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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노동자의 죽음

 

 

모든 책임이 유족이 남겨지는

억울한 현실

 

 

이정호┃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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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쿠팡 천안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과 법률대리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세종충남 운동본부>가 쿠팡 등 원청의 책임회피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충남 노동자뉴스 '길']

 

 

2020년 6월 1일, 한 여성노동자가 충남 천안 쿠팡 물류센터 구내식당에서 청소 및 소독작업을 하던 중 쓰러져 단국대학교 천안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이 안타까운 죽음은 그 직전인 5월 말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발생했던 쿠팡 발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코로나19로 사망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6월 3일, 그의 죽음이 코로나19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코로나19로 강화된 소독작업에 따른 독한 청소약품의 위험성이 집중적으로 조명됐으며, 6월 9일에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의원총회 발언에서 쿠팡 물류센터 전수조사 및 사망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멀어지는 사회적 관심,

외로이 남겨지는 유족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고인의 사인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밝혀지면서 사회적 관심은 멀어졌다. 그러자 고인이 일했던 사업장인 쿠팡과 고인의 원청인 동원홈푸드는 모두 고인의 죽음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쿠팡은 작년 7월 8일 발표한 입장에서 ‘쿠팡은 동원홈푸드에 급식사업을 위탁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책임도 없다’고 밝혔으며, 동원홈푸드 역시 유족에게 사과는커녕 입장조차 없다는 게 확인됐다. 심지어 쿠팡은 고인의 죽음 이후 급식을 도시락으로 전환했으며, 이후에는 구내식당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고인의 사인이 급성 심근경색이라는 부검 결과를 근거로 ‘화학물질과 관련이 없다’며 쿠팡과 동원홈푸드의 과실에 대한 수사를 빠르게 종결하려 했고, 노동부 역시 시료 채취와 관련자에 대한 조사 이외에 제대로 된 현장검증과 사고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러한 관계기관의 미비한 조치는 쿠팡이 급식 운영을 중단한 것과 맞물려 죽음의 진상을 제대로 밝힐 수 없게 만들었다.

 

 

 

죽음의 진상을 밝히지 않는

노동부, 경찰, 근로복지공단

 

2020년 7월 16일, 유족과 법률대리인, 그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세종충남 운동본부>는 쿠팡과 동원홈푸드의 책임회피에 항의하며 두 기업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공동으로 고발했다. 그리고 경찰과 노동부 면담을 통해 경찰에게는 수사를 종결하지 말 것, 노동부에는 제대로 된 사고조사와 유족 및 유족 추천 전문가의 참여를 요청했다. 또한 7월 20일에는 근로복지공단에 고인의 사망에 대한 산재 신청을 진행하고, 면담을 통해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해 화학약품에 대한 노출뿐만 아니라 고인의 노동조건과 환경에 대한 총체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간만 길어졌을 뿐, 관계기관의 미비함에는 변화가 없었다. 8월 11일부터 노동부의 작업환경측정이 진행됐지만, 그들은 법률대리인 참여조차 불허했다. 오직 유족만이, 그것도 작업환경측정 예비조사에만 참석할 수 있었다. 명분은 ‘쿠팡에서 유족만 참석하도록 허용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예비조사에 참여한 유족도 사진 촬영은 불허됐다.

 

이뿐만 아니다. 노동부는 고인의 죽음에 대한 사고조사를 통해 화학적 요인에 대한 조사만이 아니라 노동강도와 물리적 인자, 정신적 긴장까지 4가지 업무적 부담 요인을 전체적으로 조사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쿠팡에 대한 과도한 조사가 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 역시 ‘쿠팡과 동원홈푸드에 자료 제출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모든 책임은 유족에게,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장벽

 

고인은 2020년 5월 24일 쿠팡 부천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구내식당의 청소와 소독이 크게 강화되면서 세척제의 독성과 사용량이 급증한 상태에서 근무했다. 또한 사망 전 3개월간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하루 평균 구내식당 이용자가 250명에서 380명으로 급증했지만, 인원충원 없이 강화된 노동강도 속에서 일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입사 이후 두 번이나 퇴직을 고민할 만큼 상사의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렸다.

 

하지만 쿠팡과 동원홈푸드의 책임회피와 관계기관의 책임방기 속에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모든 책임은 유족에게 넘겨졌다. 자료를 확보할 방법은커녕 사업장 출입도 허용되지 않고, 주변의 노동자들도 고용관계를 유지하려면 쿠팡과 동원홈푸드를 거스르기 어려운 현실에서, 유족은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미약한 연대의 힘,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2020년 11월, 유족과 법률대리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세종충남 운동본부>가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다시 한번 면담을 신청했다. 하지만 면담할 때는 제대로 된 조사를 할 것처럼 답하던 관계기관은 연말을 경과하며 또다시 묵묵부답이다. 지역에서 유족의 안전과 치료를 위한 연대기금 모금사업과 억울한 사정을 좀 더 알려내기 위한 언론기고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연대의 힘은 미약하다.

 

유족들은 6개월 넘는 시간 속에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지금이라도 유족의 억울함과 분노에 공감하는 이들이 함께 머리 맞대고 힘을 모아나가는 것이 절실하다. 2021년, 적어도 억울한 죽음이 묻혀버리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