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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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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12.18 19:25

경자년 끝자락에서 

숨길 수 없는 정체


김태연┃대표



1960년 4.19가 일어난 후 60년 만에 다시 돌아온 경자년이 하릴없이 저물고 있다.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나는지라, 한 해를 마감하는 아쉬움보다는 ‘경자년아, 어서 가라’는 분위기다. 전세계적으로 7천만 명 이상이 감염되어 161만 명 넘게 사망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듯하다. ‘코로나에 잘 대처해왔다’고 평가받은 한국에서도 경자년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매월 실업보험 신규신청자가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미 수백만 명이 넘는 사실상의 실업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영세자영업자들도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상반기에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불평등이 심화되는 공식을 깨겠다’던 대통령의 호언장담에 일말의 기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말로 오면서 기대는 말짱 도루묵으로 끝나고, 그저 애꿎은 경자년이 욕먹고 있다. 경자년 출생이라 그런지, 경자년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아듀, 경자년!



경자폭거


우울한 세밑에서도 어디에선가는 쾌재를 부르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자들이 집권여당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권은 공수처법, 노동법, 공정경제 3법 등 수많은 법안을 국회에서 대거 처리하고 쾌재를 부르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이를 두고 ‘경자쾌거’라 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경자쾌거가 될지 모르나, 노동자민중에게는 ‘경자폭거’다. ‘저임금‧장시간노동 개선’ 운운하던 그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 오히려 장시간노동을 조장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악했다. ‘국제 노동 기준’ 운운하던 그들은 노조하기 어렵게 노조법을 개악했다. ‘재벌개혁’ 운운하던 그들은 총수일족의 세습독점 장치들을 지켜주었다.


이번 국회에서 문재인 정권이 저지른 일을 ‘경자폭거’라 칭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른바 180석의 위력을 앞세워 그들이 원하는 바대로 각종 법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즉, 그들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제외시켜 버렸다. 명분과 절차상 그 어떤 법안보다 처리하기 쉬운 법이었다. 하루 7명이 사망하는 현실 때문에 그 누구도 대놓고 강력하게 반대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조차도 명시적 반대를 하지 못했다. 시민 10만 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법상의 절차적 명분까지 부여해주지 않았는가? 오로지 문재인 정권과 집권여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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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동과세계(김한주)]



진짜 정체


그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면 기업 경영과 국가 경제에 문제가 된다’고 한다. 김용균 노동자의 목숨을 빼앗은 발전소에서는 지금도 비정규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은 발전소 경영을 위해 계속 하청 비정규노동자가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 하루에 7명씩 죽여서 국가경제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다른 이름은 ‘기업살인법’이다. 이번 국회에서 민주당 정권이 저지른 짓은 ‘살인기업과 살인경제를 멈춰야 한다’는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폭거다. 180석의 힘으로 폭거를 자행한 그들의 정체는 살인정권이며, 자본정권 중에서도 가장 천박한 자본정권이다. 그런데 사실 이들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그들의 정치적 DNA가 살인적이고 천박한 자본정권이라는 사실은 이전에도 여러 번 드러났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시절, 재벌들에게는 입이 떠억 벌어질 정도로 특혜를 주면서, 정리해고‧파견법 등 노동자민중에게 저지른 짓들을 보자.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는데, 지금 감옥에 있는 박근혜나 이명박이 정권 잡고 있을 때 노동자민중에게 저지른 일은 새 발의 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 우리가 힘든 것은 바로 이들의 정체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폭거 때문이다. 가버려야 할 것은 경자년이 아니라 민주당 정치세력이다.



신화파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폭거에 비해 여전히 높은 지지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민주정권’이라는 신화는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심신이 허약해지면 신화의 노예가 되는 법, 이는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아직 약하다는 증거다. 지금 국회 안팎에서 단식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오늘 필자가 낙태죄 폐지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국회 앞에서는 태권도장 차량 수십 대가 못 살겠다며 차량 시위를 했다. 도처에서 투쟁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여기에 머무르지 말고 투쟁을 더 키워서 신화의 미망을 파괴해야 한다.


그리고 투쟁의 방법과 강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전망’이다. 사람을 죽여서 기업을 경영하고 국가경제를 유지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전망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회주의 대중화’라고 한다. 경자년에 시작한 우리의 사회주의 대중화 사업이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 정축년 새해의 사회주의 대중화 사업으로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