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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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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1.02.21 15:21

공매도,

‘빚내서 투자하기’의

거울 쌍

 

 

송명관┃참세상연구소

 

 

 

공매도, 대체 뭐길래?

 

공매도가 ‘개인투자자(속칭 ‘개미’)를 털어먹는 대형 금융기관의 놀이터‘라는 논란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다 작년 3월 코로나 확산과 함께 주식시장이 대폭락하자, 당국은 주가 하락을 제어하기 위해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그런데 그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에 유입되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공매도를 아예 금지하거나 제한하라’는 주장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논쟁으로까지 번지면서,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를 5월까지 연장한 상태다.

 

공(空)매도는 말 그대로 ‘주식이 없는데 판다’는 뜻이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는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생각하면 쉽다. 즉, 주식을 사고 싶은데 수중에 돈이 없다면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입하고 주가가 올랐을 때 비싸게 팔아 빚을 갚는다. 공매도 역시 마찬가지다. 돈과 주식의 위치를 바꾸면 된다. 가령 어떤 주식이 주당 1원이라고 할 때, 주식 1천 주를 빌려서 팔아 1천 원을 얻게 됐다고 하자. 이후 해당 주가가 주당 0.5원으로 떨어지면, 그때 500원을 들여 1천 주를 매입해 처음 주식을 빌려준 사람에게 갚는다. 약정한 수수료 또는 주식대여료가 100원이라고 하면, 수중에는 1,000-500-100=400원이 남는다. 빚내서 투자한 사람은 주가가 올라야 이익이고, 공매도를 한 사람은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이다. 그런데 이 둘은 논리가 똑같은 거울 쌍과 같다. 둘 다 남에게 빌려서 투기적 거래로 차익을 실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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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에 대한 불신

 

공매도는 크게 ‘무차입 공매도’와 ‘차입 공매도’로 분류한다. 무차입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두지도 않고 하는 공매도인데, 빌린 주식이 없기 때문에 공매도 실행자의 ‘약속’을 사는 셈이다. 한국은 2000년 이후로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했는데, 세계적으로도 무차입 공매도는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하거나 강하게 규제한다. 한편, 공매도의 순기능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주가 하락을 기대하는 공매도 세력에 의해 버블이나 회계 부정을 미리 억제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과도한 고평가 혹은 회계 부정처럼 부실을 은폐한 기업의 주식이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매도를 한 입장에서는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이 나기 때문에,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 등을 유포하는 문제도 벌어진다. 실제로 2016~17년 시즌에 발생한 독일 축구 구단 도르트문트 폭탄테러 사건은 초기엔 ‘이슬람 테러집단의 소행’으로 추정됐으나, 실상 이슬람과는 관련 없는 투기꾼이 구단 주식을 공매도한 후 주가 하락을 노린 책략으로 밝혀졌다. 이런 극단적 사례가 아니더라도 주가 하락에 베팅하면서 근거가 빈약한 정보를 과장되게 대중매체로 흘리는 것은 딱히 불법이라고 콕 짚어낼 수도 없다.

 

여기에다 한국의 후진적 제도는 더욱 불신을 일으켰다. 공매도 시 보증금도 없고 기한도 정해져 있지 않았으며, 공매도 과정이 완전히 전산화되지도 않았다. 전화나 메신저, 이메일 등으로 이뤄진 거래 정보를 수기로 입력하는 관행이 횡행했다. 이런 시스템을 활용해 기관이나 외국 자본은 대량의 무차입 공매도를 치고, 그럼에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무제한으로 기한을 연장해 가격이 하락할 때까지 주식을 갚지 않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었다. 지난해 공매도 금지 이전에는 공매도 거래 내역 보관이나 금융당국 보고도 의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르고 기록을 조작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던 터라 불신을 가중시켰다.

 

이 와중에 연초부터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주식을 대량 매입한 개인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제약하는 공매도 재개를 적극 반대하고, 이에 정치권이 반응하면서 이번 공매도 논란의 주된 배경이 됐다. 그만큼 당분간 공매도 논쟁은 지속될 것이며, 공매도 재개 시점인 5월이 다가올수록 더욱 거세질 것이다.

 

 

 

공매도 없으면 ‘건전’해질까

 

현재 공매도 논쟁은 증시 과열을 계속 부추기는 재료로 인식된다. 정치권도 나서서 주식시장을 부양해줄 것인 양 가세하고 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주류 정치세력이 개인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이런저런 말을 던지면서 과열된 증시를 더욱 부채질할 공산이 크다.

 

앞서 지적했듯, 공매도와 빚내서 투자하기 모두 같은 논리의 거울 쌍이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대중적 심리를 이용한 위험성을 안고 있듯, 대출을 받아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 역시 빚을 낸 입장에서 더욱 절박하게 주가 상승에 베팅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얼마 전 애플과 현대차의 미래차 관련 협업 소식에 들떠 돈을 몰아넣었던 개인투자자들이 ‘협업이 무산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대량 손실을 본 사례처럼, 작은 뉴스에 쓸려 다니며 자산을 탕진할 위험은 더욱 커졌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 전반이 실물경제와 동떨어진 채 과열되고 있는데, 이는 최근 자본주의 경제의 모습을 드러낸다. 장기화된 저금리 정책과 양적완화가 자산시장을 떠받치는 뒷배가 된 지 오래다. 이런 형국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보장해 줄 거라는 ‘믿음’으로 자산시장에 개인들이 몰려드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를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양측 모두 이른바 ‘건전한 금융시장 조성’을 근거로 삼는다. 하지만 ‘나보다 더 비싼 값에 누군가 주식을 사주겠지’ 하는 기대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이 시장의 특성상 ‘건전성’과 ‘투기성’은 구분되지 않는다. 현재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은 ‘대형 금융기관들의 탈법적 관행 바로 잡기’를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그 자체가 주가 부양 재료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불안정과 위험은 더욱 축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