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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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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1.10.0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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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산업전환,

지역 노동자들의 고민

 

 

홍미희┃충북도당 기후정의 당원모임

 

 

 

* 변혁당 충북도당 기후정의 당원모임은 지난 6월 충북도당 금속분회와 함께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조합원을 상대로 기후위기-산업전환 관련 의식조사를 진행했다. 이 글은 조사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지난 8월 9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인류 생존을 위한 지구 온도 마지노선인 ‘1.5도 상승’ 도달 시점이 2030년 중후반이나 2038년이라고 밝혔다. 2018년 <1.5도 특별보고서>와 비교해 불과 3년 만에 10년가량 앞당겨졌다. 대형 산불과 유럽 대홍수, 해수면 상승 같은 재난의 반복과 이번 IPCC 6차 보고서의 경고는 사람들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기후악당’으로 분류된 한국 정부도 ‘한국형 뉴딜’에 2025년까지 22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겉으론 탄소배출을 줄이고 지속가능‧재생가능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적극적 행보를 취하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형 뉴딜’은 대부분 재벌대기업 맞춤 지원사업이다. 특히 전기‧수소차 전환이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이다. 현재 3% 미만인 전기차 비중을 2030년 30%, 2040년엔 80%까지 높인다고 한다. 이에 발맞춰 정부가 펼치는 전기차 연구개발 지원사업이나 구매보조금 정책은 완성차 자본의 호주머니를 채우며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다. 반면, 산업전환으로 발생하는 불평등과 노동의 위기는 논의도 시작하지 못했다. 일자리 감소 대응책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새로 만든다는 일자리는 저임금‧비정규직‧단기 일자리뿐이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에는 완성차에 납품하는 부품사 노조가 다수 조직돼 있다. 만성적 물량부족과 산업전환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도 많다. 이런 상황을 지역 노동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변혁당 충북도당 금속분회는 기후위기에 대한 노동자 인식을 진단하고 기후위기와 산업전환이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과 우리의 대응 과제를 알아보기 위해, <기후위기와 산업전환에 대한 노동자 의식조사>를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협조를 받아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는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소속 17개 지회 조합원 1,086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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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다는 건 알고 있는데…”

 

조사에 응한 노동자들은 기후변화 인식 여부에 대한 질문에 63.5%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이 높거나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일수록 인지도가 높았다. 기후변화 심각성에 관해서도 90% 이상이 ‘심각하다’고 했다. 기후변화 원인으로는 ‘자본주의 이윤추구와 성장’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만, 기후변화 심각성을 인지한 경로는 ‘날씨 변화’나 ‘언론보도’가 주를 이뤘고, ‘노조 활동’이나 ‘정부 발표’로 알게 됐다는 응답은 매우 적었다.

 

노동자들은 ‘기후변화가 일터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인력감축’이나 ‘자동화 확대에 따른 전환배치’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특히 자동차 부품사에서는 ‘인력감축 우려’ 응답(54%)이 일반 제조업 사업장(39.8%)보다 훨씬 많았다. 여성 응답자도 인력감축 우려가 더 컸다. 그동안 이 사회는 여성노동을 ‘보조적’이라 여기며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로 채웠는데, 산업전환 과정에서도 피해를 먼저 짊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여성 불안정노동 심화로 연결된다.

 

한편, 조합원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노조의 대응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연령이 높을수록, 그리고 자동차 부품사(77.5%)가 일반 제조업 사업장(71.7%)보다 높았다). 대응 방안으로는 ‘기후변화는 국가 차원의 문제이므로 정부대책 및 지원방안을 요구해야 한다’는 게 1순위로 꼽혔다. 다만, 정부 정책에 대한 인지도는 낮았다. 한편, ‘정부 정책에서 중점을 둬야 할 사항’으로 꼽은 1순위는 ‘경제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선택지에 대한 응답률과 비슷해 변별력은 떨어지지만, ‘경제성장이 곧 고용안정’이라는 자본의 논리가 반영된 것이다. 노동자운동이 여기에 균열을 내지 못하면 결국 대응 시기를 놓친 채 ‘환경과 일자리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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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논리를 넘어서기 위해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는 몇 가지 과제를 정리했다.

 

첫째, 노동자가 참여하는 기후운동을 본격화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기후변화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노동자운동을 통해서는 거의 접하지 못했다. 이는 정부와 자본의 ‘녹색 담론’, 곧 자본주의 성장 논리를 넘어서기 어렵게 하며, 기후위기 대응 역시 ‘윤리적 소비’ 같은 개인의 실천으로만 협소해질 것이다.

 

둘째, ‘일자리 지키기’를 넘어 ‘대안 사회를 향한 요구와 투쟁’이 필요하다. 이번 조사에서 노동자들은 기후변화 원인을 ‘자본주의 이윤추구’라고 짚었다. 그 책임 역시 개인보다는 기업에 있고,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 방향이 ‘경제성장과 물량을 바탕으로 한 일자리 지키기’로 좁혀지면 노동자운동은 대응에 실패하고 기후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산업전환 대응에서 대안 사회로 나아가는 요구와 투쟁을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그 핵심고리는 ‘노동시간의 획기적 단축’이다. 노동시간 단축 투쟁으로 생산과 소비를 부추기는 체제를 바꿀 운동을 펼쳐야 한다.

 

셋째, 실천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노동조합 경험이 많을수록 정부‧기업‧노조 차원의 책임과 역할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노조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과 조직적 실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노동자운동은 현장 진단을 바탕으로 기후운동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부‧자본 주도의 ‘녹색성장’이 아니라, 환경‧생태운동 및 진보‧변혁정당과 함께 ‘기후정의-체제 전환’ 운동을 본격적으로 조직할 때 다른 세상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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