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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자본가들의 경영실패, 국유화로 답하자

 

 

두 번의 먹튀, 세 번째 매각?

쌍용차 국유화

현실적인 최선의 대안

 

 

이주용┃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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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정리해고에 맞선 쌍용차 공장점거 투쟁. [사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노동자들의 백기투항 없이는 단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다.’ 지난 1월 12일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이 최근 다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쌍용자동차에 대해 신년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의 요지다. 이 자리에서 이동걸은 쌍용차가 산업은행 지원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노사 단체협약(단협) 유효기간을 3년으로 늘릴 것’과 ‘흑자를 기록할 때까지 일체의 쟁의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2018년 한국지엠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에서도 그랬지만, 기업 위기가 터지면 일단 노동자의 손발부터 묶고 온갖 협박(‘노조가 굴복하지 않으면 부도로 갈 수밖에 없다’ 따위)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이 정부의 깡패 정신이 이번에도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단협 유효기간 연장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이 싸울 여지를 해당 기간만큼 봉쇄하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가 자본가들의 요구를 수용해 추진한 노동개악의 대표 항목 중 하나다. 게다가 쌍용차에서 2009년 정리해고 당시 공장점거 파업이 공권력의 가공할 폭력 진압과 함께 막을 내린 이후 기존 민주노조가 크게 축소되고 기업노조가 다수노조로 들어서면서 무려 11년 연속으로 ‘무분규’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쟁의행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틀어막겠다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구조조정에서 찍소리 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계엄령이나 다름없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는 현재 쌍용차 위기에 대해 ‘노동자가 죄인’이라는 족쇄부터 채우고, 구조조정 사업장에서부터 노동개악과 파업권 박탈을 현실화하려 한다. 파업을 “자해행위”라고 비난하며 자본가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이동걸에게, 회사를 망쳐놓은 자본가의 실패와 무능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연달아 회사를 해외자본(2004년 중국 상하이차, 2010년 인도 마힌드라)에 팔아먹으며 거덜 낸 정부와 산업은행의 죄 역시 스스로 ‘사면’한 모양이다.

 

 

 

위기만 터지만 ‘노동자 탓’…

거짓과 왜곡으로 점철된

자본가의 논리

 

2020년 3분기 말 기준 쌍용자동차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은 무려 98.6%에 달한다(2020년 연간 기준 재무제표는 아직 공시되지 않음). 100원짜리 물건을 만들어 팔면 제조비용을 제하고 1.4원만 남는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판매‧관리에 드는 비용까지 빼야 영업이익이 산출되니, 당연히 적자일 수밖에 없다. 2018년만 해도 매출원가율은 87.5% 수준이었지만, 2019년에 92.6%로 뛰어오르더니 2020년에는 98%를 넘어선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의 임금 때문에 이렇게 매출원가율이 급상승한 것일까? 진실은 그 반대다. 노동자운동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위원 오민규 동지의 분석에 따르면, “비용 중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년간 가장 많은 상승 폭을 보인 것은 △원재료투입 및 상품매입액(4.3%p↑) △기타(4.52%p↑) △감가상각비(1.51%p↑) 순”이며, “△무형자산 상각비(0.55%p↑)와 △종업원 급여(0.93%p↑) 상승 폭이 가장 낮았”다. 즉, “비용 증가에서 인건비 역할은 거의 없었으며, 재료비와 기타 항목이 가장 핵심적 이유”라는 것이다. 실제로 쌍용차 매출액 대비 재료비 비중은 2020년 3분기 말 기준 72%를 넘어서서 매출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인건비의 경우, 쌍용차 사측은 2019년 12월 ‘자구책’으로 노동자들의 성과급‧상여금 반납 등 임금 삭감을 강요했으며, 2020년 임금은 동결했다. 결국 문제는 임금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1

 

그러나 이 지경에 이르도록 최대주주 마힌드라는 두 번의 유상증자로 1,3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것을 제외하면 2010년 쌍용차 인수 이후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에 쌍용차가 보유했던 수출시장이 계속 위축되는데도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2013년 이후 수출 물량은 지속적으로 크게 줄었다(2013년 약 7만 8천 대 → 2019년 약 2만 7천 대. 코로나 영향을 받은 2020년에는 1만 9천 대로 감소). 게다가 쌍용차는 지난 2013년부터 매년 1천 5백억~2천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해왔는데, 모회사 마힌드라는 이렇게 쌍용차에서 개발한 티볼리 플랫폼을 단 5백억 원에 가져가 인도에서 다른 이름으로 바꿔 생산‧판매함으로써 자체 수익을 올리는 데 써먹었다(2020년 기준 마힌드라 전체 판매량의 약 21%).2

 

이렇듯 마힌드라 자본은 쌍용차를 활용해 최대한 이익을 빼가고, 재료비로 원가율이 치솟는 구조를 방치하면서 회사를 다시금 위기로 내몰았다. 그런데도 일부 자본가언론은 작금의 상황이 ‘강성노조’(11년간 무분규를 기록한 ‘강성노조’?) 때문이라거나 ‘해고노동자 복직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라고 왜곡하는 적반하장 행태를 보인다. 결국 자본가의 경영실패가 사태의 주요 원인이지만, 정부와 산업은행 역시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2008년 상하이차가 기술 유출 등으로 단물을 빼먹고 도망갔던 사태를 그대로 반복하려 한다.

 

 

 

노무현-이명박-문재인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약 5,900억 원에 인수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때부터 노동조합을 비롯해 자동차산업 전문가들과 여러 언론매체에서도 헐값 매각과 기술 유출 문제를 지적하며 논란이 벌어졌지만, 노무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듬해인 2005년에는 산업은행도 포함된 채권단이 6,3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저금리 대출 형식으로 지원하면서 사실상 상하이차에 인수금융 특혜를 베풀었다.3

 

이후 사태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불과 4년 만에 상하이차는 신차 개발도, 약속했던 투자 집행도 없이 쌍용차가 보유한 기술만 빼간 채 2009년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철수 의사를 밝혔다. 당시 쌍용차가 빌린 차입금 2,800억 원 가운데 2,400억 원을 제공했던 주채권은행 산업은행은 상하이차의 먹튀 행각을 수수방관했고, 이명박 정부는 정리해고를 정당화하면서 노동자들의 공장점거 파업을 대규모 공권력으로 폭력 진압했다. 저항을 분쇄한 뒤, 산업은행은 바로 다음 해인 2010년 말 인도 마힌드라에 쌍용차를 재빨리 다시 매각해버렸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0년 1월, 쌍용차 이사회 의장이자 마힌드라 사장인 파완 고엔카가 방한해 ‘2023년 흑자 전환’이라는 목표와 함께 ‘2022년까지 수익성 회복을 위해 5천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 달에 마힌드라는 이 계획이 승인된 게 아니라고 태도를 바꾸더니, 산업은행과 정부의 자금 지원을 슬그머니 요구했다. 결국 지난 4월 투자 계획을 뒤집으면서 ‘쌍용차의 신규 투자자를 찾겠다’며 사업 철수 및 매각 의사를 천명했고, 12월 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노무현-이명박-문재인 정부를 거쳐 11년을 돌고 돌아 쌍용차는 또다시 ‘부도냐 구조조정이냐’의 강요된 선택지를 받아들게 됐지만, 여태껏 두 번이나 회사를 팔아먹으며 이 사태를 초래한 정부와 산업은행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지금도(2020년 3분기 말 기준) 쌍용차 차입금의 50%(약 1,900억 원)를 대준 주채권은행이다. 그리고 현재 산업은행은 쌍용차 신규 인수 희망자라는 미국의 수입차 유통업체 “HAAH 오토모티브”에게 회사를 다시 매각하려 한다. 지난 12월 말 산업은행 주도로 쌍용차‧마힌드라‧HAAH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까지 꾸려서 매각‧인수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4 그러나 HAAH라는 회사는 최근 사업연도 매출이 2천만 달러(약 230억 원)로 쌍용차 연간 매출(2019년 말 기준 3조 6천억 원)의 1/100에 불과해 자본 조달 능력이 대단히 의심스러우며, 이에 따라 HAAH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체리자동차가 실질적 투자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5 이미 두 차례 매각의 결과를 빤히 보고도, ‘몇 년 후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번 정권에서 사고가 터지는 것은 막아야 하니 빨리 팔아치우고 보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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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화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쌍용차 재매각은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똑같은 파국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알짜만 빼먹고 회사를 내던진 마힌드라에게는 기대할 것도 없다. 게다가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쳐 전기차 전환에 따른 위기와 경쟁이 격화하는 지금, 다른 국내 자본이 막대한 부담과 불투명한 미래를 떠안고 인수에 나설 리도 만무하다.

 

결국 쌍용차 노동자를 비롯해 협력업체 노동자까지 수십만 명에 달하는 고용을 지키려면, 국유화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현재 산업은행은 쌍용차 최대 채권자일뿐더러, 오늘날 쌍용차가 다시금 존립 위기에 내몰리게 만든 과거 매각의 핵심 책임자다. 기존 최대주주 마힌드라의 경영실패 책임을 물어 그 지분을 소각하는 한편, 산업은행이 여태껏 투입한 차입금을 출자 전환함으로써 지분을 취득하고, 정부가 여타 민간자본에 퍼주는 공적 자금 및 지원금(가령 2020년 상반기에 자동차 자본이 획득한 전기차 보조금만 2천억 원이 넘었고, 그 가운데 테슬라가 900억 원을 가져갔다6. 또한 정부가 작년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따르면, 전기차‧수소차 등 보급 확대에 2022년까지 무려 5.6조 원을 쏟아붓겠다고 했다)을 이 공영 자동차회사에 투입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 자동차 공기업에서 공공 목적의 차량을 생산하는 한편, 이미 정부가 개발한 공용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해 진정 공적으로 미래차 전환을 추진할 수도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쌍용차뿐 아니라 갈수록 상시적인 철수 협박을 받고 있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등 해외자본 치하의 3개 완성차회사(‘외투 3사’)를 하나의 공기업으로 묶는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 앞서 인용한 글에서 오민규 동지는 “한국 자동차 공사”라는 국유기업 혹은 공기업을 만들어 외투 3사를 통합하는 구상을 제시했는데, 크게 다음 4가지 장점이 나타난다: △ 3사 차량 라인업이 중복되지 않고,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보유(쌍용차‧한국지엠)한 데다, 생산-판매-정비 네트워크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 수시로 사업 철수 카드를 내밀어 정부 지원을 뜯어내는 외투 자본의 고질적인 협박에 맞설 수 있으며 △ 3사 통합 시 연간 100만 대 수준의 생산량을 확보하는 한편 미래차 전환에 대한 중복 투자를 줄이며 규모의 경제로 원가 절감이 가능하고 △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지역 상생형 일자리’(광주형 일자리 등)에 분산적으로 들어가는 막대한 자원을 3사가 통합된 “한국 자동차 공사”에 투입하면 훨씬 큰 고용효과와 효과적 자원 분배를 달성할 수 있다.7

 

물론, 지금까지의 행태를 봤을 때 정부와 산업은행은 노동자들에게 ‘항복하지 않으면 부도밖에 길은 없다’며 협박 수위를 끌어올릴 것이다. 따라서 (파국으로 귀결할 재매각이 아니라) 훨씬 더 현실적이고 양질의 일자리도 보장할 수 있는 국유화 대안을 제기하며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만들고, 이 투쟁으로 정부에 선택을 강제해야 한다. 수십만의 생존을 파괴할 것이냐, 아니면 국유화로 일자리를 지킬 것이냐. 법원이 법정관리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2월 말까지 저들은 어떻게든 회사를 팔아치우려 모의할 것이다. 지금부터 국유화 대안을 공론화하면서 현장 노동자들을 모아가야 한다.

 

 

 

1 오민규, “쌍용차의 현실진단과 해법”, 금속노조 주최 <쌍용자동차의 위기진단 및 회생방안 토론회> 발제문, 2021년 1월 13일.

 

 

2 오민규, 앞의 글과 “쌍용차 없었다면 마힌드라는?”, <프레시안> 2020년 3월 10일 자 기사.

 

 

3 “채권단, 상하이車에 6300억 저리 대출”, <이데일리> 2005년 1월 25일 자 기사.

 

 

4 “‘조건부 자금 투입 가능’ 쌍용차 매각 주도하는 산은… 4자 2차 회의”, <뉴스1> 2021년 1월 12일 자 기사.

 

 

5 오민규, “쌍용차의 현실진단과 해법”. “쌍용차 탐내는 미국 스타트업… ‘HAAH오토모티브 인수제안서 준비’”, <한국경제> 2020년 8월 20일 자 기사.

 

 

6 “테슬라 전기차 독주… 상반기 보조금 900억 가져갔다”, <매일경제> 2020년 7월 26일 자 기사.

 

 

7 오민규, 앞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