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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정원 미달, 폐교 위기…

대학 구조조정이 아니라

국‧공영화가 필요하다

 

 

조형우┃학생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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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신학기가 시작됐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여전히 수백 명대인 상황에서 대부분의 대학 강의는 온라인으로 진행하지만, 바뀌지 않은 풍경도 하나 있다. 바로 ‘수강신청 대란’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강의마다 수강인원이 제한되어 있다 보니, 듣고 싶은 혹은 들어야 하는 수업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생들은 이번에도 사투를 벌여야 했다. 자칫 클릭 한번 늦었다간 순식간에 인원이 다 차버려 수강신청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학 내에서는 수강신청자가 너무 많아 경쟁이 벌어지는데, 이 나라 대학 구조 전체로 보면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요새 뉴스를 보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폐교 위기’와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소식이 꾸준히 등장한다. 어떤 대학에서는 강의마다 학생이 포화상태여서 난리인데, 어떤 대학은 입학하는 학생이 없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구조조정’이 거론될 때마다 가장 불안해지는 것은 강사들일 것이다. 수강생이 없으면 강의도 사라지고, 해당 강의를 맡았던 강사는 그것으로 ‘해고’다. 그런데 이 문제에 관해서도 대학마다 상반된 모습이 나타난다. 일례로 필자가 수강하는 과목의 시간강사는 첫 수업에서 ‘이번 학기에 진행하는 강의의 수강생을 다 합하면 500명이 넘는다’며 한숨을 늘어놓았다. 어떤 강사는 일자리를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지만, 또 어떤 강사는 지나치게 많은 수강생 때문에 과로에 시달린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리고 그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학령인구 감소 핑계로

구조조정 자행

 

일단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정원 미달 사태는 두루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대학 입학 정원은 55만 명이었지만, 수능 지원자는 49만여 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대학 구조조정 공세는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다. 당장 청소노동자 투쟁이 한창인 부산 신라대에서 그 전형적인 양태가 드러난다. 신라대 측은 입학 정원 미달로 등록금 수입이 줄어드는 등 재정이 악화됐다며 청소노동자 51명을 집단해고했다. 그러나 신라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예술 관련 학과 폐지 등 학과 구조조정도 준비 중이다. 즉,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재정 악화의 책임을 고스란히 청소노동자와 학생, 강사 등 학내구성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의 합계출생률은 0명대에 진입했고,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됐다. 앞으로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들 것이고, 등록금에 의존해서 운영되는 사립대 재정은 지속해서 악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사학들은 재정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학내노동자와 강사들을 해고하고 학과 통폐합을 비롯한 학내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한편, ‘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각종 대학 기업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영 실패의 책임을 학내구성원에게 떠넘기려 할 것이다.

 

현재 신라대뿐만 아니라 동국대 경주캠퍼스와 경남대 등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대학 구조조정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신라대가 ‘프라임 사업’(교육부가 주관하는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사업으로, 대표적인 대학 기업화‧구조조정 정책이다. 인문계열이나 예체능 학과는 축소하고 기업 요구에 들어맞는 분야를 육성하도록 유도하며, 대학별 경쟁에서 일정 기준을 통과한 곳에만 교육부가 재정을 지원한다) 관련 학과는 충원율이 낮아도 그대로 유지하는 데 반해 예술 관련 학과는 폐지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수익 창출에만 몰두하는 사립대를 그대로 두고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대학들에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을 채우라’고 압박하는 것 외에는 아무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립대 체제로는

위기 해결 못 해

진정한 대안은 대학 국‧공영화

 

결국 지금 떠도는 ‘대학의 위기’는 ‘수익 창출 기업으로서 대학의 위기’다. 정부는 사실상 ‘시장 원리에 따라 살아남을 대학만 생존하면 된다’는 식으로 방치하고 있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내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사립대 국‧공영화를 통한 국가책임 고등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정원 미달 사태나 폐교 위기가 발생하는 지방 사립대부터 국‧공영화해서 학생의 학습권과 학내노동자의 고용, 지역의 고등교육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사학재단의 책임을 물어 자산을 환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등록금을 폐지함으로써 무상교육을 실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와중에도 수도권 주요 대학에서 극심한 입시 경쟁이 벌어지는 대학 서열체제도 혁파해야 한다.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충하고 그에 걸맞게 공공적 통제를 바탕으로 상향평준화를 진행하면서 입시 경쟁을 철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지역 대학을 강화함으로써, 고등교육 희망자들이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대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학기에도 비대면 강의가 계속되면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물론 등록금 반환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지만, 진정 모두를 위한 양질의 고등교육을 쟁취하려면 ‘등록금을 내고 상품을 구입하는’ 거래의 관점에서 벗어나 전면적인 국가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재학생들의 학습권과 입학희망자들의 교육 접근권을 보장할 때, 대학노동자들에 대한 국가책임 완전 고용을 실현할 때, 전국 곳곳의 대학이 공공기관으로서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게 될 때 비로소 대학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학 구조조정’이 아니라, 국‧공영화를 통한 대학 구조의 전면적 변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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