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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대표가 된

 

혐오와 능력주의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

혐오의 궤적을 돌아보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모임 <레드펨>

 

 

 

6월 11일,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 대표에 선출됐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부터 소위 ‘이대남’(20대 남성을 가리킴)을 대변하겠다며 각종 논란을 만들더니, 결국 제1야당 대표로 올라섰다. 이번 글에서는 노골적으로 ‘안티페미니즘’과 ‘무한경쟁 능력주의’를 주창하며 당선한 이준석의 주요 발언을 비판하며, 이준석이 ‘이대남’은 물론이고 그 누구도 대변할 수 없음을 밝히고자 한다.

 

 

 

‘페미니즘이 젠더갈등을 만든다’?

이준석이 부풀리는 젠더갈등

 

이준석은 ‘페미니즘이 만든 젠더 프레임이 젠더갈등으로 격화했다’며 ‘안티페미니즘’을 지지세력 확대에 이용하는 데 여념이 없다. 특히 오세훈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게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고 단언하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오세훈에 대한 지지가 페미니즘 문제가 아닌 구직난 때문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언론 인터뷰 질문에도 ‘길 가는 남성 아무나 붙들고 물어보라. 페미니즘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최근 <한겨레>나 <여성신문> 등 여러 곳에서 나를 비판한다. 나에게 뭐라 하지 말고 그냥 돈 들여서 여론조사를 해라. 존재하는 현상을 부인하면 남는 것은 망상뿐이다’1라고 일축했다. 페미니즘을 여성의 권리를 위한 ‘사상’이 아닌 불필요한 ‘망상’으로 비하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그러나 이준석이야말로 사회 위기의 모든 책임을 페미니즘으로 몰며 젠더갈등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낸 장본인이다. 이준석이 제기한 몇 가지 근거 없는 왜곡된 주장을 살펴보자.

 

첫째, ‘50~60대 여성은 시대적 배경 때문에 차별받았을 수 있지만, 20대 여성은 아니다’2라는 것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실에서 20대 여성 역시 경력단절 이전에도 남성보다 19.8%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게 확인되기 때문이다. 2008~15년까지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를 활용해 결혼‧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발생 이전, 대학 졸업 직후(18~24개월) 동일 경력을 가진 20대 남녀 임금을 비교한 결과다(거주‧출생지역, 부모학력‧소득 등의 변수는 통제). 이렇듯 20대 때 이미 15~20%의 성별 소득격차가 있기 때문에, 가장 성별격차가 심한 ‘피크 연령대’에서는 대략 30~35%의 임금차별이 발생한다.3

 

둘째, ‘유리천장은 근거가 없으며 여성할당제는 역차별’4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글로벌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The Economist>가 올해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 따르면, OECD 29개 국가 중 한국은 △여성 고위관리직 비율(28위) △이사회 내 여성 비율(29위) △여성 국회의원 비율(26위) 등 이 매체가 집계한 3개 지표 모두에서 최하위권에 속했다. 이 가운데 여성 의원 비율이 역대 가장 높은 21대 국회도 19%(57명)에 그친다(18대 국회 41명, 19대 47명, 20대 51명).

 

물론, 이러한 정‧재계 고위직 진출 문제는 사태의 극히 일부만을 드러낼 뿐이다. 애당초 이런 기회에 접근조차 어려운 대다수 여성 대중은 앞서 언급한 임금차별뿐만 아니라 채용 성차별도 일상적으로 겪는다. 오히려 일부 ‘할당제’로 마치 충분한 조치를 취한 것처럼 면피하는 게 문제다. 이준석의 주장은 ‘할당제 폐지’의 근거가 아니라, 고위직 진출이나 비례대표 할당제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여성 대중의 대표성을 실질적으로 높일 방안과 운동을 만들어야 함을 의미한다.

 

셋째, “강남역 시위나 이수역 사건 같은 단순 형사사건이 젠더프레임에 묻힌다. 여자라서 죽었다는 프레임으로 사회적 젠더프레임을 세운 것”5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여성범죄에 대한 진실을 왜곡한다. 이준석의 이런 주장은 흉악범죄(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피해자 84%가 여성이라는 간단한 통계조차 반박하지 못한다. 사회 기저에 존재하는 성별 권력관계로 발생한 성폭력을 부정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엄연한 2차 가해다. 2016년부터 떠오른 ‘미투 운동’은 수면 아래 있던 수많은 성폭력을 범죄로 드러나게 했다. 이준석의 주장은 ‘여성에 대한 억압이 보편적이며, 성폭력은 권력의 문제’임을 사회적으로 알린 미투 운동의 의미를 폄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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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100분 토론 영상 캡쳐]

 

 

 

이준석에 맞서는

대안 정치를 위해

 

이준석은 페미니즘 폄하 외에도 ‘능력주의’와 형식적 ‘공정’을 주장하며 ‘그 누구도 빼놓지 않고 공정하게’ 청년을 대변하겠다고 했다. 능력주의가 과연 역대 최악의 실업난과 청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오히려 능력주의와 형식적 공정은 양질의 일자리를 소수의 특권으로 제한하고, 대다수에게 낮은 질의 일자리를 더욱 강요한다. 청년 비정규직이 50%에 육박하는 한국에서, 결국 구직자 절반은 비정규직으로 채용된다. 또한, 무한경쟁 구도는 노동자 간 차별을 더욱 강화하고 세분화한다. 한국 사회 청년 절반이 일자리 경쟁에서 탈락하는 걸 당연시하는 이준석의 무한경쟁 능력주의는 경쟁에서 탈락하거나 아예 그런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던 수많은 청년의 공분으로 무너뜨려야 한다.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 10만 발의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에 대한 차별 때문에 겪었던 억압을 끝장내겠다는 선언이다. 차별을 ‘공정’으로 옹호하는 이준석은 차별금지법과 양립할 수 없다. 우리는 여성의 권리를 위한 모든 투쟁이 ‘젠더갈등’으로 치부되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다. 소위 ‘이대남’을 내세우지만 결국 ‘가진 자들끼리의 리그’를 공격적으로 정당화하는 이준석의 정치가 아닌,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으며 바로 그 차별의 근본적 구조 자체를 무너뜨리는 대안의 정치가 필요하다.

 

 

 

1 “이준석 “길 가는 이대남에게 물어봐라, 反페미인지 아닌지””, <주간동아> 제1286호(4월 23일 자).

 

 

2페미니즘, 정권심판! 서울 20대 민심 보고서”, <서울방송> 유튜브 채널, 5월 20일.

 

 

3 김창환‧오병돈, 「경력단절 이전 여성은 차별받지 않는가?」, 한국사회학회, 『한국사회학』 제53집 1호(2019년 2월).

 

 

4 <서울방송> 앞의 영상.

 

 

5이준석 “고유정 살인, 남자라서 죽었다고 하나” 진중권 “이준석, 안티페미 인정받고 싶어해””, <서울신문> 5월 2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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