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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부에 맞서 투쟁할 이유,

차고도 넘친다

노조파괴, 불법파견 현행범 정몽구가 구속될 때까지 투쟁 멈추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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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타올랐던 광장촛불의 거대한 압력은 국정농단의 한 축이었던 재벌을 적폐청산과 개혁의 대상으로 끌어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2개월째를 맞이하는 지금, 착취와 비리로 쌓아올린 재벌의 성채는 여전히 공고하다.

특히 불법파견과 노조파괴 범죄로 악명 높은 현대차 재벌은 소위 개혁정부의 등장에도 요지부동인 형국이다. 완성차 공장의 컨베이어벨트식 생산공정 뿐만 아니라 운송, 출고, 포장 등 간접 생산공정까지도 불법파견이 성립한다는 사법부 판결이 잇따르고 있지만, 현대기아차 자본은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 이행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이에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인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와 유성기업지회, 동진오토텍지회 노동자들은 지난 67노동적폐 1호 정몽구 구속 집중투쟁 선포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청운동사무소) 앞 노숙투쟁에 돌입했다.

이들 4개 사업장의 공동투쟁이 벌어지자마자 보수언론들은 봇물 터진 촛불 청구서운운하며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힐난하기 바빴다. 더구나 문재인정부 지지자들까지 민주노총의 6.30 사회적 총파업과 청와대 앞 농성을 두고 정권 교체에 따른 과도한 지분 요구라며 반발이 거세다.

한국사회 불평등과 불공정의 근간을 이루는 재벌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 싸워왔던 노동자들은 어떤 심정으로 청와대 앞 농성을 시작한 걸까?

노숙투쟁 31일차에 접어든 77, 청운동사무소 앞 모퉁이에 차려진 농성장에서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조정우 동지와 유성기업 영동지회 최지순 동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Q 신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앞 농성을 현대차를 원청으로 두고 있는 사업장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시작했습니다. 공동투쟁을 벌이게 된 이유, 그리고 투쟁 거점으로 청와대 앞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조정우(이하 ’) :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누구나 한결같이 얘기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적폐청산, 사회개혁을 위해서는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저희가 청와대 앞에 농성장을 꾸리게 된 이유도 이런 전사회적인 요구를 새 정부에 강제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있었어요. 그래서 청와대 인근까지 최대한 나아가서 우리 요구와 주장을 펼쳐 보이고 싶었던 겁니다.

최지순(이하 ’) : 아시다시피 저희 사업장들은 원청인 현대차의 노조탄압에 지독하게 시달려왔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은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을 받고도 정규직 전환은커녕 회사의 불법 꼼수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잖아요. 게다가 원청이 직접 개입해서 노조파괴를 지시했다는 점에서도 저희는 똑같은 처지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 촛불항쟁에서도 가장 많이 외쳤던 구호 중 하나가 적폐청산아닌가요? 저희가 공동투쟁에 나선 이유도 적폐 중의 적폐, 현대차의 불법행위를 엄단해야 한다는 요구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외면 대신 촛불 밝혔던 마음으로 함께 갔으면

Q 농성 일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A : 아침 8시부터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사거리에서 출근선전전을 한시간 가량 진행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어요. 출근선전전에는 풍산, 하이디스 등 광화문 일대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결합하셔서 제법 많은 동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출근선전전을 마치고 나면 아침식사를 하고 1인시위에 들어가는데요. 1인시위의 경우에는 농성 인원이 많을 때는 각 사업장의 요구를 적은 팻말을 들고 진행하고, 인원이 적을 땐 오후 일정까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어요. 저녁에는 투쟁사업장공동투쟁위원회 동지들이 주관하는 문화제에 함께 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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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얼마 전(628)부터 청와대 앞길을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발표가 있었는데요. 그 뒤로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대하는 경찰의 대응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 저희가 1인시위를 진행하는 분수대 앞은 개방을 하기 전까지는 검문을 늘상 했었어요. 어느 사업장 노동자인지, 누가 몇 사람이나 들어가는 것인지도 일일이 확인하더라고요. 지금도 사실은 그렇게 해요. 다만 빈도 수가 줄었을 뿐이죠.

: 심지어 소지품 검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어제 갑을오토텍지회 동지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기에 같이 갔는데, 글쎄 조끼를 벗으라는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대꾸했죠. 이건 우리 근무복이나 마찬가진데 왜 벗으라는거냐. 당신들 근무복 벗으라면 벗겠냐고.

 : 경찰이 저희가 입고 있는 몸자보나 노조 조끼를 문제 삼으면서 하는 얘기가 늘 그랬어요. 한 사람이 입는 건 괜찮은데 2인 이상이 입고 있으면 그건 집회로 간주할 수밖에 없으니 불법이라는 거예요. 도대체 그게 누구의 해석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방식으로 불법 딱지를 붙이는 게 경찰들 일이었죠.

 

Q 청와대 앞 농성 중인 노동자들에 대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렇게 비난하더군요. “이는 공권력을 우습게 아는 것을 넘어 정권을 만들어 줬으니 대가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빚 독촉에 다름 아니라고요. 노동을 대하는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의 적대적인 시선은 차치하더라도,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들의 성난 질타와 비방을 접하는 일도 참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A : 인터넷에서 저도 기사 댓글을 봤는데요, 내용도 잘 모르고 무조건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물론 각자의 삶이 바쁘고 여유가 없다보니 무관심할 수도 있겠지만, 너희들 지역구 정치인에게 청원하면 되지 왜 청와대 길바닥까지 나왔느냐는 식의 이야기는 좀 황당했어요. 지역에서 오랜기간 외면받았던 문제라서 저희가 이렇게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 그런데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서 시민들에게 항의를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오히려 농성장에 방문해서 힘내시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계신걸요. 아무래도 인터넷상의 반응과 실제 모습에는 온도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희 투쟁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보수언론의 여론몰이가 문제라고 봐요. 예를 들어 저희가 민주노총을 민노총이라고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민주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지우려는 수구세력의 이런 표현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분들이 정말 많긴 해요.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시키려는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주장들이 함께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의 진실한 바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십수 년 간 쌓인 노동적폐, 새 정부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풀어야

Q 유성기업지회 투쟁에 대해 말씀 여쭐게요. 지난 5월 검찰이 현대자동차 사측을 유성기업 노조파괴 개입 혐의로 기소했는데요,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현대차가 직접 개입한 정황이 뚜렷한데도 검찰이 이렇게 늑장기소를 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 솔직히 기소를 하리라곤 짐작조차 못 했어요.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리면 재정 신청을 내야 하나 싶었는데, 뜻밖에도 검찰이 이번에 기소를 결정하더군요. 재벌대기업과 주요 임원들이 부품사 노조파괴를 지시공모했다는 이유로 기소 처분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노조파괴 범죄행위가 명백한 현대차가 결국 기소됐다는 게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검찰이 이렇게 시간끌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사람이 죽어나가는 일도 없었을텐데 하는 착잡한 마음이 듭니다. 사실 노동부도 이번 사태의 단서를 일찍이 확보하고 있었지만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어요. 엄밀히 따져보면 노동부도 수사권을 갖고 있는데,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보니 구속수사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독립적인 판단을 전혀 할 수 없는 거예요. 설령 노동부가 힘이 없더라도 불법행위가 드러난 마당에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어야 하는데, 사실 이런 부분에서 검찰도 노동부도 책임을 방기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 촛불항쟁에서 재벌, 언론, 검찰 등에 대한 개혁 요구가 워낙 거셌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라도 진전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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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노조파괴 범죄는 현대차 부품업체 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 하청업체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졌던 걸로 아는데요. 최근에도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는 건가요?

A : 노조탄압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비일비재해요. 최근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면, 사측이 4천여 명의 사내하청노동자 중에 1,049명만을 특별채용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요. 당시 화성 사내하청분회는 법원 판결대로 전원 정규직화를 이행하라며 노사합의에 반대하며 독자파업까지 벌였었죠. 그런데 지금 사측은 특별채용을 통해 조립라인으로 들어오게 될 정규직 TO를 빌미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강제전적하겠다는 겁니다. 전적을 하려면 노조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는데도, 회사가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개별로 회유하고 협박해서 강제전적을 밀어붙이고 있는 거죠. 저희는 이것이 실질적으로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사측의 탄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법원에서는 전원 정규직이라는 판결이 났는데도, 사측은 진심어린 반성과 법원판결 이행은커녕 여전히 법 위에 군림하며 불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Q 농성단은 노조파괴 문제와 함께 현대차의 고질적인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서도 엄정한 처벌과 문제해결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어떠세요, 새 정부가 현대차의 불법 관행을 시정할 의지가 있다고 보시나요?

A : 얼마 전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영상을 잠깐 봤는데요. 동진오토텍이랑 유성, 갑을오토텍 같은 사업장이 어느 회사와 문제가 엮여있느냔 질문에 현대중공업 아니냐는 엉뚱한 답을 하더라고요. 문재인정부가 노동 현안에 대해서 이토록 무지한 사람을 노동부장관으로 앉히겠다는 걸 보면, 과연 새 정부에서 노동의 문제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어제 갑을오토텍 기자회견에서도 사측의 소송 대리인을 맡았던 인물을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하는 현실을 통탄했었잖아요. 당사자들이 이렇게 문제제기하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정부 요직에 앉히겠다는 걸 계속 지켜보고 있노라면 솔직히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 문재인정부가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취임 초기부터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불법파견 비정규직 문제는 김대중-노무현정권으로 이어지는 시기에 만들어진 파견법, 기간제법 때문에 생긴 거잖아요. 그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죽어가야만 했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이 문제에 있어서 결코 제3자가 될 수 없습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인 노동적폐를 결자해지의 자세로 새 정부가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가 우리 좀 살려주세요. 우리 얘기 좀 제발 들어주세요.”라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당신들로 인해 고통받아온 노동자들의 현안을 직접 해결하라는 것이 저희들의 기본 인식입니다. 수구언론들이 자꾸 저희를 떼쓰기한다는 식으로 몰아간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측의 탄압 계속되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습니다.

Q 지역과 현장에서는 최근 어떻게 투쟁하고 계신가요?

A : 작년에 한광호열사가 세상을 떠난 이후 지역별로 공동투쟁단위가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어요. 충북지역에서는 충북공동행동이 현대차 대리점 앞 1인시위를 매주 빠짐없이 진행하고 있고, 충남지역도 충남대책위 활동이 다방면에 걸쳐 전개되고 있습니다. 현장은 유시영 회장이 구속되고 나서는 다소 잠잠한 국면이었는데, 최근 영동공장에서는 관리자들이 시비를 걸어오고 있어요. 관리자들이 시간체크를 고의로 잘못 기재해놓곤 임금을 삭감한다든가, 쟁의행위 기간 중 작업거부를 한다든가... 일종의 부분 직장폐쇄 같은 거죠. 특정 조합원에게 작업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그로 인해서 현장은 투쟁을 준비 중입니다. 아산공장에서는 물밑으로 외주화를 진행한 게 발각돼서 파업투쟁을 매일 진행하고 있고요.

또 사측에서 발행하는 선전물을 보면 지회에 대한 비방과 악선전이 요즘 계속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왜 고객사를 건드리느냐? 이러다가 모두 다 죽는다는 식이죠. 그러면서 임금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40%가 넘는다고 주장하는데요, 저희가 자체적으로 경영분석한 데이터를 보면 25%가 채 되지 않거든요. 회사가 어렵다는 이데올로기를 계속 유포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지난 2년 새 사무직, 소위 관리직의 임금이 천만 원 이상 삭감됐다고 해요. 사측이 관리직 임금체계를 기존에 월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일방 변경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죠. 여전히 회사는 지회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뻔뻔하게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어요.

 : 저희 현장은 지금 임금협상 기간인데요. 지회는 쟁의조정 신청을 했고, 조만간 쟁의권을 획득하면 파업투쟁 태세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기아차 사측은 불법파견 논란을 신규채용으로 종지부를 찍으려고 하기 때문에, 역시나 상황은 녹록치 않습니다. 최근 기아차 노조분리사태 이후에는 비정규직지회가 독자파업권을 갖게 됐잖아요. 이게 비정규직지회 입장에서는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고 봐요. 그럼에도 우리의 요구를 갖고 파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 점은 분명히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조직해서 금년 안에 불법파견을 종식시키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Q 끝으로 <변혁정치> 독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 열심히 투쟁해서 지난 시간도 그렇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연대해주신 동지들에게 함께 싸워 승리했다는 감동을 꼭 선사하고 싶습니다. 투쟁하는 전국의 모든 동지들에게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변혁정치> 많이 구독해주세요!

 : 이곳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농성하면서 느끼는 것은 정말 많은 사회적 요구들이 있다는 거예요. 마치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듯한 모습이지만, 실상은 그게 정상이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자신의 요구를 스스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게 진짜 진보적인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동지들께서 행동하고 실천하는 그런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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