편 등을 통해 탈탄소사회로 전환할 기반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활동이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국회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고, 문재인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관련법 개정 작업이 일부 추진 중이다.


한편, 해외에서는 코로나 속에서도 ‘기후위기를 해결하라’고 외치며 거리로 나온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청소년‧청년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했고, 화석연료 기업을 가로막으면서 급진적인 운동을 펼쳤다. ‘멸종 저항 운동’(기후위기와 생물 멸종에 맞서 싸우는 투쟁)은 점점 영향력이 커졌고, 2019년 그레타 툰베리가 UN 기후변화 회의에서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당신들이 어찌 감히!(How dare you!)”라 외쳤듯 기후위기의 절박성을 넘어 그 근본적 원인인 성장 만능의 자본주의 체제와 이를 떠받치는 정치체제에 대한 강한 불신과 분노가 투쟁으로 이어졌다.



사회주의자들에게 

기회는 열리고 있다


2020년 기후운동에서 사회주의 운동이 필요했던 순간과 기회는 많았다. 특히 여태껏 필자가 경험했던 환경운동에서 정부나 기업과 ‘협력적‧동반자적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 대해 불만과 문제의식이 컸기 때문에, 더욱 사회주의 운동의 역할을 되짚을 필요가 있었다. 가령 많은 이들이 (실제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국회의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 채택에 환호할 때, 또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바이든의 승리를 기원할 때, 사회주의자들은 어떤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제안해야 할까?


우리의 운동(기후운동)이 기존의 ‘재생에너지 확대 운동’으로서만 환원되어서는 안 되며, ‘비상행동’이라는 말에 걸맞게 기후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사회주의자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2020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기후위기에 대한 걱정을 넘어 삶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이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점점 많은 활동가들이 기후위기의 진짜 원인은 ‘이윤 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라고 지목하고 있다. 우리는 기후운동의 방향성이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인 자본주의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것이어야 하고, 그게 바로 ‘체제 전환’이며 사회주의 대안이라는 것을 어떤 말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맞선 투쟁을 사회주의 운동과 별개의 것으로 분리하는 게 아니라 두 운동을 결합해야 한다는 것을 변혁당 당원들을 비롯해 더 많은 사회주의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때다. 변혁당 기후팀은 2020년 한해 기후위기의 주범이 자본주의라는 것을 알리는 강연과 피켓팅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했지만, 더 많은 당원과 사회주의자들이 함께 싸울 때 비로소 기존 주류 운동의 한계도 넘어설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을 체계적인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온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기후위기 극복도, 생태다양성과 인간 공동체의 지속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후운동에 참여하는 많은 대중이 외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자들의 주장과 대안을 이야기할 기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입으로는 ‘위기 극복’을 말하면서도 이 체제를 어떻게든 굳건히 지키고 재생산하면서 끊임없이 이득을 취하려는 자본과 권력자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대중 앞에서 적극적으로 제기할 적기다. 사회주의 운동이야말로 ‘이윤보다 생명, 이윤보다 지구’라는 요구를 내걸고 왜, 그리고 어떻게 그런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지 방법을 제시하는 운동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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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어떤 기후운동을 해야 하는가?


‘회색 자본주의 vs 녹색 자본주의 vs 생태 사회주의 vs 탈성장주의’ 등, 기후운동 안에서는 사회‧경제 체제에 관한 여러 논쟁이 벌어진다. 그 가운데 온갖 질문들이 제기된다. ‘당장 온실가스를 대규모로 배출하고 있는 석탄발전소나 자동차, 혹은 철강산업이나 석유화학산업 등이 문제인가? 또는 이런 탄소 배출 기술‧산업에 투자해서 이익을 얻고 있으며 이를 지속하려는 자본이 문제인가?’ 아니면 ‘어떤 기술을 활용하든 무한한 이윤 추구 논리를 들이대며 낭비적‧파괴적인 속성을 떨쳐내기 힘든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인가?’ 그것도 아니면 ‘더 많은 물질적 부의 추구와 분배를 이상으로 하는 근대적 삶이 문제인가?’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는 기후운동 활동가들과 대중에게 과감하게 말해야 한다. ‘그래서 사회주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이 고민들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더 많은 문제들을 제기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필연적으로 야기하는 사회적 양극화 문제의 해결 없이 과연 기후위기가 극복 가능한지 물어야 하며, 과연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것인지 물어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에 대해서조차 자본과 가진 자들이 투자하고 그 수익을 독점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어야 한다. 자연을 황폐화하는 방식의 농업을 그대로 두고서 과연 우리가 기후위기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묻고, 온갖 차별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이대로 둔 채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전 사회적 동원이 가능한지도 물어야 한다. 다가오는 2021년, 사회주의자들이 함께 더 많은 것을 묻고 함께 싸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