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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결정이라 

하나님이 와도 못 바꾼다”고?

이 하청노동자들이 

바꿔내고 있다


임송라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 지회장 인터뷰


# 11월 2일, 현대차비정규직지회와 현대모비스지회에 이어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가 출범했다. 올 7월 동진‧영실‧삼정(현대글로비스 하청업체) 3지회 공동파업 승리 후 3개 지회는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를 건설했고, 곧바로 베스틱‧진우‧진우JIS 등 3개 업체 소속 노동자들까지 조직해서 6개 분회로 확대했다. 투쟁과 조직화의 모든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한 임송라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장(전 1, 3대 동진지회장)을 <변혁정치>가 만났다.



Q: ‘현대차 00비정규직지회’, ‘현대모비스 00지회’ 등은 익숙한데,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이하 ‘지회’)는 낯설다. 간략한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지회는 현대글로비스 하청업체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글로비스, 현대차뿐만 아니라 울산 효문공단 내에서 ‘서열업체’라고 말하는 곳이 19개다(‘서열업체’는 완성차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노동자가 조립하는 순서와 차종에 맞게 부품들의 순서를 맞춰 납품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자동차에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서열업체가 없으면 조립공정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지난 11월 2일 동진‧삼정‧영실 등 3개 업체 소속으로 구성된 기존의 3개 지회가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로 통합했다. 지회 건설 후 베스틱‧진우‧진우JIS 등 3개 업체 소속의 분회가 더 결합한 상태다.



Q. 서열업체 최초로 동진지회가 파업한 후 서열업체 조직화 사업을 했고, 그 결과 3지회 파업으로 작지만 소중한 승리를 했다고 들었다.


2017년 당시 동진과 FU라는 2개 업체가 전체 서열업체 인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 2개 업체를 같이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의 탄압으로 노동조합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동진에만 노동조합이 들어서게 됐고, 예상했던 대로 동진지회는 어려움에 처했다. 동진 사측은 ‘노조를 포기해도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할 수 없다’면서 ‘이는 현대차의 결정사항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와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그에 따라 수순대로 동진 사측을 넘어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와의 장기투쟁을 하게 됐다.


동진 사측은 현대차, 현대글로비스와 짜고 동진지회를 깨기 위해 파업출정식을 하는 날 이전에 물량을 다른 곳으로 이관했다. 사측이 급조한 물량 이관과 준비 미흡으로 자동차 생신라인에 차질이 조금 생기기도 했다. 지회는 물량이 이미 빠져나간 상황에서 공장점거파업을 시작했다. 물량이 이관된 상황에서 공장점거는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에 생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동진지회 투쟁은 금속노조를 움직였고, 투쟁사업장의 연대를 건설했고, 지역연대를 조직했다. 그 힘으로 최초의 서열업체 동진지회 민주노조를 사수한 것은 새롭게 시작할 기반을 지켜낸 성과하고 생각한다.


올해 영실과 삼정 두 업체에도 금속노조 깃발을 꽂았지만, 교섭은 진척이 없는 반면 삼정은 물량 반납으로 고용위기를 조장했고, 영실은 계약직 해고를 예고하며 탄압의 강도를 높였다. 우리는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가 삼정, 영실지회를 날려버리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였다. 삼정, 영실지회를 날리면 당연히 동진도 깨부술 거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돌파할 건가? 공동파업 말고는 선택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3지회는 공동파업을 주저하지 않았다. 한편, 외형적으로는 업체와 싸우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원청과 싸우는 각각의 지회가 각자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3지회 공동파업을 선택했듯이 추후 3지회 공동파업으로도 힘든 싸움이 될 것이기에 더 강한 노조를 건설하기 위한 조직화가 늘 중요했고, 신규사업장 조직화를 늦추지 않았다. 지회별 투쟁요구는 달랐지만, 거대한 공동의 적을 이기기 위한 공동투쟁에서 사전 준비부터 실제 공동파업까지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노동조합을 건설할 때부터 업체의 벽을 넘어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함께 거기 집중해서 해결해 나갔다. 영실이 없으면 삼정도 없는 것이고, 삼정이 없다면 동진과 영실도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삼정지회 파업을 깨기 위한 원청의 대체근로 시도를 동진지회 조합원들이 적극 결합해 막아냈고, 영실지회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현대글로비스 직원을 몰아내기 위한 동진지회의 예고 없는 즉각적 연대파업으로 현대차를 압박하는 실천도 가능했다. 당시 동진지회의 파업 돌입 후 20분 만에 현대차 라인이 멈췄고, 현대글로비스 대체근로자들은 현장에서 쫓겨났다.


처음부터 ‘하나의 노동조합’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공동파업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것을 좀 더 넓힌다면, 산별노조 전체에도 해당한다고 본다.



업체의 벽을 넘어

서로에게 달려갈 수 있는 힘


Q: 삼정, 영실, 동진 3지회 파업 승리의 성과로 단일지회로 발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는 신규로 3개 사업장을 조직해 6개 분회로 확대됐다. 빠르게 조직할 수 있는 계기, 방법이 무엇인지?


저는 평가가 좀 다르다. ‘공동파업의 성과로 3지회가 하나의 지회로 통합됐다’기보다, 애초에 하나의 지회로 가려는 공동목표가 없었다면 공동파업의 소중한 승리가 있었다 하더라도 하나의 지회로의 통합은 가능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3지회 공동파업 승리가 조합원 사이의 단결을 높이고 동지애도 싹트게 해 단일지회 건설에 큰 힘이 된 건 맞는다. 실제로는 현대글로비스, 현대차와 싸우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각개 지회의 형태로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인식이 하나의 지회로의 통합을 좀 더 빨리 추진하는 힘으로 작동한 거라고 본다.


조직화에 별다른 왕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삼정, 영실 조직화만 해도 1년 넘게 주체들과 교육 등 준비과정을 밟았다. 신규사업장인 베스틱과 진우도 7개월 정도 준비했고. 이전보다 준비기간이 줄어든 건 분명하지만, 현장주체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생길 서열업체 노동조합의 준비기간은 좀 더 짧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버텨주고 받쳐주는 힘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장주체들이 준비될 때까지 보안이 중요하다.


물론 서열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조건은 열악하다.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이고, 그마저 산입범위 확대와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과거보다 줄어든 사업장도 많다. 서열업체의 젊은 노동자들은 사업장을 뛰어넘어 서로 알고 지내는 관계가 꽤 된다. 게다가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알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좋은 조건이라도 그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조직할 주체가 없으면 그저 낱낱이 흩어져 있는 구슬이다. 그래서 현장주체들과 준비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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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 임송라 지회장.



Q: 지회는 6개 사업장이 조직된 후 바로 출퇴근 선전전을 강화하고 있다. 새벽 출근선전전(지난주로 종료됐으며, 2주간 진행)이 쉽지 않은데, 신규 조합원도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규분회의 민주노조 강화를 위한 사업이 있는지?


애초에 노동조합을 띄우면 아침, 점심, 교대, 석식선전전 등은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공유했다. 그리고 준비한 대로 바로 했다. 그런 선전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조합원들의 투쟁의지를 높이기 때문에, 발언 한마디 구호하나 외치는 게 현장 투쟁력 상승에 도움이 됐다. 하나 더 관건이었던 게, 3개의 신규분회가 한곳에 집중해서 아침 선전전을 한다. 3분회 공동선전전은 각 분회가 너나없이 하나의 조합원으로서 실제로 어느 분회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장이라도 달려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이렇게 공동투쟁 의지를 강화하고 있다.



Q.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는 모든 서열업체 조직화를 목표로 할 텐데, 신규사업장 조직화에서 중요하게 삼고 있는 원칙과 핵심사업이 있다면?


신규노조 조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민주노조운동의 복원과 제대로 된 산별노조운동을 건설하는 거다. 민주노조운동의 복원을 ‘전투적 조합주의를 살려내는 것’으로 협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무엇보다 앞서 얘기한 대로 영실, 삼정에 문제가 생길 때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우리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고 실제로 달려가는 것, 이게 핵심이라고 본다. 이를 어떻게 잘 구현해 내느냐가 민주노조운동 복원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산별노조 역시 민주노조운동에 복무하지 않는다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산별노조라면 당연히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기초해 동일한 단체협약을 적용받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에 있는 여러 분회 속에서 그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현대글로비스, 또 그 위에 현대차라는 원청이 있다는 동질성은 있지만, 각 소속 업체는 다르다. 업체마다 자본력도 다르고, 패턴도 다르며, 노조에 대한 태도도 다르다. 이를 어떻게 맞춰 나가느냐가 핵심이다.


저희는 지금 같은 수준에서 서열업체들을 조직하고 그 속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대응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산별노조 속에서 동일한 임금과 동일한 단체협약을 적용하는 한편, 그 속에서 노동계급이 하나의 힘으로 공동요구를 걸고 함께 싸울 수 있어야 노동계급의 힘이 형성된다고 본다. 우선 그걸 지회에서부터 실현해 나가기 위한 최우선의 목표로 상정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제대로 된 산별운동을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에서부터 시작해보자는 것이다.



신규사업장 조직화,

왕도는 없지만

쉬운 방안에 기대선 안 돼


Q. 동진지회 파업투쟁 때도, 3지회 공동투쟁 때도 업체보다 원청인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 자본을 상대로 싸웠다. 추후에도 원청을 상대로 한 투쟁은 불가피한데, 요구안과 투쟁계획이 있는지?

실질적으론 업체와 싸우면서 더 이상 업체 수준에서 풀 수 없는 문제일 때 현대글로비스, 현대차 자본을 상대로 싸운 것이다. 추후에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가 비껴가고 싶어도 비껴갈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우리가 단일 지회로 통합하기 전에도 공동의 요구안을 바탕으로 공동의 투쟁을 하면서 지내온 것이다. 여전히 공동투쟁과 공동요구안에 대한 계획은 있다. 이제는 6개 분회의 공통분모와 전체 서열업체의 현 상태에 기초해 지회 요구안으로 만들고, 서열노동자라면 함께 투쟁할 수 있도록 조직할 것이다.


3개의 신생분회가 지금부터 임단협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 각 분회 차원에서 각기 다른 요구도 있을 텐데, 그 속에서 전체적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동일임금-동일단협을 향해서 갈 것이다. 그리고 전체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비정규직 철폐, 현대차 주변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 이런 것 역시 무게 있게 가지고 가야 하지 않나 한다.


현재 19개 서열업체는 물론이고 노조로 조직된 6개 분회 안에서도 업체별 임금 차이가 상당히 나고 있다. 동진과 베스틱을 비교해도 연봉이 1,300~1,400만 원 정도 차이 난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3천만 원 미만이고, 그나마 노조가 있는 곳은 그보다 높다. 노동조합의 유무가 임금수준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Q. 마지막으로 다른 지역의 현대글로비스 서열하청업체 조직화를 준비하는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과 연대단위에 하고픈 말, 맘껏 부탁드린다.


먼저,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는 동지들에게 끊임없이 연대를 요청할 것이다. 거꾸로, 지역의 연대단위에서도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해 주셨으면 한다.


사실 조언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죽도록 쫓아 다니고, 연락하고, 선전전하고, 이야기하고,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뭐든 동원해야겠죠. 하지만 그 생각은 분명하다. 막연하게 조직화하겠다는 성급함이 오히려 서열업체 조직화를 망칠 수도 있다고 본다.


한 예로, ‘거대한 금속노조의 힘을 믿고 노동조합을 만들어 가자’ 이렇게 이야기할 것인지, 아니면 ‘동지야 노조하다가 절단날 수도 있어, 그래도 인생 걸고 노동조합 한번 만들어보자’라고 할 건가. 무엇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신규조직화는 쉬운 방안에 기대어 할 이야깃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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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전인표, 정원현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