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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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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6.15 17:14

차별과 혐오가 누적된 지난 날, 부끄러운 마음으로 돌아봅니다

 

우영욱충북

 

성평등 교육을 통해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남성우월주의적인 몹쓸사고방식에 갇혀 살았는지 비로소 깨닫게 됐다. 아니,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시대가 얼마나 남성우월주의적인 문화에 찌들어 있는 시대인지를 절감했다는 표현이 어쩌면 더 정확할 듯 하다.

나를 비롯한 대다수 남성에게 내재된 뿌리 깊은 성차별적 인식이 실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제도, 정책, 교육, 언어 등을 통해 학습된 결과가 아닐까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인식을 바꾸려면, 불평등한 남녀관계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 정말 중요할 것 같다. 예컨대, 임금이나 일자리의 문제는 불평등한 한국사회의 모습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대개의 경우, 여성노동자들은 남성노동자 임금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의 일은 남성노동자들이 하는 일에 비해 중요하지 않은 일로 간주되고, 그런 인식의 연장선에서 가사노동은 여성이 전담해야 할 몫으로 치부되곤 한다. 이렇게, 여성을 부차화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갖가지 제도나 인식은 노동자들의 일상에도 깊게 스며들어 있다.

 

차별과 소외, 억압의 도구 :

먼저, 이 글을 빌어 전국의 여성동지들에게 사과부터 드려야 할 것 같다.

여자가 말이야...”, “여자는 모름지기...” 평소 내가 흔히 사용하던 표현들이다. 나도 모르게 내 몸에 밴 습관적인 말투였다. 성평등 교육을 받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표현을 아무 거리낌 없이 써 왔었음을 뒤늦게나마 고백한다.

교육을 통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메갈리아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등장한 미러링이라는 개념이었다. 만약 특별한 이유 없이 남성을 비아냥대는 표현을 누군가에게 듣게 된다면, 그런 비아냥을 들은 나의 기분은 어땠을까? 분명 불쾌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표현들을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했던 것이다. ‘김치녀’, ‘맘충’, ‘김여사등 대수롭지 않게 사용했던 단어들이 여성의 입장에서 들었을 때 얼마나 기분이 나빴을지 돌이켜보니 하염없이 부끄러워진다. 또한, 나의 편견이 낳은 언어생활이 어떻게 소외와 차별을 재생산하고, 나아가 혐오라는 정서를 유포하게 되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이처럼 언어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여성차별 이외에도 지금 한국사회에서 남녀불평등은 너무나도 만연해 있다. 육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성은 그저 육아를 돕는 객체에 그칠 뿐, 육아는 전적으로 여성에게 맡겨지곤 한다. 성평등한 나라일수록 육아나 가사 문제는 남녀가 공동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이 대체로 잘 지켜진다고 들었다. 남녀평등의 진정한 실현을 위해서는 나,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구나 느껴졌던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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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부터 시작하는 기분 좋은 변화

처음 성평등 교육을 받을 때는 내 안에서 사상충돌이 일어나는 듯 했다. 부지불식 간에 부끄러운 현실을 스스로 용인하기 어려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기 위해 무던 애쓰는 중이다. 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했을 때, 그간 당연시 여겼던 모든 것들이 결코 여성이 전담해야 할 몫이 아니란 걸 이제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구조적 변화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일상 속의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 역시 그만큼 중요할 것이다.

일단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성평등한 관계맺기를 위해 노력해보자. 나로부터 시작하는 작은 변화가 이 세상을 성평등하게 가꿔나가기 위한 리트머스 시험지같은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교육이 자주 있었으면 한다. 바뀌는 사람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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