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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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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부동산 대책,

토지주 ‘웃고’ 세입자 ‘울고’

 

공급대책이 아니라

공공임대가 필요하다

 

 

서울시당 주거팀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 후 첫 부동산 대책은 공급대책이었다.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을 통해 2025년까지 83만 호를 신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2.4 대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공공 주도’라는 언급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4 대책 보도자료에는 ‘공공’이라는 단어가 124번이나 등장한다. 공공이 주택을 공급한다니 환영할 일일까? 그게 그렇지가 않다. 사업은 공공이 하는데, 정작 이익을 보는 쪽은 건설사와 토지소유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무주택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재주는 공공이 부리고

돈은 토지주가 번다

 

2.4 대책의 기저에는 두 가지 생각이 깔려있다. 첫째,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 압도적인 주택공급이 필요하다는 것. 둘째, 현행 재건축‧재개발 관련 절차가 복잡하고 규제가 까다로워 민간 주도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 따라서 공공이 주도하여 재개발과 정비사업을 진행함으로써 주택을 공급하자는 게 2.4 대책의 골자다. ‘공급만능주의’에 대한 논평은 잠시 뒤에 하도록 하고, 우선 ‘공공 재개발’ 사업에 초점을 맞춰보자.

 

모든 정책의 본질은 ‘누가 이익을 보느냐’의 문제다. 2.4 대책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은 토지소유주와 건설사다. 이는 심지어 국토부 스스로 보도자료에서 강조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토지소유주에게 민간 재개발사업 대비 10~30%의 초과 이익을 보장한다. 둘째,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면제한다. 셋째, 용적률과 기부채납을 완화한다. 넷째, 개발 중에 발생하는 모든 리스크를 공공이 대신 부담한다 등등.

 

결국 세금으로 진행하는 공공사업으로 토지소유주의 초과 수익을 보장한다는 게 2.4 대책의 핵심이다. 고령이거나 소득이 없는 경우라면 국가가 생계 지원대책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그 외에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의 편의를 나랏돈으로 봐주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오히려 그들이 벌어들이는 각종 불로소득을 환수해 더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도 모자라다. 토지소유주의 초과 이익을 보장해줄 돈이 있다면, 그 돈으로 더 많은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보장했어야 한다.

 

2.4 대책의 또 다른 승리자는 건설사다. 재개발‧재건축은 건설사의 중요한 일감인데, 그 일감을 정부가 책임지고 보장해준다. 해당 사업의 리스크는 공공이 대신 짊어지는 데다, 일정 비율의 수익 역시 공공으로부터 보장받는다. 건설노동자의 생활임금과 노동기본권, 고용안정에 필요한 비용은 당연히 공공이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외 건설사의 초과 이익을 나랏돈으로 보장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역시 그럴 돈이 있다면 더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써야 한다.

 

 

 

공급대책 말고

공공임대 내놔라

 

다음으로 ‘공급만능주의’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부는 충분한 양의 주택이 공급되면 주택시장이 서서히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집값 상승이 정말 집이 없어서 발생한 일일까? 주택보급률은 이미 2008년에 100%를 넘겼다. 즉, 절대적인 주택 수량이 부족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집값 상승은 오히려 소수가 너무 많은 주택을 독점하고 있기에 발생한 일이다. 주택시장에서 투기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발생한 일이다. 집이 곧 돈이라는 믿음을 깨지 못하면, 공급대책으로는 백약이 무효하다. 특히 2.4 대책은 토지소유주의 초과 이익을 보장할뿐더러, ‘재건축 이후 2년 의무거주’라는 제한도 폐지하고 있다. 오히려 투기를 부추길 수 있는 대책인지라, 어쩌면 가장 위험한 공급대책이다.

 

변혁당을 비롯한 운동진영은 모든 사람이 저렴한 비용에 양질의 주거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공공주택 확충을 요구해왔다. 그런데 2.4 대책은 명색이 ‘공공 재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정작 공공주택 공급 계획은 너무나 부실하다. 당장 83만 호 중 공공주택 몇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조차 없다. ‘공공’이 124번 언급되는 동안 ‘공공임대주택’은 겨우 2번 언급되었을 뿐이다. 토지소유주와 건설사의 초과 이익을 보장해주고 남는 돈으로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선언적인 계획만 적혀 있다. 애당초 그들의 이익을 보장한 다음 남는 돈이 있을지조차 의문이지만 말이다. 앞서 상술했듯, 공적 재원으로 토지소유주의 초과 이익을 보장해줘야 하는 이유도 없다.

 

2.4 대책은 ‘공공’이 주도한다는 점 하나 빼고 나머지는 모두 뜯어고쳐야 한다. 우선 공급대책이 아니라 공공임대를 내놔야 한다. 저렴한, 양질의, 거주기간 제한 없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모든 무주택 가구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 2019년 현재 무주택가구는 875만 가구인데, 공공임대주택은 157만 호에 그친다. 2.4 대책에서 공급하겠다는 83만 호 모두를 공공임대로 제공하더라도 부족한 셈이다. 둘째, 토지소유주는 초과 이익 수혜 대상이 아니라 불로소득 환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임대사업자의 각종 세제 혜택을 폐지하고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공시지가와 맞먹는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 그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공공임대주택과 공공 생활‧문화‧복지시설을 공급하는 데 써야 한다. 물론 정부가 알아서 해줄 리 없다. 세입자, 무주택자, 집값에 좌절한 모든 이가 투쟁의 주체로 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