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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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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죽음의 경주는

중단되어야 한다

 

남영란부산


 

지난 527일 마필관리사 박경근 동지가 “×같은 마사회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경근 동지의 어머니는 내 아들로서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며 마사회의 책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마사회는 책임없다며 발뺌을 했고, 두 달여가 지난 81일 함께 일했던 마필관리사 이현준 동지가 목숨을 끊었다. 마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죽음의 행렬, 이것은 비단 박경근 동지와 이현준 동지만이 아니었다. 이 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채 마사회 부산경남에서 죽어간 마필관리사가 벌써 5명이다. 박경근 동지에 대해서 가정불화 운운하던 마사회는 이현준 동지의 죽음 앞에 유서도 없으니 조용히 보내자는 파렴치함을 드러내고 있다. 두 동지를 떠나보낸 지금도 경마공원에서는 죽음의 경주가 진행되고 있다.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과 높은 재해율

마사회는 1993년까지 마필관리사들을 직접고용했지만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경주의 질 향상’, ‘경마의 공정성 제고등을 이유로 고용방식을 바꾸었다. 81.9%가 비정규직이라는 공기업 마사회에서 마필관리사는 아예 비정규직 통계에조차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마사회가 1993년 개인마주제를 시행하면서 마필관리사는 마사회-개인마주-조교사-마필관리사라는 다단계하청구조에서 가장 아래로 떨어졌다. 조교사협회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과천경마공원과 달리 부산경마공원은 개별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한다. 마필관리사들은 개별조교사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고용여부가 결정되었다. 조교사의 불안정한 매출규모는 조교사에 의해 고용된 마필관리사들의 고용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마사회는 면허의 허가와 박탈권을 갖고 조교사에 대한 관리통제를 하고, 그 영향력은 배가되어 조교사에게 고용된 마필관리사들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임금은 말 그대로 고무줄 임금이었다. 특히나 부산경남 마사회의 경우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에 많게는 2.5배가 상금성과금으로 지급되었다. 기준은 없었다. 징계성 성과금으로 100~200만원이 삭감되는 사례들은 노동조합 활동을 극도로 위축시켰고, 노조 할 권리는 박탈되었다.

박경근 동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의 경기에서 말이 앞발을 드는 사고가 발생했다. 마필관리사가 다치지는 않았는지를 걱정하기는 바라지도 않았다. 온갖 욕설과 인격적 모욕 앞에 박경근 동지가 겪었던 인간적인 모멸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현준 동지는 목숨을 끊기 전날까지 장시간노동과 과로에 시달렸다고 한다. 팀장이 6개월 가량 병가를 냈지만 사측은 인력충원 없이 이현준 동지에게 본인의 업무에 더해 팀장 업무까지 맡도록 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과다업무에 내몰렸고, 휴일조차 당직근무를 서야 했다.

마사회의 재해율은 전국 평균 재해율의 25배를 넘는다고 한다. 이조차도 놀라운 수치이지만 말에서 낙상하고 발길에 채여도 웬만하면 공상처리하고 마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 산재율을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적정인력도 지켜지지 않았다. 부산경남경마장이 처음 만들어질 때 말 3.16마리당 관리사 1명이 되도록 설계했지만 현재 관리사 1명이 평균 4.5마리 내지 5마리를 담당하는 조도 있다고 한다. 조교사의 매출이 낮은 곳에서는 매출이 낮다는 이유로 인력충원을 하지 않았고, 매출은 높은 곳은 인력을 충원이 아니라 상금을 더 받아가라는 유인책으로 마필관리사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여했다. 성과금이 적은 마필관리사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부족한 임금을 채워야 했다. 마방 청소에서부터 사양 관리, 순치조교, 발주조교, 주행검사, 경주전 훈련까지 거미줄처럼 엉킨 여러 분야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노출 빈도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더해 말을 24시간 관리해야 하는 마필관리사의 특성으로 인해 장제사, 수의사 등에서의 부족인력으로 발생한 업무도 함께 해야 했으며, 심지어 발주업무까지도 맡아 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고된 몸을 누일 수 있는 휴게공간은 없었다. 마굿간을 휴게공간이자 취침공간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마사회는 노조탄압 중단과 직접고용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

다단계 착취구조에 기초한 경쟁체제, 위험에 노출된 채 진행되는 장시간 중노동,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과 조교사에 마음대로 달라지는 성과금으로 불안정한 임금, 더도말고 덜도말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250여명이 노동조합으로 뜻을 모았지만 마사회와 조교사의 노조파괴 행위에 동료에게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참담함. 이 상태를 돌려놓지 않은 채 진행되는 경주는 말 그대로 죽음의 경주가 될 수밖에 없다.

마사회의 노조탄압에 동료에게 등을 돌렸던 조합원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조합원들이 다시 노동조합으로 모이고 있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 상실되고, 함께 손 맞잡고 권리를 외쳤던 동료의 손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 다시 현장에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누구의 힘이 아니라 다단계 착취구조를 끊어내고, 삶을 바꾸기 위해 바로 굳건히 잡은 동지의 손이, 그리고 하나로 뭉친 노동조합과 투쟁이 가장 큰 힘임을 확인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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