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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1.02.21 14:52

북한 원전 건설

지원 논란

 

 

팩트체크를 넘어

짚어야 할 것

 

 

장혜경┃집행위원장

 

 

 

연초부터 여야 정쟁이 뜨겁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지원 추진을 둘러싼 공방 때문이다. 논란은 1월 28일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 관련 검찰 공소장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삭제한 파일 중에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극비리에 대북 원전 건설 지원을 추진했다며 “이적 행위”이자 “안보 자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청와대도 야당의 공세에 “북풍 공작”이라고 맞받아치는 한편, 산업부는 해당 공무원이 삭제한 문서를 공개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원전 건설을 논의‧추진한 바 없다’며 방어에 나섰다.

 

 

 

팩트는 무엇?

 

2월 1일 산업부가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서(이하 ‘문서’)에 따르면, 국민의힘 주장은 근거가 취약하다. ‘문서’의 맨 앞에는 “동 보고서는 향후 북한 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적혀 있다. 또 “(추진 체계) 의사결정 기구는 미‧일 등 외국과 공동 구성”한다고 명시해, 정부가 ‘극비리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야당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되고 원전건설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추진체계, 세부방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 필요”라고 적혀 있어, 북한 비핵화와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에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라는 설명이 타당성 있어 보인다.

 

설령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원전 건설을 추진해도, 이를 극비리에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은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촘촘히 받고 있어 외부 물품 반입에 대한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하물며 핵무기 제조와 직결되는 원전 기술과 물자가 미국의 승인 없이 북한에 들어갈 가능성은 없다. 대북제재를 해제해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면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세이프가드 협정(핵물질 등의 군사적 활용을 방지하기 위해 사찰‧검증을 비롯한 안전조치(세이프가드)를 받아들이는 것)을 별도로 체결해야 한다. 또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에 따르면, 북한에 한국형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북‧미 원자력협정도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때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한 사례가 있는데, 이는 사전에 미국과 UAE가 체결한 원자력 협정이 발효됐기 때문이다. 결국 ‘극비리에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보수야당의 공세는 억지에 가깝다.

 

사실 북한에 대한 원전 건설 지원 문제는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는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과 남한이 경수로 원전을 지어주기로 했었다. 게다가 ‘문서’가 작성된 시점인 2018년에는 남북 화해 분위기를 틈타 보수언론도 ‘북한에 원전을 짓자’는 주장을 펼쳤다(“김정은 핵무기 없애면 한국형 원전 지어주자”, <중앙일보> 2018년 3월 15일 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추천한 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도 같은 시기 “평화공존을 위해 북한에 원전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즈음 원전 관련 산업‧학계가 만든 <원전수출 국민행동>도 “북한에 한국형 원전을 짓자”고 제기했다. 이를 종합하면,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의 공세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한 입으로 두말하기’로, 올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전형적인 정치공세다.

 

 

 

진실 공방에 가려진

중요한 문제, ‘핵’

 

그렇다고 ‘문서’가 문제없다는 게 아니다. ‘문서’는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방안으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케도) 부지인 함경남도 금호에 건설 △비무장지대 건설 △신한울 3‧4호기 건설 후 북한으로 송전 등 세 가지를 설정해 각각의 장단점을 검토하고 있다. 탈원전을 한다면서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해 북한으로의 송전을 검토하고, 평화지대이자 생태보존지역인 비무장지대 일원을 방사능 오염지역으로 만드는 안을 검토한 것이다. 북한 내에 원전을 짓는 방안도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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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문서에 따르면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사진은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구상도. [사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원전 자체는 △체르노빌‧후쿠시마 같은 초대형 사고 위험성 △핵폐기물 처리‧보관 문제 △군사공격‧테러 등으로부터의 방호 문제 △핵무기 제조 물질인 플루토늄 추출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총체적 문제점을 가진 발전양식이다. 즉, 원전을 북한에 짓든 남한이나 비무장지대에 짓든 인류에 치명적 재앙인 또 하나의 원전이 한반도에 생기게 된다.

 

여야는 (국내 탈원전 정책에서의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원전을 없애나가는 탈핵(반핵)의 관점에 서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특히 해외 원전 수출에 대해 양쪽 모두 ‘미래 먹거리’라며 쌍수 들고 환영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UAE 바리카 원전 1호기 기공식에서 “우리 수출 원전이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하는 한편,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업계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산업부의 적극적 지원 아래 신흥시장(체코, 폴란드, 사우디, 남아공 등) 진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북한 원전 건설을 둘러싼 진실 공방에 가려진 진짜 중요한 문제는 ‘핵’ 그 자체다. 원전이든 핵무기든, 한반도와 지구상에서 모든 핵은 사라져야 한다. ‘평화의 수단’이든 수출의 관점이든, 대북 원전 지원은 대안이 아니다. 따라서 현 여야 정쟁의 진짜 문제는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해치는 핵 문제를 가리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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