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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테크 위장폐업 분쇄투쟁과 지역 노동자들의 연대

그리고 서노협 결성

 

정경원노동자역사 한내

 


맥스테크노동조합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한창인 829일에 결성되었다. 노동자들은 미국에서 의학서적, 재판기록 등의 책자를 가져다가 컴퓨터에 입력하는 일을 했다. 노조의 홍보물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하루 4시간 이상 할 수 없는 일로 제한한 유해작업을 하루 10시간 이상 하고 있어 입사 후 6개월이면 근시와 난시로 안경을 쓰는 노동자가 90%라고 했다. 1년만 일해도 팔이 바들바들 떨리는 병(근골격계 질환)에 걸려 고통을 받았다. 기본급은 97,000원이고 여기에 생산수당, 품질수당을 주면서 도급제를 가미해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회사에 복종시키는 임금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노조 가입률 100%라는 수치는 이러한 열악한 노동조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도저히 불쾌해서 회사운영 못 하겠다. 폐업이다!”

자본가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위장폐업을 선택하였다.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이 최고조에 달한 1988년과 1989년에 위장폐업도 가장 많았다. 맥스테크노조의 위장폐업 분쇄투쟁은 1987년 말 시작되어 55일간 이어졌다.

맥스테크 위장폐업은 사장이 노동조합 위원장을 불러 새로 만든 회사 사장을 시켜주겠다고 회유한 것을 거부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랬더니 여러 계열회사가 함께 사용하고 있는 식당을 맥스테크 노동자만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유로 댄 것은 외국에서 온 바이어를 접대할 공간 부족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기본급을 인상시키고 각종 수당 미지급금을 받아내는 등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계열사 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본가들에게 노동자들이 모이는 식당은 연대와 확산의 가능성을 가진 위험한공간이었다. 노조는 1130일 회사 측의 부당한 처사를 알리는 글을 식사하러 온 계열회사 노동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랬더니 사장은 도저히 불쾌해서 회사운영 못 하겠다. 폐업이다!”라고 협박하였고 121일 폐업공고를 붙였다.


   1. 우리에게 일을 달라 

   1. 위장폐업 철폐하라

   1. 노동삼권 보장하라 

   1. 생존권 보장하라

   1. 추워 못 살겠다. 스팀 달라   

   1. 단전이 웬 말이냐 전깃불을 달라

   1. 배고파 못 살겠다. 밥을 달라    

   1. 기계를 내몸과 같이 지키겠다

   1. 노조탄압 즉각 중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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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패 '둥지'의 공동창작 걸개그림 <맥스테크 민주노조>. 밑그림을 여성주의 화가인 김인순 님이 그렸는데 당시 노동문화예술의 대표적 작품이다. (1998/180*125/천에 아크릴) [출처 : 진보넷 블로그]


노동자들은 철야농성을 하면서 홍보물을 만들어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호소하였다. 노동자들은 결국 6일 만에 폐업철회와 재가동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신정연휴에 인부를 동원, 기계를 은밀하게 빼돌리고 폐업신고서를 관할 세무서에 제출하고 공장입구를 쇠창살로 용접해 버렸다. 폐업통보서에는 장사가 안 돼서라는 사유가 적혀있었지만 회사는 기계를 빼돌려 다른 하청계열사에 분산배치, 재가동하려했다. 노동자들은 14일부터 공장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고 이 투쟁은 55일 끝에 결국 승리해 회사를 가동하고(원청회사 임원이 회사 인수 운영) 위법 부당한 폐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요구를 쟁취했다.

 

연대투쟁을 통해 건설한 서울지역노동조합협의회

87년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면서 민주노조에 대한 확신과 지도력을 확고히 하지 못한 노조들은 정부와 자본의 회유와 탄압에 무력화되거나 어용노조로 전락했다. 반면 자주성, 민주성을 지키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노력은 노동조합의 연대활동으로 나타났다.

맥스테크노조 투쟁은 지역 노조들의 연대활동을 불러왔고 서울지역노동조합협의회(서노협) 결성의 계기가 되었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을 거쳐 만들어진 노조들은 맥스테크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을 노조 소식지에 실어 알렸고 조합원들과 함께 농성장을 방문하였다. 지하철노조는 유인물을 인쇄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맥스테크노동조합 투쟁승리 1차 보고대회가 열렸던 1215, 여성백인회관에서 서울지역 15개 사업장 노조위원장들이 모여 지역조직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어 19일 이틀에 걸친 새터수련회를 거쳐 125일에는 용답동 전주식당에서 43개 노조 대표자와 간부 123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서울지역 노동자들은 맥스테크노조 투쟁뿐 아니라 대한광학노조 민주화 투쟁, 동아건설 창동공장 노조 설립 투쟁 등을 상호 지원하면서 연대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마침내 서노협은 198852990개 노조 3101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서울지역 주요 민주노조를 모두 포괄한 조직으로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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