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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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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12.18 18:52

이슈┃2020, 사회주의가 필요했던 순간들


중첩된 위기와 그들만의 권력 싸움

부르주아 정치의 민낯을 

있는 대로 드러내다


장혜경┃정책위원장



12월 초 한 여론조사기관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국민이 뽑은 ‘올해의 사건’ 1위는 코로나였고 3위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었다(2위는 박원순 성폭력 사건으로, 이는 이번 호 기사 “여성들은 싸웠고, 싸울 것이다”에서 다룬다). 국민이 뽑은 올해의 사건을 포함해 올 한해를 달군 정치 이슈를 돌아보자.



무너진 ‘K-방역’의 신화,

보건‧민생위기에 처한 사람들


코로나가 전세계를 강타한 만큼, 방역과 치료는 정치의 최우선 과제였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초기 방역 외엔 낙제점 수준이다. 정부는 ‘K-방역’의 성공에 도취해 2차 대유행에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 대구에서 코로나가 대유행할 때 병원 문턱도 넘지 못하고 사망한 이들이 속출했고, 진보적 의료계가 2차 대유행을 경고하면서 ‘공공병상 확충과 공공의료인력 확보’ 등을 계속 요구했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손 놓고 있었다.


결국 연말 들어 하루 확진자가 1천 명을 돌파하자 병상 부족사태가 현실화하면서 K-방역의 허상이 폭로됐다. 공공의료 확충보다 ‘비대면 원격의료’ 도입 같은 의료민영화를 추진한 정부와 그에 동조한 야당으로 인해, 2차 대유행 속에서 심각한 보건위기가 발생했다.


코로나는 민생위기도 동반했는데, 정치권의 대책은 고작 ‘착한 임대인 운동’ 수준을 넘지 못했고 한시적 해고금지 조치도 없이(즉, 실업을 방치한 채) 일시적 재난지원금 지급에 그쳤다.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 희생도 강요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노동자의 생명과 권리를 보장할 법안(‘전태일 3법’)은 국회에서 논의도 되지 않았고, 도리어 역대급 노동개악이 12월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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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동과세계]



검찰개혁 갈등, 

사법부의 계급성은 은폐돼


한편, 올해 내내 이슈로 떠오른 ‘검찰개혁을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 문제는 ‘조국대전 2라운드’라 할 만한데, 진영논리에 따라 여야 기득권세력이 각각 국민을 동원하는 양상이 그대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간 검찰이 권력에 붙어 정치검찰 역할을 수행한 점은 물론 척결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주장은 ‘정치검찰 척결’과는 거리가 멀다. 가령, 현재 정부의 검찰개혁안은 검찰총장의 힘을 빼기 위해 수사지휘권을 각 고검장에게 분산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법무장관이 고검장을 직접 지휘한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내세워 법무장관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오히려 ‘정치적 독립’에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여당은 공수처장 후보 선정에 관한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12월 국회에서 쪽수로 밀어붙여 통과시켰는데, 이로써 권력의 입맛에 맞는 또 하나의 기구가 만들어지게 됐다. 게다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라”고 했으면서 정부여당 인사에 대한 수사를 빌미로 검찰총장을 쳐내려는 것은 작년의 ‘검찰개혁 = 조국수호’라는 프레임이 ‘검찰개혁 = 윤석열 사퇴’라는 괴이한 프레임으로 재탄생한 것에 불과하다. 결국 ‘검찰개혁’은 정권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고, 이 허점을 공격하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검찰과 이를 정쟁화하는 야당이 뛰어들어 왜곡된 진영논리를 재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이의 차이를 뛰어넘는 공통적이고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사법개혁이 검찰개혁으로 축소된 한편, 검찰을 비롯한 사법부 전반의 계급성(노동성)과 반인권적 수사‧구속‧기소‧재판에 관한 문제는 부각되지도, 개혁 대상으로 언급되지도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농단 주범 삼성 이재용은 아직도 처벌받지 않는 데 반해, 올 10월 건설현장 청소노동자가 구운 달걀 18개를 훔쳤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사건(이른바 ‘코로나 장발장’ 사건)이 단적으로 드러내듯이 말이다.



비례위성정당, 

‘인정사정 볼 것 없는’ 

권력을 향한 길


‘올해의 사건’에 꼽히진 않았지만, 지난 4.15 총선 역시 기억해야 한다. 4.15 총선은 민주당의 압승과 민주당-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양당구도 강화를 낳았는데, 이 가운데 꼼수 비례위성정당 문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보다 많은 의석을 얻기 위해 통합당이 먼저 시작한 비례위성정당은 민주당으로까지 이어졌는데, 여기에 민중당‧녹색당 등이 의회 진출을 위해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려 했다가 도리어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1954년 이승만의 영구집권을 위한 ‘사사오입 개헌’에 버금가는 꼼수정치로 한국정치사에 길이 남을 비례위성정당 사태는 권력 그 자체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다 하는 부르주아 정치의 본질을 보여줬다. 동시에, 그 부르주아 정치에 올라타려는 일부 진보정치세력의 문제점도 그대로 드러냈다.



모든 것은 정치로 통한다


앞서 언급한 세 사건을 꿰어보자. 정부와 양대 정당은 당면한 보건‧민생위기를 해결할 철학과 의지가 없다. 비례위성정당과 ‘법무부-검찰 갈등’이 보여주듯, 그들의 관심사는 자신들끼리의 권력투쟁이다. 국민 10만 명의 동의를 모아 제출된 ‘전태일 3법’을 국회가 내팽개친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부르주아 정치에 의해 막혀 있음을 보여준다. 비례위성정당 사태는 일부 진보정치세력의 퇴행도 드러냈다.


코로나 이후 한국 사회의 향방과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것은 결국 정치의 문제다. 기득권 세력에 의해 민주주의가 봉쇄되는 현재의 정치구도를 끝내야 한다. 자본과 소수 기득권세력을 위한 정치질서를 깨고, 대다수 노동자민중을 위한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인민(민중) 지배’라는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원리를 실현해 나갈,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할 정치가 시작돼야 한다. 그 정치가 바로 ‘사회주의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