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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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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1.01.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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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이랬으면 하는 바람

 

 

 

김태연┃대표

 

 

 

오늘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쟁취를 위한 단식 10일 차다[편집자: 본 원고는 1월 6일에 작성된 것으로, 1월 8일 저녁 국회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처리하면서 단식농성은 종료됐다]. 입안이 마르고 속이 메슥거리고 효소액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는 등 상태가 아주 좋은 것은 아니지만 견딜만하다. 바로 옆에는 단식 31일 차인 대리운전기사노조 위원장이 꿋꿋하게 버티고 있으니, 꼴랑 10일 차가 견딜만하지 않은들 어쩌겠나. 2년 전에도 대략 이 무렵에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이윤을 위해 노동자 죽이는 세상을 멈추자’고 단식투쟁했는데, 같은 내용으로 또 이러고 있으니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참 만만치 않다. 그 와중에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려는 자본의 준동이 극에 달하면서 그들에 대한 분노도 치솟지만, 위력적인 투쟁을 펼치지 못하는 변혁당 그리고 사회주의 정치세력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더 앞선다.

 

 

 

사회주의 명함 내밀기

 

어제는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서 변혁당과 노동당 공동주최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사회주의정당 기자회견”을 했다. 필자가 함께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노동당 현린 대표에게 제안해서 이뤄진 기자회견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자본주의 정치와 사회주의 정치를 조금이라도 드러내 보이고 싶어서 제안한 것이었다. 농성장을 찾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5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앞으로도 몇 년간 계속 죽게 놔두자’는 자본과 정권의 태도에 분노를 터뜨렸다. 수많은 사람이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죽이는 사회를 멈추자고 주장한다. 지금 국회 앞에서는 사실상 자본주의적 가치와 방식에 대한 분노와 체제 부정을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회주의가 명함 내밀기는 쉽지 않다.

 

이 투쟁의 장에서 사회주의 명함 내밀기를 해 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사회주의 정당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내포된 사회주의적 가치와 방식을 말하고 싶었다. “이윤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방식으로 노동자를 죽이는 게 자본주의라면,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평등과 협동의 방식으로 노동자를 살리는 게 사회주의다.” 중재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둘러싼 대립은 바로 자본주의적 방식과 사회주의적 방식의 대립이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굶은 데다 마스크까지 하고 있는 열악한 조건에서 얼마나 제대로 얘기했는지 모르겠다. 2021년에는 사회주의 정당들이 이런 얘기를 더 많이, 그리고 공감가도록 했으면 싶다. 자본주의적 방식과 사회주의적 방식이 맞부딪히는 삶의 현장과 이슈는 차고 넘친다. 사회주의 대중화, 그중에서도 사회주의 의제운동을 해 본 2020년에 뼈저리게 느낀 바이지만, 부족한 것은 기회가 아니라 스스로가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인드와 용기다.

 

 

 

사회주의 대선후보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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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정당 공동기자회견을 제안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조그마한 계기라도 생기면 노동당과의 공동실천을 진전시켜 2021년 사회주의 대선후보운동과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운동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절실한 바람 때문이다.

 

사회주의 정치세력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투쟁, LG재벌에 맞선 비정규노동자 고용쟁취투쟁, 항공사 노동자 정리해고분쇄와 국유화 투쟁 등을 힘차게 전개하면서 연대하고 있다. 이런 연대투쟁의 성과들을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확대강화로 수렴해 나갔으면 좋겠다. 단식투쟁하고 있는 유가족 한 분이 사회주의정당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요청받고 사회주의정당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해오셨다. 설명을 듣고 그분이 결론적으로 하신 말씀은 ‘그 좋은 취지를 실현할 힘이 너무 미약한 것 같군요’였다. 그 유가족의 말대로 사회주의 정치조직들이 각자 한다고 애쓰고 있지만, 유의미한 실천을 하기에는 각자의 힘이 너무 약한 게 사실이다. 힘을 모아서 지금보다 훨씬 더 위력적인 실천을 해야 한다. 위력적인 실천이 가능할 때 사회주의 정치를 보다 자신 있고 공감가도록 세상에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하고 변혁당, 노동당, 노해투 등을 비롯한 모든 사회주의 정치세력이 2021년 사회주의 대선후보운동을 위해 결집했으면 좋겠다. 빠른 시간 안에 사회주의 대선운동기구의 내용, 형식, 시기, 경로 등에 대한 제 조직간 논의가 시작되길 기대한다. 노동당 현린 대표 동지가 단식농성장에서 각 정치조직의 2021년 사업을 결정하기 전에 좌파-사회주의 정치조직들이 먼저 2021년 사업계획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2021년 대선에서 사회주의 진영이 공동으로 사회주의 후보운동을 전개하자는 공감대는 매우 높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과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각 조직의 사업방향과 일정계획이 먼저 결정되어 버리면 공동대응이 어렵지 않겠는가? 그 논의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공동실천에 들어가야 한다. 여전히 사회주의의 ‘사’자도 꺼내기 어려운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 대선후보운동을 하려면 늦어도 상반기부터 노동자민중의 삶의 현장, 투쟁의 현장에서 함께 실천하면서 대중과 함께 하는 살아있는 사회주의 대선공약을 만들고 운동주체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