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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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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1.01.18 15:43

북한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무엇을 남겼나?

 

 

 

장혜경┃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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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북한이 1월 5일부터 12일까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이하 ‘8차 당대회’)를 열었다. 북한에서 조선노동당이 갖고 있는 위상으로 볼 때 8차 당대회는 향후 몇 년간 북한 대내외정책의 기본방향을 결정하는 회의였는데,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단절된 북‧미 대화와 2020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북한의 어떤 대미‧대남정책을 수립할 것인지다. 둘째는 국제사회와 미국의 제재, 코로나19와 수해 등으로 북한의 경제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이 어떤 경제발전전략을 취할 것인가다. 셋째는 경제발전정책과 대외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치체제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가다. 8차 당대회의 주요 결정사항을 통해 이를 살펴보자.

 

 

 

대미‧대남정책

: 강대강(强對强)-선대선(善對善) 전략과 핵기술 고도화 천명

 

김정은은 사업총화보고에서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진단하면서, “새로운 조미 관계[북‧미 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새로 취임하게 된 바이든 정부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북‧미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대북 적대 정책 철회를 내건 것이다.

 

남한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일침을 놓았다. “현재 남조선당국은 방역 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 들고,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면서 “북남 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더불어 “남조선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남북관계 활성화 여부는 남측 당국의 남북합의 이행에 달려있음을 분명히 했다. 즉 미국과 남한의 태도 변화만큼 대응한다는 ‘강대강(强對强)-선대선(善對善)’ 전략을 밝힌 것이다.

 

더불어 북한은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 5천km 탄도로케트 개발 추진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 ‘핵기술 고도화’를 천명했다. 미국을 겨냥한 핵무기와 장거리 핵무기 운반수단, 핵전술무기와 초대형방사포 등 남측을 겨냥한 국방력 강화를 천명한 것이다. 즉 북‧미/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만큼 ‘핵 억지력’에 근거해 평화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당규약에도 반영돼 ‘무력 강화를 통한 평화 추진’ 내용이 추가됐다.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자력갱생

 

당대회 개막사에서 김정은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밝히면서, 5개년 계획이 모든 부문에서 실패했음을 시인했다. 주요 원인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및 코로나19, 수해 등 외부적인 어려움을 꼽았지만, 동시에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존재하고 있다”면서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현 상황을 “가장 확실하게, 가장 빨리 돌파하는 묘술은 바로 우리 자체의 힘, 주체적 역량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데 있다”며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 사업을 총괄 평가하는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도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기본종자, 주제는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다”라고 밝혔다. 또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목적은 “경제를 그 어떤 외부적 영향에도 흔들림 없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정상 궤도에 올려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폐막 당일 이뤄진 8차 당대회 ‘결론’에서도 ‘사회주의경제 건설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가장 중요한 혁명과업’이라며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중심과업으로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경제발전의 관건적 고리로 틀어쥐는 것을 제시하고, 5개년 계획의 성패가 ‘경제관리를 어떻게 개선하는가’에 있다며 경제정책의 전환이 아닌 “정비전략, 보강전략”을 현 단계 경제전략으로 제시했다. 2012년 김정은이 “더이상 인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던 약속이 대북제재 속에서 실현 불가능해지자, 자력갱생과 경제사업체계와 부문들 사이의 유기적 연계를 복구‧정비하는 전략을 통해 경제위기 상황을 돌파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조선노동당 규약개정

: 국방력‧김일성-김정일주의화‧당 역할 강화

 

8차 당대회는 조선노동당의 규약 개정과 중앙지도기관 선거도 실시했다. 우선 당규약을 개정해 5년 만에 정무국을 폐지하고 비서국을 부활시키면서, 김정은을 당 ‘총비서’로 추대했다. 북한은 201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로, 김정은 위원장을 ‘제1비서’로 추대한 바 있는데, 김정은이 김정일과 같은 반열에 오름으로써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했음을 시사했다.

 

둘째, 당규약에 ‘김일성-김정일주의화‧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를 강조했다.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채택한 기존 당규약은 ‘김일성-김정일주의’에 대해 ‘당과 혁명의 영원한 지도사상’이라고만 규정했다. 그러나 8차 당대회에서는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주체사상에 기초하여 전일적으로 체계화된 혁명과 건설의 백과전서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투쟁속에서 그 진리성과 생활력이 검증된 혁명적이며 과학적인 사상”으로 정식화해, “영원한 지도사상인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더욱 부각”되도록 했다. 또 서문에서 기존 당규약에 있던 ‘선군정치(선군(先軍)의 기치 밑에 혁명과 건설을 영도한다)’를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로 대체해 사회주의 기본정치방식으로 정식화했다.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집권 초기부터 군이 아닌 당 지배체제를 구축해왔는데, 선군정치가 규약에서 빠지고 김정은이 총비서가 됨으로써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당 지배체제가 더욱 공고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당규약에 ‘국방력 강화’가 추가됐다. 기존 당규약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과업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데 대하여 명백히 밝혔다”고 한다. 즉 “강위력한 국방력에 의거하여” 조선반도의 평화를 수호하고 통일을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넷째, 당원과 당 조직에 당규율 적용을 강화했다. 가령 당원 자격의 문턱을 높이고 당규율 위반 시 처벌 조항을 추가했으며, 당원뿐 아니라 당 조직에도 당규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더했다. 이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당의 규율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8차 당대회

: 힘겨운 정면돌파전 각오

 

결국 8차 당대회를 통해 드러난 북한의 핵심 전략은 △하노이 노딜에서 트럼프가 요구한 바와 같이 미국의 일방적인 항복 요구(선() 핵 폐기-후() 북‧미 관계 개선)에는 응할 수 없고 △금강산‧개성 관광사업을 재개하지 않으며 △역대급 군비증강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벌이면서 남북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미국과 남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북‧미/남북관계 개선에 응할 의지가 없음을 표명한 것이다. 이런 대외 환경 속에서 북한의 선택은 경제적으로는 자력갱생, 국방에서는 핵 무력 강화, 정치‧사상적으로는 ‘김일성-김정일주의’ 강화와 ‘당 규율 및 당 역할 강화’로 드러났다. 내부의 주체적 힘을 통해 현 국면을 돌파한다는 것이다.

 

이는 8차 당대회 폐막에서 당대회 결정을 집약한 ‘의정에 대한 결정서’에서도 드러난다. 결정서를 통해 김정은은 이번 8차 당대회의 기본사상, 기본정신은 “사회주의 건설의 주체적 힘, 내적 동력을 비상히 증대시켜 모든 분야에서 위대한 새 승리를 이룩해나가자는 것”이라며 ‘이민위천(인민을 위해 복무함)’, ‘일심단결’, ‘자력갱생’이라는 3가지 이념으로 8차 당대회의 구호를 대신하자고 밝혔다. “사회주의 위업의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며 혁혁한 전진을 이루려면 보다 힘겨운 정면돌파전을 각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은 정치-경제-외교전략 모두에서 주체 사회주의 강화로 돌아갔다.

 

 

 

함의

 

이로써 한반도의 시계는 2019년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바이든 신정부의 대북정책이 대북 적대 정책을 폐기하지 않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할 가능성이 있어, 북한은 8차 당대회 결정대로 핵무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올 신년사에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춰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명분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으며 역대급 군비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쓸데없다’고 여기는 코로나 협력부터 남북협력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북한의 8차 당대회 결정과 충돌하고 있다. 그 결과 남북 대화는 단절되고 남북 간 군비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결국 8차 당대회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북‧미 대화 초입으로서의 쌍중단(핵 동결‧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 상호 군축,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평화협정 체결’이 매우 절실함을 또다시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